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 "CMO 사업 확장…DNA백신 임상 순항 중"

입력 2018-04-03 14:37


"최근 유전자 치료제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특히 CAR-T를 연구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플라스미드 DNA의 수요처가 증가하고 있죠."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 테헤란로 본사에서 만난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사진)는 자회사 VGXI의 사업이 확장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진원생명과학은 미국 휴스턴에 있는 VGXI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정하는 생산 규격(cGMP)을 갖춘 VGXI는 연구개발용 플라스미드 DNA를 위탁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의 DNA 백신과 관계사 이노비오의 임상용 의약품도 생산 중이다.

플라스미드 DNA는 DNA 백신뿐 아니라 CAR-T 등 유전자 치료제의 원료로 이용되는 물질이다. 유전자 치료제의 상업화 및 연구 증가로 증설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해 FDA는 2개 CAR-T의 시판을 승인했다.

박 대표는 "이전에는 임상에 이용되는 플라스미드 DNA가 대부분 연구실에서 만들어졌는데, 이제는 FDA가 생산시설에서 생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증설이 완료되면 VGXI는 기존보다 2배 이상의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VGXI는 2015년 132억원, 2016년 139억원, 2017년 11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협의 중이었던 생산 계약의 지연으로 매출이 소폭 감소했으나 올해는 계약 체결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표는 "VGXI는 플라스미드 DNA를 고순도와 고농도로 정제할 수 있는 에어믹스 생산기술을 특허로 보유하고 있다"며 "안전성과 편의성을 이유로 유전자 치료제의 투여법이 근육에서 피부로 바뀌고 있는데, 에어믹스는 피부 투여에 적합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지카 DNA 백신, 임상 중간결과 기대

진원생명과학은 CMO 사업과 함께 DNA 백신을 개발 중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지카 등 신종 감염병 예방을 위한 DNA 백신의 글로벌 임상을 직접 수행하고 있다. 메르스와 지카 DNA 백신의 경우 세계에서 임상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DNA 백신은 기존 백신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백신이다. 현재 대부분의 백신은 죽거나 감염력이 약화된 균을 이용한다. 감염력이 강한 균을 이용하면 실제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강한 병균이 들어왔을 때는 예방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또 에볼라 메르스 등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의 경우 기존 방법을 이용해서는 백신을 만들 수 없다. 독감 백신은 잘못하면 감기에 걸릴 뿐이지만 메르스 등은 사망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DNA백신은 바이러스 전체가 아닌 유전자만을 투여한다. 바이러스 중에서 항체 반응을 일으키는 특정 단백질의 DNA를 몸 속의 세포에 넣는 것이다. DNA가 들어간 세포는 항원 단백질을 만들고, 이에 반응해 메르스 등의 항체를 만든다.

박 대표는 "푸에르토리코에서 임상 중인 지카 DNA 백신은 현재 각각 80명의 위약군과 투여군의 접종을 완료했다"며 "최근 이 지역의 지카 감염률이 증가하고 있어 임상 2상 전에도 지카 DNA 백신의 예방 효과를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원생명과학은 푸에르토리코에서 임상 1b상을 통해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지카 바이러스 항체 형성(면역원성) 평가를 진행 중이다. 푸에르토리코에서 지카 감염이 나타나고 있어 이번 임상 과정에서 DNA 백신의 실제 예방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련 중간 결과의 발표는 연말이나 내년 초로 보고 있다.

메르스 DNA 백신은 미국 1상을 마무리하고, 한국 2a상을 준비 중이다. 1상 결과는 국제 학술대회나 학술지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지카와 메르스 DNA 백신은 글로벌 1상을 통해 예방 능력이 확인됨에 따라 2~3상을 위한 대규모 자금 유치나 기술수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의 조기 성공 여부는 정부의 비축 결정에 달렸다. 정부가 지카와 메르스의 유행에 대비해 DNA 백신 비축에 나서면 진원생명과학에 관련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조건도 충족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판단이다. FDA는 신종 감염병이 공중보건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는 상황에서는 동물실험 결과로도 인체 투약을 허용하는 '애니멀 룰'을 갖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앞서 진행한 임상을 통해 원숭이에서 지카와 메르스 DNA 백신의 효과를 확인하고, 국제학술지를 통해 결과를 발표했다.

또 VGXI의 에어믹스 생산기술로 영상 4도 냉장에서 3년, 영하 20도 냉동에서 7년 이상 보관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이는 비축에 있어서도 긍정적이란 판단이다. 생산도 빠르다. 유정란을 사용한 기존 백신은 생산에 6개월 이상이 걸리지만 에어믹스를 이용한 DNA 백신은 1개월 내에 제조가 가능하다.



빠른 시판 가능한 신사업 연내 구체화

진원생명과학은 신사업도 모색하고 있다. DNA 백신의 경우 개발에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신사업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대표는 "임상 결과를 빨리 확인할 수 있는 의약품 관련 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연내 구체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변호사로 활동했다. MIT 경영학 석사(MBA) 과정 중 이노비오의 조셉 김 사장을 만났고, 이것이 인연이 돼 진원생명과학과 VGXI의 경영을 맡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의 모회사는 VGXP다. 나스닥 상장사인 이노비오는 VGXP의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박 대표는 "진원생명과학은 관계사 이노비오와의 공동 연구개발, 자회사 VGXI를 통한 생산 등 개발에서부터 생산까지를 모두 할 수 있는 회사"라며 "인류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하자는 생각으로 의약품 산업에 참여했고, 올해 이를 위한 많은 일들이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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