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휘 정치부 기자) 4일 자유한국당 경제파탄대책특위 주최로 정부 개헌안 중 핵심인 토지공개념 명시를 비판하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한국당 개헌안을 확정한 이튿날에 첫 번째 열린 토론회라는 점에서 꽤 주목을 받는 자리였습니다. 청와대가 발표한 개헌안에 대해 일종의 ‘대응 논리’를 만들기 위한 당내 ‘브레인 스토밍’의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행사인 만큼 홍준표 대표, 김성태 원내대표, 정진석 경제파탄대책특위 위원장 등 당내 핵심 인사들이 참석해 문 정부의 개헌안에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추경호 의원, 김종석 의원, 김현아 의원 등 당내 ‘경제통(通)’들도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의외의’ 인물이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 눈길을 끌었습니다. 토론 말미로 갈수록 당대표 회의실에 마련된 좌석엔 빈자리가 눈에 띄었지만 김무성 의원이 묵묵히 토론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김 의원의 현재 당내 직책은 북핵폐기추진 특별위원회 위원장입니다. 경제 이슈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김 의원은 ‘무성대장’이라 불릴 정도로 선이 굵은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동료 의원들을 잘 챙기는 그의 강한 ‘보스 기질’을 담아 낸 별명이긴 한데 때론 부정적인 이미지를 풍기기도 합니다. ‘정책’보다는 ‘정치’에 특화된 옛 정치인의 전형으로 각인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죠.
하지만 김 의원은 꽤 학구열이 높은 정치인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집중 분석하는 세미나가 있으면 ‘무대’도 아닌 뒷자리에 앉아서 공부하고 오는 모습이 종종 포착되곤 합니다. 상도동계로 입문, YS 문하에서 성장한 터라 계파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에겐 경제인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의 부친인 김용주 전 의원은 전남방직을 경영한 기업가로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요즘 한국당의 정치 지형은 홍 대표의 ‘독무대’에 가깝습니다. ‘레드 홍’을 비판하고 비난하는 이들은 많지만 막상 그에 필적할 만한 인물은 보이지 않습니다. ‘올드 보이’ 건 ‘영건(young gun)’이건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의 ‘학구열’은 나름 주목할 만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헌, 지방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지나면 준비를 마친 김 의원이 다시 한번 무대의 전면에 나설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끝)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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