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美에 보복관세 부과하겠다"…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에 맞대응 착수

입력 2018-04-06 18:39
WTO 이사회에 통보
年 4억8000만달러 규모


[ 조재길/성수영 기자 ] 미국이 지난 2월 발동한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맞서 정부가 연간 4억8000만달러 규모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의 세이프가드에 한국이 처음으로 보복조치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국내로 수입되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양허 정지를 세계무역기구(WTO) 상품이사회에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자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할 때 관세를 높이거나 수입 물량을 제한하는 긴급 조치다. 양허 정지는 세이프가드 발효로 수입 제한 등 피해를 입은 국가가 취할 수 있는 대응 수단으로, 낮은 관세율(양허세율)을 폐지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보복 관세다.

이용환 산업부 통상협력심의관은 “미국이 발동한 세이프가드가 자유·공정 무역을 추구하는 WTO 정신에 위배된다는 점을 들어 미국에 수출 피해 보상을 요구해왔다”며 “한·미 간 협상이 최종 결렬됐기 때문에 미국 제품을 대상으로 한 일시적인 양허세율 정지를 WTO에 통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산 제품에 실제로 보복 관세를 매기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WTO 협정문에 따르면 세이프가드 발동국에 양허 정지가 3년간 적용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어서다. 이 심의관은 “미국을 상대로 WTO에 제소해 승소하거나 최소 3년이 지나야 비로소 양허 정지를 실행할 수 있다”며 “어떤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인지는 양허 정지 적용이 가능한 시점에 국내외 상황을 감안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보복 관세는 국내 기업이 입은 피해액에 따라 결정된다.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이 추가로 부담하는 관세가 연간 4억8000만달러(대형 가정용 세탁기 1억5000만달러, 태양광 모듈·전지 3억3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산업부는 추산하고 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등을 보면 우리 통상당국이 상당히 밀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세이프가드와 관련해 국내 기업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만큼 WTO 제소 등 적극적인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재길/성수영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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