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리스트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
한국시장 진출 성공한다 해도
'골목상권 침해' 오명 쓸 공산 커
창업한 뒤 국내 안주해선 안돼
실리콘밸리처럼 사업모델 만들어
세계시장으로 과감히 눈 돌려야
[ 송형석 기자 ]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는 뉴스를 몰고 다니는 인물이다. 출신부터 범상치 않다. 그는 고(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의 맏아들이다. 그럼에도 LS그룹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살아가고 있다. 가상현실(VR) 기기를 제조하는 오큘러스VR에 1250만달러를 투자해 2014년 페이스북에 되판 사례가 유명하다. 포메이션그룹의 전신인 포메이션8은 이 거래로 투자금의 10배를 벌어들였다.
투자 스타일도 다른 벤처캐피털리스트들과 확연히 다르다. 구 대표가 이끄는 포메이션그룹은 8개 기업에만 투자하고 있다. 최소 30~40개 기업 지분에 나눠 투자해 위험을 낮추는 경쟁사에 비해 훨씬 더 공격적이다. 대신 투자한 회사에서 임원처럼 일한다. 어니스트비에서도 실리콘밸리 전문가 인선부터 한국 상품 소싱까지 다양한 업무를 직접 처리하고 있다.
▷LS그룹이 아니라 실리콘밸리를 택한 이유가 있는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서 전통산업이 궁지에 몰린 것도 실리콘밸리를 택한 이유 중 하나다. 기존 산업군은 성장성 면에서 한계가 있다. 어니스트비의 창업자인 조엘 쑨 대표도 나와 똑같다. 중국 재벌가 사람이지만 과감히 창업을 선택했다. 도전해야 새로운 기업,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
▷포메이션그룹은 다른 벤처캐피털들과 역할이 다른 것 같다.
“성공할 만한 기업을 고르는 것보다 고른 기업을 어떻게든 성공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투자자와 컨설턴트의 역할을 겸한다고 보면 된다. 아예 처음부터 포메이션그룹이 실리콘밸리에서 쌓아온 경험과 네트워크가 도움이 될 만한 기업을 고른다. 여러 기업에 찔끔찔끔 투자하고 박수부대로 남는 것은 성격에도 맞지 않는다. 가끔 내가 투자자인지 경영자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어니스트비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던 배경이 궁금하다.
“어니스트비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는 특별하지 않다. 시장과 타이밍을 잘 맞춘 것뿐이다. 동남아시아 유통업체들은 아마존 및 알리바바의 시장 잠식을 걱정하지만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어니스트비가 기존 업계와 공생할 수 있는 플랫폼이며 아마존 및 알리바바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어필한 게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던 요인이라 보고 있다.”
▷어니스트비가 한국에서 사업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있는가.
“솔직히 한국은 껄끄러운 시장이다. 신세계와 같은 유통 공룡들과 출혈경쟁을 해야 하고 살아남는다고 해도 ‘외국 기업이 골목상권에 피해를 입힌다’는 오명을 쓸 가능성이 높다. 직접 한국에 진출하는 대신 한국의 상품과 서비스를 동남아로 가지고 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국의 화장품과 먹거리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 유통업체들을 벤치마킹한 부분도 있는가.
“한국 회사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한 부분들이 강하다. 백화점 및 할인점이 단골들에게 포인트를 주고 재구매를 유도하는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고객을 응대하는 매뉴얼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어니스트비 경영진과 함께 한국 유통업체들의 이 같은 노하우를 적극 연구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한국은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좋은 시장이 아니다. 시장은 작고 경쟁도 치열하다. 펀딩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 동남아는 한국 기업에 우호적이고 진입장벽도 낮은 편이어서 얼마든지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포메이션그룹도 동남아 시장을 노리는 괜찮은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면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팰로앨토=송형석 특파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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