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시장 출마선언 "서울시 예산 제대로 쓰는 시장 될 것"

입력 2018-04-04 13:55
수정 2018-04-04 14:02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사진)은 4일 “서울시 예산 32조원은 몇몇 단체를 위한 예산이 아닌 시민을 위한 예산으로 되돌려야 한다”며 “서울시 주변을 맴도는 예산사냥꾼들이 더이상 설 곳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서울시의회 앞에서 출마선언식을 갖고 “서울이 바뀌어야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생각으로 서울시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7년만에 시장 직을 놓고 경쟁하게 된 박원순 시장을 겨냥해 비판을 쏟아냈다.

안 위원장은 선언식 후 가진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7년전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해 후보직을) 양보했을 때는 잘 할 거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제대로 할 시기를 많이 놓쳤다. 제가 제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 예산 사용이 과연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예산 쓰여졌는지 시민들의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출신인 박 시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안 위원장은 ”서울시장 직을 다음 선거를 위한 인기관리용이 돼서는 혁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미세먼지 공약으로 “서울시내 320개 지하철 역사에 미세먼지 저감시설을 설치하겠다”고 제안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


존경하는 서울시민여러분.

시민 안철수, 서울특별시장 선거에 나서기로 결심하고

맨 먼저 서울시민 여러분께 보고 드립니다.

‘서울이 바뀌어야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생각에

「매일 혁신하는 서울」의 모습을 여러분께 제시하고

함께 걸어가는 서울시장으로 시민의 선택을 받고자 합니다.

꼭 1년 전 이맘때를 아프게 기억합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열화와 같은 성원에 놀라고 감동했지만,

그 기대를 담아내지 못하고 실망을 안겨드렸습니다.

죄스러운 마음에 숨을 수도 없었습니다.

다당제를 뿌리내리고자 피땀 흘려 만든 정당이

송두리째 사라질 것 같은 위기감에

당 대표로 다시 나섰고,

실로 힘든 통합과정을 넘어 바른미래당을 만들고

다시 백척간두에 섰습니다.

7년 전 가을, 저 안철수에게서 희망을 찾고 싶어 하셨던

그 서울시민의 열망에도 답하지 못했던 기억 또한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죄송스러운 마음까지 되새기고,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몇 달 우리는 도대체 뭐가 뭔지를 알 수 없는 혼돈의 시간을 겪었습니다.

세상이 온통 뿌연 날들이 계절도 없이 반복되는데

미세먼지 대책은 없었고,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어 보입니다.

‘숨은 쉬고 살아야 할 거 아니냐.’는 한탄이 가득합니다.

강남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정부 대책은 무차별로 쏟아지는데 금리까지 불안하자

오르지도 않았던 우리 동네 집값부터 떨어집니다.

두 전직대통령이 잇달아 수감되는 모습을

전국민이 착잡한 마음으로 지켜봤습니다.

미래를 외치던 정치인이,

감춰진 모습 드러나 추락하는 것도 지켜봤습니다.

어떤 국회의원이 기자들 접대하고

식당엔 돈 대신 명함 줬다는 얘기에 국민들은

허탈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습니다.

어떤 게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구분하기 어렵고

위선과 거짓과 무능이 판치는 시간입니다.

저 안철수는 「진짜의 시대」 「혁신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한 가지 분명한 약속드립니다.

위선과 무능이 판치는 세상을 서울시에서부터 혁파하겠습니다.

저는 의사, 교수, IT 전문가, 경영인으로

성공한 경험을 가진 정치인입니다.

제가 가진 경험을 서울시를 바꾸는 데 모두 쏟아 붓겠습니다.


(1) 스마트 도시, 서울

도시가 인프라와 하드웨어 건설에 몰입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습니다.

서울시 운영 전반에 빅데이터와 소프트웨어가

차원 높게 활용되는 ‘스마트 도시, 서울’을 만들겠습니다.

4차산업혁명 기반 기술들을 활용해

‘편리하고 안전한 서울’, 만들겠습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해

사고, 재해•재난, 범죄 예방 확률을 월등히 높이겠습니다.

서울시내 어느 빌딩에서 화재위험이 높아지고 있는지

어느 지역의 수도관과 가스관에 유출 위험이 있는지

모니터가 가능하게 만들어

재난대응시스템을 넘어 재난예방시스템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교통 흐름은 물론 주차공간 정보까지 담는 교통 관련 센서를

서울시 전역에 촘촘하게 깔고,

미세먼지 측정 장치도 더 많이 설치해

실시간 데이터를 민간에 공급하면,

혁신과 창업이 일어날 것입니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민간 혁신가들은

더 빠른 길을 찾아내고, 운전자를 주차 가능한 곳으로

안내하는 앱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센서의 개발과 제조는 물론

각종 앱의 개발이 창업을 유발하고,

그만큼 시민의 삶은 편안하고 안전해질 것입니다.


(2) 미래인재 키우는 교육도시, 서울

지금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 절반은

어른이 됐을 때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 일하고 있는 중장년의 일자리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뜻입니다.

지금 같은 교육방식으로는 미래의 변화에 적응할 수 없습니다.

교육의 변화를 서울부터 준비해가겠습니다.

방과후 학교를 적극 지원하고

중장노년층을 위한 평생교육 체계를 선보이겠습니다.

기술혁명 시대에 필요한 미래세대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코딩교육과

인문학적 상상력과 비판적 능력을 기르는

토론교육을 도입하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중장노년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창업과 전직을 위한 교육의 장을 구축할 것입니다.


(3) 일자리 넘치는 창업도시, 서울

창업이 쉬워진 도시 서울을 만들어,

일자리 일거리가 없어 좌절하고 떠나가는 청년들을 잡겠습니다.

기술산업의 창업은

넓은 땅을 확보해 사무실 제공하는 것만으로 활발해지지 않습니다.

창업을 어렵게 만드는 제도와 각종 규제, 금융장벽을

낮춰줘야 합니다.

드론을 하늘에 띄우는 게 까다롭고, 또 공중에 올라가도

어느 쪽 영상정보는 수집할 수 없다는 식의 규제가 있는 상황에서는

한국에서 드론산업은 클 수가 없습니다.

창업기업이 시장에 접근할 수 없게 하는

대기업의 횡포를 바로잡아주지 않으면,

새로운 기업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저는 4차산업 기술기업의 창업을 막고 있는 각종 규제를

중앙정부와 싸워서라도 풀어내겠습니다.

규제를 풀고 제도를 개선하면

서울은 4차산업혁명 허브도시, 창업도시로 변모할 것입니다.


(4) 디지털 행정혁신, 서울

서울시의 행정서비스를 첨단 IT기술을 적용해 혁신하겠습니다.

서울시장직이 다음 선거를 위해 인기 관리하는 자리가 돼서는 혁신할 수 없습니다.

저는 오로지 새로운 기술이 열어준 혁신의 길을

시정에 적용해 시민의 삶을 편하게 하겠습니다.

유럽의 에스토니아가 이미 성공시킨

블록체인 기술 기반 행정서비스를

점진적으로 서울시 행정에 도입하겠습니다.

각종 민원서류 떼기 위해 줄서고, 인허가 받기 위해 수십장의

증명서를 제출하는 오랜 관행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32조 규모의 서울시 예산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관리될 것입니다.

몇몇 단체를 위한 예산이 아닌,

시민을 위한 예산으로 되돌릴 것입니다.

예산은 만 원짜리 한 장도 헛되이 쓰이지 않을 것이고

서울시 주변을 맴도는 예산사냥꾼들은 더 이상 설 곳이 없을 것입니다.


(5) 따뜻한 공동체 도시, 서울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송파 세모녀사건,

빈곤 때문에 고독사하는 노인,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과 구의역 청년노동자의 죽음은

여전히 거울에 비친 서울의 자화상입니다.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만들어

빈곤과 위험에 절망하고 있는 시민이 기댈 곳을 제공하겠습니다.

여러 양태의 비정규직 차별에 눈물 흘리는 노동자가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서울시부터 바꿔나가겠습니다.

저출산·고령화에 1인 가구가 늘면서 서울시가 직접 돌봐야 할

대상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안철수가 이끄는 서울시는 첨단기술력이 적용돼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부모님 안심지킴 서비스,

어린이 안전돌봄 서비스, 여성 안전 서비스 등을 구축해

선보일 것입니다.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저는 1980년 서울에 올라온 이래 38년간,

9개 구(區)에서 살면서 여러 서울의 모습을

삶으로 경험한 서울시민입니다.

그 유명한 동부간선도로 정체를 피해

이른 아침 집을 나서는 생활이 5년째인

노원구 상계동 주민이기도 합니다.

교통, 주거, 교육, 일자리, 휴식 등 서울시민에게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거창한 약속을 나열하기에 앞서,

곧바로 할 수 있는 우리 생활주변의 변화부터 만들어 내려합니다.

시민들이 매일 이용하시는 지하철 역 내부에서

우선 숨이라도 좀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서울시내 320개 지하철 역사에

미세먼지 저감시설을 설치하겠습니다.

각종 전시행정으로 줄줄 새는 예산을 절감해 마을버스가 더 자주 다니도록 하겠습니다.

‘한강르네상스’니 ‘도시텃밭’이니 하다가 덩그러니 남겨진 ‘노들섬!’

이런 전시행정의 유물들도 이제 우리 삶 속으로 돌려놓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실은 정치가 아니고 민주주의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제대로 가고 있습니까?

일자리는 늘고 있고, 입시제도는 정착이 되어가고 있습니까?

첫해부터 폭등한 최저임금에 자영업자들 죽을 맛입니다.

OECD 국가 대부분이 경제호황인데,

대한민국 경제만 일자리 줄고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교육개혁이란 이름으로 대학입시제도를 수시로 바꿔,

올해, 내년, 내후년 그리고 2021년까지 입시제도가

매년 다르니 학생들, 학부모들은 혼란스럽습니다.

비닐과 스티로폼 수거 중단될 거란 사실은 예고된 일인데,

10달 동안 손 놓고 있다가 우리나라만 쓰레기 대란을 자초했습니다.

안 될 게 빤한 개헌안을 법무장관도 아닌 민정수석이

3부작 설명회를 하며 노골적으로 지방선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흔히 낭떠러지로 자신을 인도한다고 합니다.

전임 대통령들이 그랬습니다.

우리 정치에 견제와 균형이 절실합니다.

상황이 이런데 여당과 준여당은 꿀먹은 벙어리고

야당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대의기관인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지 못할 때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댓글 쓰거나 투표하는 것뿐입니다.

온라인을 통한 정치적 의사표시도 중요하지만

역시 세상을 바꾸는 것은 투표입니다.

서울시장 선거에 시민들은 늘 커다란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셨습니다.

지난 23년간의 민선시장 시기 대부분,

5명의 시장 중 4명이 야당 시장이었습니다.

이건 서울시민의 민주의식이 작동한 결과입니다.

이번 6.13선거 역시,

핵심은 견제와 균형입니다.

꼭 투표해주시기 바랍니다.

표는 한 곳으로 모아야 힘이 되고 의미가 있습니다.

야권의 대표선수로 나선 안철수로 힘을 모아주시길 호소합니다.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저 안철수가 서울에 활력을 되찾아 드리고 싶습니다.

투자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생기고,

출근길 시민의 얼굴에 생기가 느껴지는 서울을 만들고 싶습니다.

서울시민과 함께 다시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의사로 교수로 벤처기업인으로 살아온 안철수가

서울이 다시 살아 숨 쉬게 만들려 합니다.

기회를 주시면 시민들과 함께

혁신신화, 성공신화를 쓰겠습니다.

일자리를 지키고 만드는 데는 바람처럼 빠를 것이고,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는 산처럼 무거울 것입니다.

시민을 위한 일이라면 바람이 되고 산이 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