[이슈+] 학종 축소, 정시 확대가 정말 '국민적 여론'일까?

입력 2018-04-13 16:00
수정 2018-04-15 03:00
대입 개편 이송안에 '적정 비율 결정' 포함
관련 국민청원은 20만명 채우기 어려울듯
"과잉대표 vs 과소대표"… 누구 말이 맞나



교육부는 지난 11일 발표한 ‘대입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에서 △수시·정시모집 통합 여부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전환 여부 △수능전형 및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적정비율 결정 3가지를 올 8월까지 반드시 결정해야 하는 사안으로 명시했다.

모집시기 일원화는 수시선발로 인한 고3 2학기 교실붕괴 현상 때문에 공감대가 컸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은 지난해 8월에도 핵심 쟁점이었던 사안이다. 이에 비해 수능과 학종 비율 결정을 못 박은 것은 다소 이례적이란 평가다. 그간 교육 당국은 큰 방향성만 제시하고 세부 입학전형 비율은 각 대학 자율에 맡겼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주요 대학에 전화해 정시 확대 검토를 요구한 게 논란이 된 것도 이러한 불문율을 깼기 때문이다.

13일 교육계 의견을 종합하면 ‘수능전형과 학종의 적정비율 결정’이 핵심 안건으로 지정된 것은 학종 축소 및 정시 확대 요구 여론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대중적 인식으로 자리잡은 ‘불공정 학종 대 공정한 수능’ 구도의 영향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서울의 한 대학 입학처장은 “수능과 학종 비율을 대학이 아닌 국가교육회의에서 정하라는 발상이 놀랍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요 대학의 입학처장은 “여론 압박에 정치권 요구까지 겹친 탓으로 안다”면서도 “그런데 정말 학종 축소, 정시 확대가 ‘국민적 여론’은 맞느냐”고 되물었다.

쟁점이 될 만한 의구심이다. 학종은 ‘깜깜이 전형’이라는 대중적 불신이 있긴 하다. 지난해 당시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이 여론조사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 결과가 대표적이다. 학종은 ‘합격·불합격 기준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전형’(77.6%) ‘상류층에 더 유리한 전형’(75.1%) ‘부모·학교·담임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불공정한 전형’(74.8%) 등으로 인식됐다.

다만 같은 조사의 수시·정시 선호도 관련 질문에는 “학생부 중심의 수시전형을 더 확대해야 한다” 43.9%, “수능 위주 정시전형을 더 확대해야 한다” 56.1%로 긍정·부정 응답의 격차가 줄었다. 학종 불신이 100% 정시 확대 의견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해석 가능한 수치다.


보수 성향 대구(우동기)·경북(이영우)교육감이 정시 확대 반대 입장을 낸 것은 이 사안을 단순히 보수와 진보의 대립으로 볼 수 없다는 방증. 적어도 교사들은 학종의 ‘교육적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얘기다.

최근 여론의 바로미터 격인 국민청원 진행 경과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지난달 25일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폐지 권고 방침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능최저 폐지 반대 및 학생부종합전형 축소를 원합니다’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단 하루만인 이튿날 오후 3시까지 약 4만6000명이 참여, 의무답변 요건인 한 달 내 20만명 참여를 문제없이 채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후 증가세가 더디다. 청원기간을 11일 남겨둔 이날 오후 4시 기준 9만8000여명이 참여했다. 18일간 5만2000명 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능최저기준 폐지 권고에 정시 확대 요구, 대입 개편안 발표까지 굵직한 관련 이슈들이 연이어 터졌는데도 그렇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0만명 달성은 어렵다.

여론이 과잉대표된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왔다. 신동하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팀장은 “학종 축소 및 정시 확대 요구의 ‘강도’는 높은데 ‘숫자’가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다”며 “수능에 강한 편인 대치동·목동이나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 학부모들 목소리가 집중 반영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수치를 과소대표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10만명 가까운 청원 숫자 자체도 상당하지만 실제 여론의 극히 일부만 반영된 것”이라며 “동일선상에서 비교하자. 정시 확대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의 참여자는 100명 내외로 아는데 그에 비하면 10만명은 압도적이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수능최저기준 폐지 및 학종 축소 청원 증가세가 완만해진 데는 고3 수험생과 재수생이 당장 대입을 치르는 2019학년도 입시에 적용되지 않은 영향이 컸다고 풀이했다. 그는 “대부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학종 반대가 80% 이상이다. 진짜 여론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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