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별 온라인 전략 '따로따로'…시너지도 미미
신기술 성과 없고 총수 부재로 과감한 투자 늦어져
[ 안재광 기자 ]
국내 유통업계 1위 롯데가 온라인 분야에서 유독 힘을 못 쓰고 있다. 온라인 매출은 정체됐고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도 미미하다. “오프라인 절대강자였던 과거에 도취해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롯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닷컴의 작년 매출은 1945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감소했다. 이 회사 연매출이 2000억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3년 이후 4년 만이다. 영업손실은 20억원으로 전년에 이어 적자를 냈다. 롯데닷컴 관계자는 “직매입해 중국으로 판매하는 매출이 감소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롯데닷컴의 매출 감소는 온라인 시장에서 롯데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롯데는 2000년 롯데닷컴을 설립했다. 국내 대기업 중 처음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백화점 마트 슈퍼 등 오프라인 유통에서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두각을 나타낼 것이란 기대가 컸다.
현실은 달랐다. 온라인 시장 규모는 2001년 3조원대에서 지난해 약 78조원으로 23배 이상 커졌지만, 그 과실은 G마켓 옥션 11번가 등 경쟁사가 대부분 가져갔다. 롯데닷컴 매출은 2013년 설립된 쿠팡의 작년 매출(약 3조원·추정액)의 1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에선 롯데그룹의 ‘온라인사업 전략 부재’에서 원인을 찾는다. 롯데에는 닷컴 이외에 백화점(엘롯데) 홈쇼핑(롯데아이몰) 등 여섯 개 온라인몰이 더 있다. 계열사마다 따로 온라인사업에 뛰어들어 사업 역량이 분산됐다. 신동빈 회장이 “같은 사업을 계열사가 저마다 해야 하느냐”고 의문을 가졌을 정도다.
롯데와 달리 경쟁사인 신세계는 2014년 SSG닷컴이란 하나의 채널로 온라인사업을 통합했다. 2014년 1조원대 초반에 불과하던 SSG닷컴 매출은 작년 2조원으로 3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오너인 정용진 부회장이 주도적으로 온라인 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신세계는 해외에서 1조원대 투자를 받아 올해 온라인 전담 법인까지 세울 예정이다.
롯데도 지난해 온라인사업 통합을 검토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각 유통 계열사 간 이해관계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온라인몰을 통합하면 매출을 어떻게 잡을지, 어떤 계열사가 주도권을 갖고 운영할지 등이 문제가 됐다.
온라인사업 통합은 이뤄지지 않았고, 롯데닷컴을 포함해 일곱 개 계열사가 ‘어정쩡하게’ 경쟁하는 상황은 이어졌다. 롯데는 면세점을 제외한 여섯 개 계열사 온라인유통사업부의 배송, 운송, 회원관리 등만 합치는 수준에서 ‘소규모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 회장이 2015년부터 경영권 분쟁과 최순실 국정농단 재판을 받고 현재 구속 수감돼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온라인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하려면 오너의 의지와 결단이 중요한데, 지난 2년간 온라인 부문에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사업만 정체된 게 아니다. 롯데가 ‘신기술’로 내세우는 서비스들도 성과가 미미하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서울 본점에 도입한 쇼핑도우미 로봇 ‘엘봇’은 이용객이 많지 않아 ‘보여주기식 서비스’란 비판이 내부에서 나올 정도다.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한 ‘가상 피팅 서비스’는 온라인 매출로 연계가 안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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