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노사합의서 지각 제출
"인력 구조조정 없이 인건비 감축"
전문가들 "제대로 살리려면 M&A 등 장기 비전 필요"
[ 박신영/박상용 기자 ] STX조선해양이 10일 오후 늦게 인건비 감축을 골자로 한 노사합의서를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산은은 STX조선 노사가 제출한 합의서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검토해 법정관리 신청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산은 안팎에선 STX조선이 법정관리를 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산은은 10일 오후 9시께 “STX조선이 자구계획에 대한 노사 합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인력 구조조정 없이 무급휴직·임금삭감·상여금 삭감 등을 활용한 인건비 75% 감축 등이 노사합의서의 주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은 “STX조선이 제출한 자구계획안이 컨설팅 수준 이상을 충족하는지 검토해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수용 여부를 조속히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TX조선 노사가 제출한 합의서의 내용은 당초 산은 등 채권단이 기대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산은은 STX조선이 회생하려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STX조선 노사는 인력 감축을 하지 않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방안을 산은에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합의서 내용이 채권단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성동조선해양에 이어 STX조선까지 법정관리에 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정부가 가장 신경 쓰는 일자리 측면에서 보면 정상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채권단이 조만간 STX조선의 정상화 방안에 대해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STX조선이 법정관리를 피할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향후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몸집 줄이기와 인수합병(M&A) 같은 장기적 비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조선업체 임원은 “채권단이 STX조선에 쏟아부은 7조9000억원 중 상당수는 저가 수주에 따른 손실액과 납기 지연에 따른 보상 비용, 회사채 상환 등에 쓰였다”며 “생산성을 높이는 등 경쟁력 강화에 들어간 돈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장기 비전 없는 지원은 또다시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이 청산이나 M&A를 통해 조선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2009년 384곳에 달하던 중국 조선사는 118곳으로 줄었다. 이달엔 중국 내 1·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중공업그룹(CSIC)과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의 합병도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도 조선업 불황이 닥치기 이전인 2013년 IHI마린과 유니버설조선이 합쳐져 일본 2위 규모인 JMU(재팬마린유나이티드)로 재탄생됐다.
박신영/박상용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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