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비닐 이어 폐지도 대란 조짐… 中 수출 막히며 가격 30% 곤두박질

입력 2018-04-04 17:41
수정 2018-04-05 05:21
재활용시장 '대란' 예고

재활용업계 "이대론 공멸"
폐지값 재고 넘치며 급락
올 수출도 40% 넘게 급감
문 닫는 영세업체 속출
업계 "수거못할 상황 올수도"

정부, 국내 수요 늘린다지만
"수출 막히고 수입은 늘어
제지공장 다 돌려도 역부족"


[ 심은지/박진우 기자 ]
중국의 재활용 폐기물 수입 금지 여파로 폐지 유통가격이 작년 말 대비 30% 이상 급락하면서 ‘폐비닐 대란’에 이어 ‘폐지 대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영세 고물업체가 적자를 견디지 못해 잇따라 문을 닫고, 중대형 수거업체는 폐지 재고를 마냥 쌓아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면 재고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폐지 수거를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환경부는 줄어든 폐지 수출량을 국내에서 수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한다지만 실효성 논란이 크다.

폐지 가격 30% 이상 하락

4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폐신문지 가격은 ㎏당 110원으로, 작년 말(154원)보다 30%가량 떨어졌다. 폐골판지 가격은 같은 기간 ㎏당 143원에서 90원으로 37%나 낮아졌다.


환경공단이 집계한 공식 통계보다 재활용업계가 체감하는 가격 하락폭이 훨씬 크다. 한 폐지 재활용 수거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말 ㎏당 170원대이던 폐지 도매가격이 현재 60원대로 3분의 1 토막 났다”고 말했다.

폐지도 폐비닐, 폐플라스틱과 함께 중국의 재활용 폐기물 금수 조치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지난 1월부터 폐지, 폐플라스틱 등 24개 재활용 폐기물의 수입을 금지했다. 이로 인해 작년 1, 2월 폐지의 중국 수출량은 5만1832t이었지만 올해엔 3만803t으로 40%가량 줄었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폐지 수입량은 같은 기간 8.3% 늘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중국이 수입을 금지하면서 미국, 일본 등의 중국 수출 물량이 국내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영세업체들 “이대론 죽는다”

재활용업계는 올초부터 폐지 가격 하락에 따른 한파를 맞고 있다. 폐지는 국내외 수요가 탄탄한 편이라 폐비닐 폐플라스틱 등과 달리 고수익 재활용 폐기물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재활용 업체 수익의 절반 이상이 폐지에서 나올 정도지만 폐지 가격이 올 들어 30~40% 떨어지면서 애물단지가 됐다.

민간 폐기물 수거업체인 한솔리싸이클링의 유진희 관리이사는 “폐지에 이물질이 많이 섞여 배출된 탓에 이 물량을 사줘야 하는 수거·선별업체들이 수거 물량을 감량하거나 매매 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한다”며 “해외 수요가 끊기면 쓰레기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수거·선별업체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김동영 대영자원 과장은 “이젠 수출길이 아예 막히고 미국 폐지 수입량은 넘쳐난다”며 “전국에 있는 제지공장을 다 돌려도 국내에서 나온 폐지 물량을 소화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내 판매처를 못 잡으면 사실상 폐지를 수거도 못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고물상 등 영세업체들은 폐지 가격 하락에 따라 폐업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 지역의 한 고물상 관계자는 “폐지 줍는 사람들에게 ㎏당 40원에 사서 55원에 판다”며 “겨우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라 앞으로 폐지 가격이 더 떨어지면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폐지 공급 과잉은 지원책도 없어”

폐지는 그동안 재활용 품목 중에 수익성이 높은 편이었던 만큼 마땅한 정부 지원책도 없다.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은 ‘생산자 책임 재활용(EPR)’ 제도(생산자가 내는 환경부담금을 재활용 업체에 지원하는 것)에 따라 재활용 업체가 보조금을 지원받지만 폐지는 EPR 품목이 아니다.

환경부는 폐지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재활용 지정사업자 사업’ 개편을 검토 중이다. 재활용 지정사업자는 재활용 폐기물 사용 목표율을 지켜야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활용 지정사업자의 재활용 비율을 확대하고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마련할 것”이라며 “특히 폐지 수요를 국내에서 흡수하도록 국내 제지업계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재활용업계 관계자는 “수입량이 계속 늘고, 수출길은 막히는 상황에서 국내 제지공장만 돌려서 폐지 수요를 채우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은지/박진우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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