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 아시아판 아마존의 꿈… '가업' 대신 '창업' 택한 LS 장손·쑨원 증손자

입력 2018-04-09 19:33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어니스트비

구본웅·조엘 쑨의 '의기투합'
음식·택배 등 1시간 이내 배달
창업 2년만에 亞 8개국서 영업
올 예상 거래액 2600억원 달해

남들과 다른 성장모델로 승부
초기 사업모델 외부유출 막으려
사업설명회 열지 않고 자금조달

올해 오프라인 유통업 본격진출
온라인 상품 종류도 확대


[ 송형석 기자 ] ‘아시아의 아마존.’ 2015년 7월 싱가포르에서 창업한 전자상거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어니스트비(Honestbee)가 내건 슬로건이다. LS그룹의 장손으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포메이션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본웅 대표(40)와 ‘중국 건국의 아버지’ 쑨원의 증손자이자 중국 부동산 대기업 선그룹캐피털의 수장 조엘 쑨(Joel Sng·37) 대표가 의기투합해 이 회사를 설립했다.

아시아 주요국의 유통 및 외식업체들과 제휴해 소비자에게 팔 상품을 공급받고, 이를 한 시간 안에 소비자 가정으로 배달한다는 게 비즈니스 모델의 골자다. 스타트업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만큼 비즈니스 스케일이 크다.

어니스트비의 도전은 최고경영자(CEO)인 쑨 대표의 탄탄한 동남아시아 네트워크에 실리콘밸리 창업 전문가인 구 대표의 지원사격이 더해지면서 조금씩 현실로 바뀌고 있다. 어니스트비는 창업 2년여 만에 싱가포르 대만 태국 일본 등 아시아 8개국에 법인을 갖췄다. 올해 예상 거래액도 2억4000만달러(약 2600억원)에 이른다.


◆이미 아시아 8개국에서 입지 굳혀

어니스트비의 시작은 ‘배달’이었다. 레스토랑 음식과 인근 슈퍼마켓의 신선식품, 택배 물건 등을 소비자 가정에 배달하면서 회사 브랜드를 알렸다. 한국으로 치면 ‘배달의민족’(음식 배달)과 ‘마켓컬리’(쇼핑 대행) 등의 사업모델을 합해 놓은 격이다.

어니스트비의 배송은 ‘딜리버리 비(delivery bee)’로 불리는 배송 파트너가 담당한다. 이들은 실시간으로 배송을 의뢰받을 수 있는 어니스트비의 물류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직원을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인 배송이 가능한 이유다. 소비자도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플랫폼에 접속해 주문한 상품이 어디까지 왔는지 파악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보다 물류 플랫폼 구축에 중점을 둔 것은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사전포석이었다고 어니스트비 측은 설명했다. 압도적인 물류 경쟁력으로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한 아마존과 비슷한 전략이다. 동남아 지역에서 ‘주문 후 한 시간 배송’이 가능한 업체는 어니스트비가 유일하다.

구 대표는 “동남아에도 전자상거래 업체는 많지만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체계적으로 배송망을 관리하는 곳은 없다”며 “오토바이와 트럭 배송망을 관리하기 위해 실리콘밸리 A급 인재들을 사업 초기부터 투입했다”고 말했다.

어니스트비는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 메이저 업체로 손꼽힌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신선식품과 음식을 대문 앞까지 배달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충성 고객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미 지난해 3분기 누적 배송 건수가 100만 건을 돌파했다.

최근엔 사업범위도 넓어졌다. 소비자를 대신해 빨래를 세탁소에 맡기고 찾아오는 사업을 시작했으며 테마파크 및 공연 티켓 등도 판매한다. 제휴사 역시 많아졌다. 현지 업체들은 물론 코스트코, 카르푸, 맥도날드, KFC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도 어니스트비의 배송망을 활용하고 있다.

◆사업모델 유출 막으려 펀딩 늦춰

어니스트비는 창업 초기 수시로 사업설명회를 열어 단계적으로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기존 스타트업의 성장모델을 따르지 않았다. 회사 정보가 일찍 외부로 알려지면 사업모델이 엇비슷한 경쟁자가 출현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부족한 초기자금은 구 대표가 나서 메웠다. 포메이션그룹은 2015년 엔젤투자 단계에서 4000만달러(약 430억원)를 투자했다. 시리즈B나 시리즈C 단계에서 검토할 만한 거금을 일찌감치 베팅했다.

구 대표는 “최근에야 어니스트비가 경쟁자들이 추월하기 힘든 단계까지 성장했다는 확신이 생겼다”며 “앞으론 정상적으로 외부 자금도 받고 회사의 덩치도 키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어니스트비는 올해부터 오프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우선 연내 싱가포르에 신선식품 매장과 레스토랑을 결합한 대규모 매장을 연다. 로마와 뉴욕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그로서란트(grocery+restaurant)인 이탈리(Eately)의 아시아판인 셈이다.

어니스트비는 이런 콘셉트의 매장을 아시아 주요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휴공간이 있는 대형 매장을 보유한 현지 제휴업체가 많은 만큼 사업을 확대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종류도 점차 늘려나갈 방침이다.

팰로앨토=송형석 특파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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