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안전주행의 '장애물'로 등장한 꽃가루 알레르기

입력 2018-04-05 11:12
수정 2018-04-05 11:18

일본 운전자들의 안전주행을 방해하는 ‘강적’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봄철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드러내는 알레르기 입니다.

일본에선 가훈쇼(花粉症·화분증)라고 부르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매년 이맘때면 전국으로 확산됩니다. 4~5월경을 정점으로 꽃가루 알레르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입니다. 스기(杉)나 히노키(ヒノキ)로 불리는 삼나무 계통 식물이 꽃가루를 어마어마하게 뿌린 탓입니다. 일본 인구의 3분의1인 3300만명 가량이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꽃가루 폭탄’을 접하고 나면 얼굴이 눈물·콧물로 범벅이 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런 영향으로 봄철이 되면 많을 경우,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의 절반가량이 마스크나 꽃가루 방지 전용 안경을 쓰고 다니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가훈쇼 때문에 발생하는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도 커졌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가훈쇼로 고생하는 자동차 운전자들이 재채기나 콧물 탓에 사고가 빚어질 확률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실제로 가훈쇼에 따른 사상사고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해 4월 가훈쇼 증상 탓에 추돌사고를 일으켜 세 명을 사상시킨 50대 남성에게 마쓰야마 지방법원이 올 초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운전자는 운전 중 연속 재채기로 중앙선을 침범해 맞은편에서 오던 경승용차와 정면 추돌했다고 합니다.

주행 중 재채기를 크게 하면 핸들 오작동을 초래할 수 있고, 재채기 한번에 0.5초 눈을 감을 경우 시속 60㎞ 주행시 8m를 눈을 감은 채 주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일본자동차연맹(JAF)도 “(가훈쇼로)정상적인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고를 일으키면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될 우려도 있다”며 “가훈쇼를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2~3회 연속으로 재채기가 나오는 경우도 많고, 눈물과 콧물로 운전이 방해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따라 때아니게 차간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안내가 나오고, ‘졸음’ 등 부작용이 적은 치료약을 복용할 것을 권고하는 등 일본사회가 부산합니다. 운송·유통업계에도 드라이버 컨디션을 배려해 가훈쇼 증상이 심한 경우엔 운전사를 교체토록 하는 등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미세먼지 등으로 한국에서 환경 문제에 대한 불만이 커졌습니다만, 일본과 같은 대규모 꽃가루 알레르기가 없다는 것은 큰 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