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통영함 납품 등 ‘8대 방위산업비리’ 사건 무죄판결률이 44.4%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경 4월7일자 A27면). 검찰이 방산비리 혐의로 구속기소한 36명 가운데 16명이 무죄 판결(2심 또는 상고심)을 받은 것이다.
검찰 내 대규모 방산비리 전담조직까지 꾸려 현역 장성과 장교, 예비역들을 대거 기소하면서 잠재적 범죄자로 몰았지만, 무죄율은 일반 형사 등 다른 분야보다 10~20배나 높았다. 방산업체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행정처분도 문제로 지적된다. 방위사업청이 방산업체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 패소율은 민사 36%, 행정 28.2%에 달했다. 의욕만 앞세운 무리한 기소, ‘권력 갑질’이라는 비판을 들을 만하다.
방산분야 무죄율이 높은 것은 검찰의 전문성 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적 압박과 여론 흐름에 따른 과잉 수사도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검찰 내에선 무죄 가능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소를 강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발상은 검찰 편의주의적이고 반인권적 사고일 뿐이다. 방산비리 수사선상에 오른다는 자체만으로도 관련 업체는 경영상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문을 닫은 회사도 있다.
지난해 검찰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이 잡듯이 뒤졌지만 개인 비리 이외 별다른 혐의를 찾지 못했다. KAI는 고등훈련기 T-50 수주 활동이 차질을 빚는 등 후유증에 시달렸다. 최윤희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등 4성 장군들은 비록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40년 안팎 쌓은 명예를 한순간에 잃었다.
물론 비리가 있다면 죄를 묻는 것은 당연하다. 방위사업청 역시 업계 비리가 있으면 제재를 내려야 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각종 통계를 보면 유독 방산비리 부문에서 검찰과 방사청이 부실 수사와 징계를 남발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방사청이 패소로 돌려준 추징금의 이자 비용만도 7년간 32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관련 업체와 군 장성들이 입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는 무엇으로 다 보상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