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서커스로 부활한 500년전 그림

입력 2018-04-01 18:23
'보스 드림즈' LG아트센터 공연


[ 마지혜 기자 ]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칼 구스타브 융이 ‘기괴함의 거장, 무의식의 발견자’라고 평가한 이가 있다.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1450~1516년)다. 보스는 천국과 지옥, 인간의 욕망과 타락 등을 특이한 색채와 기괴한 그림체로 표현한 작품들로 유명하다.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한편으론 그를 존경하고 다른 한편으론 질투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보스가 500여 년 전 남긴 그림들이 현대의 애니메이션과 아크로바틱(곡예)으로 무대 위에 되살아난다. 캐나다 서커스 단체 ‘세븐 핑거스’와 덴마크 극단 ‘리퍼블리크’, 프랑스 비디오 아티스트 앙쥐 포티에가 협업해 만든 공연 ‘보스 드림즈’를 통해서다. 2016년 9월 덴마크에서 초연한 뒤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을 돌며 유럽 관객들에게 인정받은 이 작품이 오는 6~8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회화와 애니메이션, 서커스의 결합으로 무대 뒤 영상과 무대 위 배우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공연은 한 교수가 강의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교수는 보스의 대표작 ‘쾌락의 정원’을 커다란 스크린에 투사한 채 작품의 의미를 설명한다.

쾌락의 정원은 천국과 지상, 지옥으로 보이는 배경에 커다란 딸기를 나눠 먹는 나체의 인간들, 조개껍데기에 담겨 운반되는 생명체, 괴물 같은 상상의 동물 등 기이한 은유와 상징이 가득한 세 폭짜리 그림이다. 강의가 한창 이어지다 어느 순간 스크린 속 보스의 그림이 애니메이션으로 변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애니메이션은 다시 무대 위의 배우, 세트와 겹쳐진다. 배우들은 저글링과 핸드밸런싱 등 서커스 기술을 펼쳐 보이며 보스의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보스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진 화가 달리와 록그룹 더 도어스의 보컬 짐 모리슨 캐릭터도 작품 중에 등장한다. 달리는 공연 전반부에 중년 신사 모습으로 나타나 미술관에서 보스의 그림을 보다 돌연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 초현실적 여행을 한다. 보스의 그림 ‘바보들의 배’에서 영감을 받아 같은 제목의 노래를 발표했던 짐 모리슨도 공연 중반부에 나와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 작품은 보스 서거 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보스재단의 의뢰로 제작됐다. ‘건초수레’ ‘일곱 가지 죄악과 사말’ ‘바보들의 배’ 등과 같은 보스의 대표작들을 서커스와 함께 볼 수 있다. 세븐 핑거스의 연출자인 새뮤얼 테트로는 “보스는 환상적인 세상, 외설적인 괴물과 날아다니는 생명체 등을 그렸다”며 “이런 이미지를 현실 세계로 가져올 방법은 서커스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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