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과 서울, 그리고 평양을 잇는 남북 예술단의 문화 교류가 남북의 긴장 관계를 녹이는 최고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오는 27일 열릴 예정인 ‘2018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신기자들이 남북한 예술단 교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놔 눈길을 끈다.
외신 기자들과 함께 국내외의 다양한 이슈들을 살펴보는 아리랑TV의 신개념 뉴스 토론 <포린 코레스폰던츠(Foreign Correspondents)>에서 이란 Press TV의 프랭크 스미스(Frank Smith)기자는 "4월 1일(남한 예술단 단독 공연) 공연을 봤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조금 무겁고 공격적인 분위기가 낯설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좋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평양에서 울려 퍼진 K-POP에 대해 외신기자들은 대체로 후한 점수를 줬다.
프랑스 공영방송 RFI의 프레데릭 오자르디아스(Frédéric Ojardias)기자 역시 "남측 가수들이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관객들 앞에서 공연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흥미로웠다"며 북한 관객들의 관람 태도에 주목했는데, "그들의 뜨거운 호응도 놀라웠다"고 평했다.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 첫날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부부가 깜짝 방문해 화제를 모았다. 공연을 본 김 위원장은 더 많은 남북 교류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가을에는 서울에서 공연하자"고 즉흥적으로 제안했다. 또한 남측 가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관영 언론에도 기념사진을 공개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태도에 프레데릭 오자르디아스 기자는 "김 위원장이 이번 공연을 진심으로 즐긴 것 같다. 적어도 그렇게 보인다. 추측으로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레드벨벳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개인시간을 가질 때 K-POP과 한국 드라마를 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13년 만에 열린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에는 조용필, 최진희, 백지영, 레드벨벳 등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11개 팀 25명의 가수들이 참여했다. 이번 공연을 지켜본 북한 주민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이전과는 달리 남측 예술단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K-pop에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
대중음악 위주로 예술단의 공연이 진행된 이유에 대해 프랭크 스미스 기자는 "대중가요가 북한에서 그나마 접하고 받아들이기 쉬운 예술 공연이기 때문"이라고 판단하면서, "대중음악은 북한의 권력층뿐만이 아니고 일반 시민들에게도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그런가 하면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의 엘리스 후(Elise Hu) 기자는 남측 예술단의 공연에 대한 취재 후기를 전하면서 "강남에서 내가 인터뷰 한 사람들은 흔히 향수를 느꼈다고 했는데, 이들은 모두 40대 이상이었고 베이비붐 혹은 X세대에 포함된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들이 지금의 20대 청년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공연을 보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북한과 통일을 보는 관점에서 여전히 세대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10일 방송되는 <포린 코레스폰던츠(Foreign Correspondents)>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과, 30여 년 동안 이어진 남북한 예술단 교류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다.
한편, 남북한 예술단 및 태권도 시범단의 공연으로 물꼬를 튼 남북 문화예술·체육 교류가 남북정상회담 이후 본격화할 전망이다.
황성운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평양을 방문한 자리에서 문화예술 및 체육 교류에 대해 북측과 다양한 논의를 했다”며 “실무적인 협의는 오는 27일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 이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