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25초 영화제 시상식] 2세상 5직 하나뿐인 날… 어머니 생일에 띄운 '25초 영상 思母曲'

입력 2018-04-12 21:39
이마트·한경 공동 주최

735편 출품…당선작 8편 시상


[ 김희경 기자 ]
“에이, 생일 뭐 별거 있나요?”

이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는 민호 어머니. 동료 직원이 “생일이라며?”라고 묻자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다. 고객이 고른 상품 바코드를 찍으며 그저 일에 몰두할 뿐이다. 그런데 바코드가 찍히지 않는 물건이 있다. 노란 봉투의 카드다. “이건 우리 물건이 아닌 것 같은데…”라며 고개를 들어 손님을 바라보니 아들 민호가 케이크를 손에 들고 있다. 아들이 쓴 생일 카드였다. “엄마 생일 축하해요.” 아들의 등장에 어머니는 환히 웃는다.

이하람 감독이 ‘이마트 25초 영화제’에 출품한 25초 영상 ‘2세상 5직 하나뿐인 날’의 줄거리다. 이 작품은 12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몰점 MX관에서 열린 영화제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일반부 대상을 받았다. 어머니의 생일은 바쁘다보면 어머니 자신도, 가족도 그냥 지나칠 때가 있다. 어머니는 늘 “괜찮다”라지만, ‘이 세상 오직 하나뿐인 날’이다.

이마트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제일기획, 한국경제신문 영상콘텐츠전략본부가 주관한 이번 영화제는 특별히 ‘29초 영화제’가 아니라 ‘25초 영화제’로 치러졌다. 국내에서 대형마트 사업을 처음 시작해 올해 창립 25주년을 맞은 이마트의 역사를 함께 기념하기 위해서다. 주제도 이런 의미를 살려 ‘2세상 5직 하나뿐인 OOO’로 정했다. 빈칸에 자유롭게 출품자가 말하고자 하는 대상이나 상황을 넣는 방식이었다.

지난 1월25일부터 지난달 5일까지 진행한 공모엔 일반부 615개, 청소년부 120개 등 총 735개 작품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8개 작품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길이가 4초 줄어든 만큼 짧은 시간 안에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 많았다.

일반부 최우수상은 ‘2세상 5직 하나뿐인 그리움’을 출품한 황대연 감독이 차지했다. 캐나다에서 이민 생활하는 가족이 부모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주인공은 유독 기차 장난감을 좋아하는 남자 아이다. 이유를 묻는 엄마에게 아이는 말한다. “기차 타고 외할아버지 집에 놀러갈 수 있단 말이야.” 한국에서 기차 타고 외할아버지를 만난 기억 때문에 기차를 좋아하는 것이다. 이날 시상식에선 캐나다에 있는 황 감독 대신 아이의 외할아버지가 대리수상해 큰 박수를 받았다.

청소년부 최우수상은 ‘2세상 5직 하나뿐인 공식’을 출품한 강원애니고의 송인찬 감독에게 돌아갔다. 2와 5라는 숫자의 연상기법과 모션 그래픽을 이용해 이마트라는 답에 도달한다. ‘오(5)해’와 ‘이(2)해’ 사이에 놓인 3이란 숫자를 먼저 강조하고, ‘Emart’의 m을 3을 뒤집어서 표현해 냈다.

일반부 우수상을 거머쥔 세 작품은 모두 아버지를 카메라에 담아냈다. 박정호 감독의 ‘2세상 5직 하나뿐인 아빠의 정성’은 무뚝뚝한 아버지 모습을 비춘다. 딸은 오디션 낙방에 상심해 술에 취해 귀가한다. 아버지는 위로의 말 한마디도 쉽게 건네지 못한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난 딸은 아빠가 끓여놓은 따뜻한 이마트 북어 해장국을 발견한다. 5분 만에 완성되는 이마트 제품엔 따뜻한 아빠의 사랑이 담겨 있다.

전호정 감독의 ‘2세상 5직 하나뿐인 아빠의 택배’에선 아버지보다 오히려 딸들이 말이 없다. 딸들은 아버지가 퇴근 후 귀가해도 “오셨어요”라며 TV만 본다. 하지만 택배 아저씨가 벨을 누르면 기뻐하며 달려 나간다. 쓸쓸하게 이를 지켜보던 아버지는 아이디어를 하나 낸다. 벨을 누른 뒤 “택배 왔어요”라고 한 것. 아버지는 딸들에게 고기를 담은 이마트 택배를 내밀며 “우리 고기 파티 할래?”라며 웃어 보인다.

한동석 감독은 ‘2세상 5직 하나뿐인 충전’을 통해 이마트 택배 기사의 모습을 그렸다. 종일 동분서주하며 열심히 택배를 운반하다 보면 곧 온몸이 방전돼 버린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신기하게도 배터리가 채워진다. 아이가 “아빠”하면서 달려와 품에 안긴 때문이다.

청소년부 우수상은 ‘2세상 5직 하나뿐인 내 이 름’을 만든 서산여고 우자미 감독이 받았다. 처음엔 “태연아”라고 불리던 소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 ‘할머니’ 등으로 불린다. 제목에서조차 ‘내 이름’이 아니라 ‘내 이 름’이라고 이름을 강조하듯 띄운 것도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세상 5직 하나뿐인 마음’을 출품한 신도림고의 장마음 감독도 청소년부 우수상을 차지했다. 친구들끼리 생일 선물로 이마트의 노브랜드 제품을 건네며 자신의 진정한 마음도 함께 전한다.

이날 시상식에는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담당, 조일훈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부국장, 수상자들과 가족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가수 닉앤쌔미, P.O.P의 축하공연도 펼쳐졌다. 일반부 대상 1000만원 등 총 3000만원의 상금이 수상자들에게 돌아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