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준비위 자문단과 오찬 간담회
문 대통령 "북미 합의 이행돼야 가능"
"남북, 북미정상회담 성공…어느 것도 쉬운 과제 아니다"
다양한 제안 쏟아낸 자문단
서울·평양에 대표부 설치, 비무장지대 무기 철수
서해 경제클러스터 설치 등 요청
[ 이미아/조미현 기자 ]
과거 두 차례 남북한 정상회담에 관여한 인사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남북 종전을 선언해달라고 건의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정례화하는 한편 서울과 평양에 대표부를 설치하고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무기를 철수해줄 것을 요청했다.
◆“서해 경제클러스터 만들자”
문 대통령은 12일 임동원·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등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들이 대거 포함된 원로자문단을 만났다.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원로단을 공식적으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비핵화는 남북 합의만으로는 안된다” 며 “북·미 간 비핵화 합의가 이행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반드시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시켜 북·미 정상회담 성공까지 이끌어내야 하는데 그 어느 것도 쉬운 과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원로자문단들은 남북한의 종전 선언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통일부 장관으로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준비기획단 단장을 지낸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남북이 절실하게 원하는 걸 미국에 전달해야 하는데 그것은 종전 선언일 것”이라며 정상회담의 정례화 등을 건의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종전 선언을 건의하며 “DMZ 내 소초(GP)에 있는 무기를 철수하고 평양과 서울에 대표부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남북 간 경제협력 아이디어를 제안한 자문위원도 있었다.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는 “2007년 10·4 선언 당시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설치한 것처럼 인천·개성·서해를 엮는 경제클러스터를 만들자”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이후 남북 간 군사적 비대칭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대중 정부에서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황원탁 자문위원은 “북한의 비핵화 이후 남북 간 군사적 균형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으니 미리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비핵화에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단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실천이 중요하다”며 “핵 폐기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니 인내하며 안전운전을 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비핵화하는 데 4년 정도가 적당”
이날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세종연구소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2018 남북 정상회담과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전략’이란 주제로 포럼을 열어 문 대통령에게 다양한 건의를 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매자인 문재인 정부가 욕심을 부리면 중매가 깨진다”며 “남북한과 미국 최고지도자 간 톱다운 방식으로 상호 신뢰를 구축하되, 성과에 대한 공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게 각각 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관한 포괄적 합의를 하고,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 폐기와 교환할 보상에 대한 일괄적 타결을 시도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핵화와 관련해 ‘문재인의 시간표’가 필요하다”며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2년을 내세우지만 우리로선 4년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장렬 국방대 교수는 “북한 핵무기는 결코 용납할 수 없지만 나름의 위협 판단을 기초로 수립한 안보정책의 산물임을 이해한다면, 패전국의 무장해제처럼 비핵화에 접근하지 않고 더 효과적인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중무장화된 DMZ의 비무장화와 남북 공동 정찰 방안도 제안했다.
이미아/조미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