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깜짝 방중' 소식이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5월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장 가까운 동맹국을 직접 찾아간 것이죠.
방중 첫 날에는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 인민대회장에서 정상회담 일정을 진행했습니다. 이튿날에는 오전 9시부터는 '중관춘'을 방문했습니다. 이후 베이징역으로 이동해 오후 3시께 특별열차를 통해 돌아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만 24시간. 참 숨가빴던 1박2일 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은 방문한 시간은 굉장히 짧습니다. 그가 핵심 현안인 '핵'에 대해 논의한 뒤 남은 시간을 쪼개 간 곳이 있습니다. 바로 '중관춘'이죠. 이곳은 과연 무엇을 하는 곳일까요?
중관춘은 중국 베이징 서북쪽 하이뎬구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입니다. 1988년 중국 국무원 승인으로 만들어졌으며 중국 유명 대학인 베이징대와 칭화대, 런민대가 몰려있는 대학가입니다. 억만 장자를 꿈꾸는 수많은 20~30대 청년 창업자들이 몰려드는 '창업의 메카'입니다.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와 알리바바를 바짝 추격하는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 '대륙의 실수' 샤오미, '중국판 우버' 디디다처 등이 모두 이곳에서 탄생했습니다.
이곳은 활력이 넘치는 곳입니다. 중국 일간지 베이징천바오에 따르면 중관춘에서 지난해 하루 평균 2.4개 기업들이 생겨났고, 투자금만 작년 한 해 1조2900억원이 몰렸습니다. 그만큼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이 쌓이는 곳입니다. 올 초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곳을 둘러보고 "판교밸리를 중국의 혁신창업 메카인 중관춘처럼 키우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 곳의 성과는 놀라운 수준입니다. 10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 기업들이 잇따라 탄생하고 있습니다.
2011년 설립된 인공지능(AI) 기업 광스커지(Face++)는 초기 칭화대 학생 세명이 창업했지만 현재 현재 70여명이 근무하는 대표적인 안면인식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과 손잡고 얼굴인식 기술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세계적인 안면인식 기업으로 우뚝섰죠. 기업 가치는 25억달러(약 2조66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불과 3년 전 이름없는 석사생이 창업한 무명 자전거 공유업체 '오포(ofo)'도 현재 전세계 21개국에 1000만대 이상의 자전거를 서비스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시장 가치는 30억달러(약 3조1900억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홍콩 중문대 교수가 2014년 설립한 AI 기업 상탕커지(Sense Time)는 작년 4억1000만달러(약 4360억원)을 투자받고 얼굴인식 분야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죠.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둔 배경에는 창업자들의 열정도 작용했겠지만, 이곳의 우수한 창업 환경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관춘은 국책연구기관과 어러 창업 지원시설들이 어우러진 '창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시스템적으로 대학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성과가 탁훨합니다.
중관춘 창업거리에 위치한 3W, 처쿠 등 창업 인큐베이터가 배출해낸 스타트업만 지난해 500여곳에 달합니다. 창업 교육과 법률 지원, 투자 유치 등 창업자들이 부딪히는 문제점들을 관리해 주는 이곳은 중국 '창업의 요람'입니다.
이 같은 전방위적인 지원책으로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스타트업 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중국은 최근 이같은 창업환경을 조성하면서, 해외 우수 인재를 적극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무섭기도 한 행보입니다.
중관춘은 김정일 위원장도 생전에 세 차례나 방문할 정도 많은 관심을 보인 곳입니다. 김 위원장이 짧은 시간을 쪼개 이곳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냥 전통에 따른 '따라 하기식' 행보는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요?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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