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주주총회 의결 요건을 발행주식 총수의 25%에서 2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한경 4월9일자 A1면). 지난 2~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감사 선임 등 안건을 처리하지 못한 상장사가 77곳에 이르자 부랴부랴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의결정족수 미달로 인한 ‘주총대란’ 사태는 지난해 말 섀도 보팅(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도 참석 주주들의 찬반 비율대로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이 일몰로 폐지될 때부터 예고됐다. 그런데도 손놓고 있다가 뒤늦게 나선 것은 현장 목소리에 귀 막은 ‘탁상행정’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이 대책으로 ‘주총대란’을 해소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주총대란이 벌어진 77곳 중 97.5%가 중소·중견기업이었다. 대부분 기관투자가와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곳이다. 주총에 참석한 소액주주 주식 총수가 1%도 안 되는 곳이 많았다고 한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내년에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감사위원 선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장사는 199개나 된다. 2020년에는 이 수가 224개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의결정족수에 필요한 주식 총수를 조금 완화한다고 해도 주총대란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외국의 경우 주총에 의결정족수 규제를 둔 곳은 많지 않다. 미국 영국 독일 호주 중국 등은 참석주주의 50%만 넘으면 보통결의로 안건을 처리할 수 있다. 일본에선 주총 성립 요건으로 전체 주식의 50% 이상 참석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업이 정관으로 이를 배제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주총과 관련된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차제에 차등의결권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차등의결권은 복수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발행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지분이 적은 대주주가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벤처기업의 경영권 방어에 효과적이다. 마침 정부는 소액주주 권리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거기에 대한 맞대응으로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면 경영권 방어에도 도움이 되고, 주총 의결정족수 문제 해결도 더 수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