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
[ 박종필 기자 ]
4월 임시국회가 시작된 지 10일(업무일 기준)이 지났지만 국회 본청 4~6층에 있는 각 상임위원회 회의실 문은 닫혀 있다. 법안 논의를 위한 상임위 회의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으면서 적막감도 느껴졌다. 예정대로라면 12일은 부총리·장관 등을 대상으로 대정부질문이 열려야 하지만 일정이 전면 취소되면서 본회의장도 문을 걸어 잠갔다.
하지만 브리핑룸이 마련된 국회 1층과 각 당 원내지도부 집무실이 있는 2층은 정반대 분위기였다. ‘외유성 출장’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거취를 놓고 여야가 거친 언쟁을 주고받았다. 공영방송 이사 추천 방식 변경을 골자로 한 방송법개정안,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등도 여야 극한 대치를 부르는 이슈다. 임시국회를 열 수 없다는 정치권의 ‘핑계’가 한두 개가 아닌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김 원장 의혹 대응 차원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과거 출장을 꼬집으며 ‘너나 나나 다를 바 없다’는 식의 공세를 펼쳤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원내대표가 산하기관 돈으로 가면 공무이고, 김 원장이 산하기관 돈으로 가면 사무인가”라며 “김 원내대표가 공무면 김 원장도 공무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날 당 소속의원들에게 “김 원장 관련 의혹 진상 규명과 청와대 인사체계 점검을 위해 당론으로 국정조사를 요구하겠다”고 공지했다.
김 원장 건이 아니더라도 4월 국회가 어차피 ‘빈손’으로 끝날 것이었다는 뒤늦은 전망도 나온다.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두고는 국회 일정보다 정당의 선거 일정이 우선한다는 정치권의 관습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의원들 대부분은 지역별 지구당(정당의 최하위 지방조직) 책임자이기 때문에 지방의원·기초단체장 공천을 하느라 국회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때마침 ‘김기식 사태’를 맞아 여야가 기다렸다는 듯 상임위를 비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임시국회와 무관한 지방선거 공천 일정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한국당은 이날 6·1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공천자를 국회로 불러 모아 출정식을 했다. 주요 당직자를 비롯해 500여 명이 넘는 당원이 몰렸다. 상임위 일정을 보이콧한 한국당 의원 상당수도 여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