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방문 중 IT·엔터 거물 만나
"데이터센터·영화관 건설해 달라"
[ 이설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와 무기 분야에 집중된 미국과의 경제협력을 엔터테인먼트와 정보기술(IT) 분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3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 중인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사진) 주도로 이런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주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회장 등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 거물을 차례로 만났다.
지난 2일에는 사우디 관계자들이 디즈니 본사를 직접 찾아가 ‘사우디 내에서 계획 중인 엔터테인먼트 허브 건설에 참여해 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 연예기획사 인데버의 지분 인수 협상과 아마존, 구글과 협력해 자국 내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WSJ는 빈살만 왕세자의 이번 방미 목적 중 하나가 “오랫동안 석유 판매와 무기 계약에 기반해온 미국과의 사업적 관계를 재구축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6년부터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중장기 경제사회 개혁 ‘비전 2030’을 추진해온 사우디가 이제 데이터센터부터 영화관까지 미국의 IT·엔터테인먼트산업을 자국으로 들여오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사우디 진출은 이미 시작됐다. 영화관 체인을 운영하는 미국 AMC엔터테인먼트홀딩스는 사우디 국부펀드와 합작 법인을 설립, 오는 18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상업 영화관을 개관한다. 사우디에 상업영화관이 운영되는 건 1980년 이후 38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과 사우디 합작법인은 향후 5년간 사우디에 40개의 영화관을 열 계획이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