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부활한 스마트폰 LCD, OLED 봄날은 언제?

입력 2018-04-02 13:56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보릿고개 맞아
차별성 체감 가능한 OLED 개발 집중




LCD에서 OLED로의 전환을 추진하던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최근 신흥국을 겨냥한 보급형 스마트폰에 LCD 디스플레이 적용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OLED 수요 확대가 신통치 않은 모양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LCD(액정표시장치) 디스플레이 인기가 치솟고 있다. 가격이 비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대신해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내구성, 준수한 화질이 강점인 LCD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스마트폰이 늘고 있는 것.

이는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흥행에 실패하며 LCD 디스플레이의 경쟁력도 높다는 인식이 퍼진 탓이다.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X(텐)은 지난해 4분기 글로벌 2900만대 판매에 그쳤다.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해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꾀했지만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한 셈. 올해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9 시리즈도 전작에 비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플래그십 스마트폰 성장률이 낮아지고 중보급형 스마트폰에서 큰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14억6195만대 규모로 전년 대비 0.5% 감소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미국, 유럽 등의 시장은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인도, 페루 등 신흥국 시장은 성장하는 모양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도 최근 분석자료에서 선진국보다 신흥국 성장률이 3~4% 더 높은 것으로 집계했다.

OLED 디스플레이는 LCD에 비해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싼 만큼 중보급형 스마트폰에는 실리지않는다. 대신 저렴한 가격의 LCD 디스플레이가 채택되는데, 최근 풀스크린 트렌드에 맞춰 화면 크기도 커지는 모양새다. LCD를 활용해 아이폰X에 적용된 노치 디자인을 구현하면서 원가절감에 나선 제조사도 늘어나고 있다.

다만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은 LCD 디스플레이 판매량 확대의 수혜를 입긴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제조사들은 노후화된 국내 LCD 생산 라인을 줄이는 동시에 OLED 디스플레이에 투자하고 있다. 기술 장벽이 낮은 LCD 시장에 중국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신규 공정을 적용하고 생산량을 늘리며 가격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당초 애플이 아이폰X에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며 삼성과 애플 외의 제조사들도 플래그십 중심으로 OLED를 채택해 시장 성장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아이폰X 흥행 실패로 애플마저 OLED 비중 확대 계획을 뒤로 미뤘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파주 P10 공장에 도입될 중소형 플렉서블 OLED 생산라인 발주마저 취소했다.

LCD를 ‘버리는 카드’로 삼고 OLED에 집중하던 국내 업계는 활로 모색에 한창이다. 접거나 말 수 있는 폴더블과 롤러블 OLED는 물론 마이크로LED 기술 고도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차별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급선 확대에도 나섰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중국 화웨이에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을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하며 LCD 디스플레이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OLED 전환은 불가피한 흐름”이라며 “단기간의 보릿고개를 무사히 넘기고 OLED 시장에서 기술 격차를 확보하기 위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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