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매수 예정자 관망세
호가 공백 최대 2억 벌어져
[ 허란 기자 ]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1주일 만에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단지에서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8일 서울 주요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매도 예정자와 매수 예정자가 일제히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거래가 끊겼다”고 입을 모았다. 박국현 반포동 가든공인 대표는 “매수세가 안 따라주면서 거래가 사라졌다”며 “점포 월세도 못 낼 판”이라고 말했다.
오는 9월 입주를 앞둔 반포래미안아이파크 반포푸르지오서밋 등 신축 아파트 매수 문의는 꾸준하지만 매수·매도자 간 호가 차이가 1억~2억원가량 벌어졌다.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는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에다 사업 장기화 우려까지 겹쳤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선 매물이 쌓이고 있다. 매수·매도자 간 호가 격차가 5000만원 이상 나기 때문이다. 이승열 금마로공인 대표는 “매도자들도 급할 게 없다는 분위기여서 호가가 추가로 급락하진 않고 있다”고 전했다.
강북에서도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긴 마찬가지다. 성동구 행당동 LBA팔방공인의 조성은 대표는 “지난달 중반부터 거래절벽 조짐을 보이더니 이달 들어 매수 문의 자체가 사라졌다”며 “대신 서울숲리버뷰자이 등 신축 아파트 전세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냉각기가 6월 지방선거 시점을 넘어 7~8월 여름 비수기까지는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시중금리 인상에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거래절벽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으로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6%를 기록했다. 상승률이 연초 대비 반토막 났다. 인기 주거지역인 서초구(-0.04%)와 성동구(-0.06%)는 하락 전환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의 직격탄을 맞은 양천구(-0.02%)와 노원구(-0.04%)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송파구는 보합(0%)을 나타냈다. 송파구 잠실동 K공인 대표는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등 3대 잠실 아파트 호가가 최근 한 달 새 5000만~7000만원가량 떨어졌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거래절벽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매도·매수자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보유세 개편안이 윤곽을 드러낼 때까지는 관망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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