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목 산업부 기자
[ 노경목 기자 ]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5일자 ‘삼성 핵심 기술 줄줄이 공개하는 정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산업재해 피해 입증을 이유로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기술을 무분별하게 공개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부의 첫 반응을 전해 들은 때는 당일 오전, 독자 전화를 통해서였다. 기사를 읽고 너무 화가 난 독자가 고용부에 문의했더니 담당 공무원이 “기자가 짜깁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언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해 불리한 상황을 넘기려는 시도는 종종 있는 일이다. 개별 공무원의 일탈을 굳이 문제 삼고 싶지도 않다. 다만 기사에 대한 고용부의 공식 해명자료가 ‘짜깁기’로 점철돼 있어 짚고 넘어가려 한다.
고용부는 공개하기로 한 각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공장 구조 및 공정순서, 화학약품 등 명시)에 “기업의 영업비밀로 볼 만한 정보가 없다”며 지난 2월 대전고등법원 판결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반쪽짜리’ 인용이다. 대전고법의 판단은 반도체 후공정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온양공장에 한정된 것이다. 전공정인 기흥·화성공장은 물론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탕정공장, 지난해 9월 가동을 시작해 산업재해 피해자가 나오지 않은 평택공장까지 확대해 적용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
고용부는 “영업상 기밀이라도 사람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정보는 공개해야 한다”는 지난해 10월의 서울고법 판결도 예로 들었다. 역시 사실과 다르다. 당시 서울고법은 중요도가 높은 정보는 제외하고 공개하도록 했다. 개인 신상과 관련한 내용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청구자에게 제공하겠다는 고용부 입장과 차이가 크다.
행정법원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다른 공장에 대한 정보 공개를 놓고 소송을 벌이기 귀찮으니까 기관이 미리 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기사가 나간 직후 고용부 담당자는 “산업계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시대 흐름이 바뀐 걸 어쩌겠나”고 했다. 3쪽에 걸친 왜곡자료보다 사실에 더 가까운 말이다. 정부가 보기에는 산재 피해 입증이 산업정보 보호보다 중요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런 입장을 떳떳하게 밝히고 국민에게 평가받으면 된다. 무엇이 두려워 왜곡된 해명을 내놓는가.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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