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딩스 이어 세아제강 지주사 전환
美 관세부과 등 수출 악화에 해외 생산기지 효율 관리 필요
이주성 부사장, 강관에 집중… 홀딩스 이태성 부사장은 특수강
각각 분야 나눠 책임경영 강화
"그룹 계열분리는 안한다"
[ 김보형/박상용 기자 ] 국내 최대 특수강·강관 제조사로 철강업계 3위인 세아그룹이 3세 간 ‘사촌 경영’ 강화에 나섰다.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주성 세아제강 부사장이 이끌고 있는 세아제강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 회장의 형인 고(故) 이운형 세아그룹 선대 회장의 장남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과 사촌 간 경영 범위를 명확히 나눠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세아제강은 9일 이사회를 열고 투자사업을 총괄하는 ‘세아제강지주’(존속회사)와 제조사업을 맡는 ‘세아제강’(사업회사)으로 회사를 분할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세아제강의 강관 제조·판매업 등 제조 사업부문을 신설회사로 분할하고 기존 주주가 지분율에 비례해 분할 신설회사 주식을 배정받는 인적 분할 방식이다. 오는 7월27일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9월1일자로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나뉘게 된다.
세아제강 측은 “국내외 계열사 관리의 효율성과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지주사 도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세아제강은 미국과 캐나다,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등 7개국, 14곳에 해외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판재사업부(세아씨엠) 분할과 인수합병(M&A) 및 회사 신설 등으로 자회사 수가 증가하면서 지속성장을 이끌어갈 지주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세아그룹은 기존 지주사인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 등 두 개의 지주사를 갖게 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지주사인 SK(주)와 SK디스커버리를 각각 책임지고 있는 SK그룹과 비슷한 형태다.
세아그룹 특수강사업(세아베스틸, 세아창원특수강)을 맡고 있는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과 강관사업(세아제강)을 담당하는 이주성 부사장은 1978년생으로 ‘동갑내기 사촌지간’이다.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나란히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태성 부사장은 사업회사인 세아베스틸 부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세아제강의 지주사 설립으로 세아그룹은 창업주인 이종덕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운형 선대 회장과 차남인 이순형 현 회장 등 오너 2세 간 ‘형제 경영체제’에서 이태성 부사장과 이주성 부사장의 3세 간 사촌 경영체제로 넘어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관세 부과 조치로 대(對)미 철강 수출 여건이 악화된 점도 세아제강이 지주사 설립에 나서게 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세아제강의 미국 수출 의존도가 71%에 달하는 만큼 다른 해외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주성 부사장은 강관 분야에서 글로벌 생산·판매 체제를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세아제강의 지주사 설립에도 불구하고 세아그룹의 계열 분리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세아제강의 지주사 전환은 3세 경영인들의 책임경영과 독립경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라며 “세아그룹의 계열분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형/박상용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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