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城'·다자이 '낭떠러지의 착각'·임성순 '컨설턴트'…
소설로 이미 검증된 스토리
고독·소외 등 현대인 일상
무대예술로 잇단 재조명
'성', 1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서
'낭떠러지의 착각'은 19일
'컨설턴트'는 20일 잇단 개막
[ 김희경 기자 ]
명작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들이 올봄 무대에 잇따라 오르고 있다. 프란츠 카프카의 ‘성(城)’, 다자이 오사무의 ‘낭떠러지의 착각’, 임성순의 ‘컨설턴트’ 등이다. 모두 고독, 소외 등 현대인의 쓸쓸한 자화상을 그리는 작품이다. 텍스트로 검증된 매력적인 스토리가 무대 예술로도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성’으로 본 현대인의 모습
국립극단이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 카프카의 ‘성’은 오는 15일까지 공연된다. 카프카의 ‘성’이 국내에서 연극으로 제작된 것은 1970년대 이후 처음이다.
이 작품은 ‘변신’ ‘심판’과 함께 카프카의 미완 3대 걸작으로 꼽힌다. 성에서 부름받아 한 마을에 도착한 주인공 K는 주변 인물과 상황에 의해 번번이 성으로 향하지 못한다. 카프카는 끊임없이 성에 가려고 하는 K를 통해 소외, 불안과 투쟁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해냈다. “성에 다 온 것 같았는데, 이렇게 내려가면 또다시 멀어질 것 같은데. 바로 코앞에 보이는데 하루 종일 걸어도 입구에 닿질 않네”란 대사에서 목적에는 이르지 못한 채 무기력에 빠져드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작품을 위해 ‘카프카 드림팀’이 뭉쳤다. 연출가 구태환, 배우 박윤희, 무대디자이너 박동우가 2007년 카프카의 ‘심판’ 때에 이어 다시 모인 것. 구태환은 당시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연기상 등을 받았다. 그는 “도전하는 마음으로 ‘성’을 선택했다”며 “끝에 닿을 수 없이 층층이 쌓인 관료주의와 조직사회의 폐해도 작품을 통해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희는 ‘심판’에 이어 ‘성’에서도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박동우는 무대를 3개 층, 총 15개 문으로 구성해 긴장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헛된 욕망의 ‘낭떠러지의 착각’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다자이의 단편소설 ‘낭떠러지의 착각’은 극단 비밀기지가 국내 처음으로 연극으로 제작한다. CJ문화재단의 신진 예술가 지원사업 ‘스테이지업’ 공모에 당선된 작품이다. 오는 19~29일 서울 대학로 CJ아지트에서 선보인다.
다자이는 세계 고전으로 꼽히는 ‘인간 실격’의 작가로 유명하다. ‘낭떠러지의 착각’은 그가 쓴 최초의 범죄소설이다. 여름방학을 맞은 한 ‘남자’가 삼촌이 얘기한 온천지로 여행을 떠난다. 그가 여행지에서 어느 신인 작가를 사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다자이는 이 작품을 발표할 때 가명을 썼다. 작가가 가장 숨기고 싶어 하는 부끄러운 이야기들을 담은 자전적 작품이기 때문이다.
연출은 신진호가 맡고 배우 홍성민 박상윤 박철웅 등이 출연한다. 극단 비밀기지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희곡으로 각색했다”며 “귀를 사로잡는 음악과 다채로운 연출 장면들을 추가해 젊은 날 인간의 헛된 욕망과 실패를 밀도있게 표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거대 조직의 단면 들춘 ‘컨설턴트’
공연기획사 아크컴퍼니는 임성순 원작 ‘컨설턴트’를 오는 20일부터 7월1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2관에서 선보인다. ‘컨설턴트’는 제6회 세계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정범철 작가가 각색, 문삼화가 연출을 맡았다.
극은 의문의 남자 M으로부터 범죄 소설을 의뢰받고 한 편의 시나리오를 쓰게 된 무명작가 J 얘기로부터 시작된다. J는 자신의 시나리오대로 누군가 실제로 죽게 되면서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죽음을 설계하는 회사의 존재를 안다. 회사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러 나간 자리에서 그는 거액의 돈을 받고 ‘컨설턴트’라 불리며 죽음을 설계하기 시작한다. J역은 주종혁 주민진 강승호가 맡았다. M은 고영빈 오민석 양승리가 연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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