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硏 "소장 교체 관철 안되자
6월부터 20억 예산지원 중단"
KIEP "국회 지적사항 실행"
靑, 인사 개입 등 주장 전면부인
[ 임도원/조미현 기자 ]
미국의 한·미 관계 싱크탱크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 소장에 대한 청와대의 교체 압박 여부를 놓고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USKI에 예산을 지원하는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구재회 소장(사진) 교체를 요구하다 관철되지 않자 지원을 중단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USKI 측은 “청와대 일부 인사가 개입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청와대와 KIEP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KIEP는 8일 ‘USKI 예산 지원 중단과 소장 교체에 대한 청와대 개입 의혹’ 보도 관련 해명자료를 통해 “예산 지원 중단이나 소장 교체 요구와 관련해 청와대나 여타 외부의 영향은 없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국회 차원의 문제 제기에 따라 정부 내에서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이 연구소의 개혁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구 소장 교체를 요구한 것”이라며 “청와대가 직접 소장 교체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KIEP는 지난해 말 USKI의 불투명한 예산 운영 등을 문제삼아 개선 방안을 요구했다. 하지만 개선 방안이 미진하다고 판단한 KIEP는 올초 한국을 방문한 발리 나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학장에게 구 소장 해임을 요구했으나, 나살 학장은 “학문 자유의 침해”라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KIEP는 USKI에 매년 지원하던 20억원의 예산을 오는 6월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USKI에 대한 예산 지원 논란은 19대 국회 당시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금융감독원장)의 문제 제기로 시작됐다. 김 전 의원은 “USKI 예산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내역도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데, 정부 예산을 한 해 20억원씩 지원하는 게 말이 되냐”며 예산 지원 중단을 요구했다.
일각에선 정부와 정치권에서 ‘방만한 운영’을 문제삼아 USKI 지원 중단과 구 소장 교체를 요구하고 있지만 속내는 보수성향 단체에 대한 정부 예산 지원을 반대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USKI의 대북 관련 활동이 줄곧 대화를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어긋난다는 판단에 따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USKI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NORTH’는 핵·미사일 개발 상황 등 북한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추적해 올리고 있다.
USKI는 한·미 관계 연구와 양국 간 네트워크 증진을 위해 한국 정부 예산 4억원을 받아 SAIS 산하에 2006년 설립됐다. 구 소장은 2007년부터 12년째 소장직을 맡고 있다. 국내 주요 정치인, 언론인 등이 방문연구원으로 다녀왔으며 현재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방문학자로 등록돼 있다.
임도원/조미현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