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1조2010억 어치 순매도
전기·전자 등 수출株에 집중
상장사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하반기로 갈수록 작아질 듯
"외국인 영향 적은 중소형株
화장품·유통株로 눈길 돌려야"
[ 임근호/노유정/오형주 기자 ]
미·중 무역분쟁과 원화 강세, 기업 실적 전망 하향이라는 ‘3중고’가 국내 증시를 덮쳤다. 올 1월 2598.19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지난 6일 2429.58로 마감했다.
위험이 높아질 때마다 항상 먼저 발을 빼는 외국인이 이번에도 ‘셀 코리아’에 나섰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 2주간 1조201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올 들어 지난달 23일까지 약 석 달간 4563억원 규모로 순매수한 것과 비교된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순매도는 전기·전자 등 수출주에 집중됐다”며 “미국과 중국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지난달 말부터 원화 강세가 빠르게 진행된 탓”이라고 말했다.
◆무역분쟁 시 한국, 대만 타격 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중국산 수입품에 500억달러 규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시장엔 낙관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일 1000억달러 관세를 중국에 추가 부과할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하고,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대중 관세는 협상의 일환”이라던 말을 바꿔 6일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는 엄포가 아니다”고 밝히면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문다솔 흥국증권 연구원은 “아직은 양국이 말로만 치고받는 수준이지만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창끝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지만, 무역분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국가는 대만과 한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국은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을 통해 글로벌 가치사슬에 깊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대만 증시에서도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3일까지 7거래일 동안 522억대만달러(약 1조9000억원)를 순매도했다. 대만 증시는 4일부터 6일까지 휴장이었다.
◆원화 강세로 외국인 환차익 매력 하락
원화 강세도 한국 증시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달러당 1050~1090원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2일의 1056원60전은 3년5개월 만에 최저였다.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환율 조작 금지를 강하게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데다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가 오는 17일 전후로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에 환율이 하락세(원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3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며 “환율이 하락할 만큼 하락하면 외국인에게 원화 자산 매력이 확 떨어지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이 원화가 가장 비쌀 때 주식을 사면, 나중에 원화 가치가 떨어졌을 때 환차손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향 조정되는 기업 실적 전망
하반기로 갈수록 기업 실적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과 순이익 추정치는 한 달 전보다 각각 0.7% 줄었다. 3개월 전보다는 영업이익이 4.3%, 순이익이 4.8% 감소했다.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1분기에 예상을 웃돈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는 원화 강세가 나타나기 전이고 반도체라는 예외적인 업종이기 때문”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하향 조정폭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늘어나 올해 사상 최대치 실적은 이어가겠지만, 그 폭이 지금 시장에 반영된 예상치보다 낮아 주가를 끌어내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분기별로 보면 올해 4분기에 상장사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치가 잡혀 있는데, 이는 과도하다”며 “애널리스트들이 과감하게 하향 조정하지 못하고 하반기에 단순하게 이익을 몰아넣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3중고’의 영향이 적은 업종과 종목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외국인의 영향이 적고 정책적 수혜가 예상되는 중소형주나 환율 영향이 적은 내수주, 중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실적 전망치 상향이 예상되는 화장품주, 유통주 등이 꼽힌다.
임근호/노유정/오형주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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