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방탄소년단'소속사에 2천억 투자…'방탄쇼크'에 기획사 지각변동

입력 2018-04-05 11:43
수정 2018-04-05 13:20


넷마블 방준혁과 방탄소년단을 키운 방시혁 형제가 손을 잡았다.

4일 넷마블은 한류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에 2014억 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넷마블은 이번 투자를 통해 빅히트의 지분 25.71%를 확보해 방시혁 대표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이로써 빅히트 방시혁 대표는 연예계 최고부호 자리를 예약했다.

내년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빅히트의 최대주주는 지분 50.88%를 보유한 방시혁 대표다. 25%가 2,014억 원에 팔렸으니 50% 넘게 보유한 방 대표의 주식가치는 4,000억 원이 넘는 셈이다.

방 대표는 1994년 서울대 미학과 재학 시절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에서 동상을 받으며 연예계에 진출해 1997년부터 가수 박진영이 설립한 JYP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 각종 히트곡을 작곡했다. 방 대표는 2005년 JYP를 나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를 차렸고 2013년 첫 남성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을 데뷔시킨지 5년차만에 최고 부호 자리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

방탄소년단은 ‘FACE YOURSELF’ 발매 후 전 세계 49개 지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으며, 수록곡 'Don't Leave Me'는 35개 지역 ‘톱 송 차트’ 1위에 올랐을 정도로 국제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방 대표는 이처럼 방탄소년단의 성공에 이어 국내 게임 업계 1위 넷마블 리더이자 친척 동생인 방준혁 의장의 투자까지 받으며 다시 한 번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방탄소년단의 '빅 히트'는 연예 기획사 ‘빅3’ 구도를 완전히 흔들어 놨다.

빅히트는 방탄소년단 인기에 힘입어 작년 영업이익 325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대형 3사인 SM, YG, JYP를 뛰어넘는 실적이다.

JYP엔터 지분 16.16%를 보유한 박진영 씨의 지분가치는 1년 전 299억원에서 1100억원대로 늘었다. 박 씨의 지분가치는 2011년 11월 YG엔터테인먼트가 상장된 이후 처음으로 양현석 대표를 앞섰다.

YG엔터 지분 17.33%를 보유한 최대주주 양 대표의 지분가치는 929억원이다. 양 대표는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에 힘입어 지분가치 3000억원대 주식부자에 올랐지만 이후 간판그룹인 빅뱅이 군에 입대하고 신인그룹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며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

지금까지 연예계 인물 중 주식평가액 1위였던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으로 주식 평가액이 약 2,110억 원 수준이다.

방준혁 의장과 방시혁 대표는 이미 수년 전부터 게임·K팝 등 양사가 가지고 있는 지적 재산권을 함께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는 각종 방안을 구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한 BTS 월드라는 게임을 개발 중인 넷마블은 "이번 투자는 글로벌 게임, 음악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넷마블과 빅히트, 양사 간의 사업적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의 IP를 활용한 게임의 흥행력은 타사의 모바일 게임 '슈퍼스타 BTS' 등을 통해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이 게임은 3월 출시 2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500만건을 기록했으며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와 미국 등에 서비스 됐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넷마블게임즈는 'BTS 월드'를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방탄소년단 IP 파워를 활용해 국내외 마케팅효과를 강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넷마블게임즈가 빅히트를 통해 새로운 사업군으로 영역을 넓혀 나갈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넷마블게임즈는 3월 주주총회에서 사업다각화를 위해 음원, 영화, 애니메이션 제작, 유통, 판매, 판권구입, 배급, 상영 관련사업을 정관에 사업목적으로 추가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이수만 회장의 SM엔터테인먼트 또한 공격적인 외연 확장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SM은 지난달 한류스타 배용준이 설립한 배우 매니지먼트사 키이스트와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 FNC애드컬쳐를 인수했다.

국내 대표 음악 기업인 SM이 배우와 예능 MC 분야의 매니지먼트 사업을 강화해 한류와 방송 콘텐츠 파이를 키우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외 모바일/온라인 플랫폼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행보다.

한류스타 배용준은 자신이 최대주주이자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자리한 국내 굴지의 배우 매니지먼트 기업 키이스트의 지분을 SM엔터테인먼트에 전격 매각하면서 4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다.

SM은 아울러 인기가수와 예능인을 다수 보유한 FNC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FNC애드컬쳐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확장시켰다. SM은 최대 지분율 약 31%를 보유하고 FNC엔터테인먼트는 2대 주주가 된다. 이로써 FNC엔터테인먼트는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아티스트를 강화하고 신규 사업 투자여력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SM C&C 소속 예능인 강호동, 신동엽, 전현무, 김병만, 이수근과 FNC엔터테인먼트 소속 예능인 유재석, 정형돈이 예능 콘텐츠 제작에서 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SM의 제작 영향력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SM이 이처럼 거침없이 확장 행보를 보인 이유로 '방탄쇼크'를 꼽는다.

방탄소년단이 엔터 새판 짜기의 트리거(방아쇠)가 된 이유는 지난해 SM·YG·JYP 등 빅3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영업이익에서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에 뒤지면서 자존심이 구겨졌기 때문.

엔터계의 골리앗이 1그룹 기획사인 다윗에게 일격을 당하게 한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캐릭터에 의존한 한류 바람보다는 컨텐츠에 집중하기 위한 기획사 합종연횡의 지각변동을 촉발시켰다는 평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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