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3번째…中과의 무역전쟁 앞두고 압박작전 분석
나프타재협상 실패 대비용 해석도
"한국도 늦으면 더 손해"…TPP가입 재추진 움직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재가입 문제를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올 들어 세 번째 언급이다. 중국과의 본격적인 무역전쟁을 앞두고 견제 카드로 TPP 재가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농업지역 주지사 및 의원들과의 회의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대표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위원장에게 재가입 문제를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등 복수의 언론들이 보도했다.
◆TPP로 중국 압박하기
트럼프 대통령의 TPP 재가입 검토 발언은 의원들과의 대화 과정에서 나왔다. 공화당의 존 튠 상원의원(사우스다코타)과 그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인사들이 “중국의 이목을 끌기 위한 방법의 하나가 중국의 역내 경쟁국들과 거래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TPP에 재가입하는 문제를 한번 살펴봐라”고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말 다보스포럼때 CNBC와의 인터뷰에서 “더 좋은 협상할 수 있다면 TPP에 재가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후 2월23일 맬콤 텀블 호주총리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때 “더 나은 조건을 제의한다면 우리가 다시 들어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후 첫 조치로 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대통령선거때 “끔찍한 협상”이라고 비난하고 “취임하자마자 탈퇴하겠다”고 말한 그대로다. 그가 다시 TPP재가입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두가지로 해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대비해 TPP 재가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밴 새스 상원의원(내브라스카)도 이날 “중국을 몰아부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TPP가입국들과 룰에 의한 지배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악시오스 “선거앞두고 농업지대 여론 신경 써”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실패에 대비해 TPP재가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워싱턴 통상전문가는 “NAFTA 회원국인 캐나다와 멕시코가 모두 TPP에 가입해 있다”며 “NAFTA 재협상 실패때를 대비해 TPP 가입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지금 NAFTA 재협상을 하고 있는데, 별도의 시간표를 가진 것은 아니다”라며 “타결까지 2주가 걸릴 수도 있고 석 달이 걸릴 수도 있고 다섯 달이 걸릴 수도 있다. 신경 안 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멕시코 대선(7월) 일정등을 감안했을때 늦어도 5월중순까지 타결을 보지 못하면 연내 NAFTA 재협상은 물건너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TPP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우리 방식대로여야 한다”고 조건을 붙였다. 미국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재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조건이다. 지난 1월과 2월 재가입 발언을 했을때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미국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TPP 재가입에 진지한 지 알 수 없다”면서도 “TPP재가입 카드를 다시 언급한 것은 트럼프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농업부문의 피해와 이로인 한 중간선거로의 파급효과를 굉장히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한국도 TPP재가입 추진
한국 정부도 TPP가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TPP가입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고 보고, 그간 미뤄왔던 TPP 가입 문제를 다각도로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TPP가입시 일본에서 자동차및 기계, 부품 수입이 크게 늘기 때문에 그 동안 가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 12개국은 2015년 10월 TPP를 타결했지만 미국이 지난해 1월 탈퇴하면서 지난 3월8일 11개국이 CPTPP(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란 이름으로 출범했다. 현재 참여국의 총 인구는 약 5억 명, 수입 규모는 세계 무역의 14.3%다.
전국경제연합회는 미국이 TPP에 복귀하고 한국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한국이 1조8900억원의 무역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