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과 틀어지지 않았어요"…'무한도전' 김태호 PD가 못다 한 이야기

입력 2018-03-31 08:43
수정 2018-04-03 10:56
'무한도전' 13년 여정 끝에 31일 종영
김태호 PD 일문일답

"재미 없어도 웃어넘겨준 시청자에 고마워"
"무한도전 시즌2, 답 찾으면 돌아올 것"


"나의 20대를 무한도전과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ID : itsy****)
"'무도' 없이 토요일을 지내는 방법을 가르쳐줬어야 합니다." (ID : kimk****)
"다시 돌아올 무한도전을 기대합니다." (ID : jwlm****)


국민 예능 '무한도전'이 토요일 저녁 자리를 내놨다. 2018년 3월 31일을 끝으로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자처하던 이들의 무모했던 도전은 추억으로 남게 됐다.

2006년 5월 6일 첫 방송부터 13년간 그 중심에는 콘트롤 타워 김태호 PD가 있었다. 그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기존 예능이 스튜디오에 국한돼 녹화하는 것에서 벗어나 매주 신선하고 다양한 아이템으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안겼고 팬덤도 생겼다. '국민 예능'의 자리를 꿰찬 것이다.

하지만 손뼉 칠 때 떠나는 일은 매우 힘들다. '무한도전'에도 호시절이 있었고 때로는 위기론도 있었다. 매주 토요일을 책임졌던 '무한도전'은 결국 기억 속에 남게 됐다. 김태호 PD는 당분간 준비할 시간을 갖고 가을 이후 ‘무한도전’ 새 시즌 또는 새 기획으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종영을 하루 앞둔 지난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무한도전'의 연출자 김태호 PD를 그동안의 고민과 소회를 들어봤다. 김 PD는 앞서 열린 종방연을 언급하며 "조세호와 절에 다녀와 그런지 어제는 담담하게 이별했다. 저는 안 울었는데 멤버들이 눈물을 흘리더라. 그들에게 특히 '무한도전' 녹화 날인 목요일 MBC 출근은 하루 세끼 먹는 것처럼 습관이 되어 있을 것"이라며 "아직 실감은 못 하고 서서히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한도전' 종영 이유에 대해 "처음 이 방송을 하면서 돈과 명예보다 색깔을 중요시했다. 하지만 최근 '무도'만의 색을 지키는 게 힘든 상황이 됐다. '무한도전' 색이 제 색이었는데 만족감이 떨어지고 자괴감까지 왔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우리 색깔을 찾아갈까 고민이 많았다. '종영'이라는 이름으로 끝내게 되어 마음이 아프지만 앞으로의 시간은 그걸 회복하는데 할애할 듯하다"라고 밝혔다.

김태호 PD는 2007년~2008년을 '무한도전'의 부흥기라고 봤다. 그는 "그간 사랑을 받으며 2% 부족한, 평균 이하라는 이미지는 사라졌다. 저희의 도전은 부족한 사람의 개인적인 도전이 아닌 예능에서 할 수 있는 포맷의 도전이란 무엇일까로 확장됐다. '무도'는 생각은 해봤지만 실험하기엔 부담스러운 것들을 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한 달에 하나씩만 크게 웃기자는 전략이었다. 간혹 두 세 개 웃겨서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종영을 준비하면서 멤버들과 코멘터리 관련 인터뷰를 하는데 2009년까지 한 해, 한 해 캐릭터도 큰 사랑을 받고 제가 30년간 준비했던 스토리텔링이 부가되면서 빽빽하게 잘됐다. 하지만 2010년부터는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면 (종영이) 좋은 선택이지 않을까"라고 털어놨다.

13년간 김태호 PD는 스스로를 소모하며 프로그램의 선봉에 섰다. 그는 "제 안에 내재한 인문학적 소재를 스토리텔링에 탈탈 털어놨다. 개인적으로는 턴 다음 이미 건조까지 끝낸, 비어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채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무한도전'의 틀 안에서 힘들었다. 저 스스로에게나마 틀을 좀 벗어 놓고 싶었다"라고 고백했다.

현재 '무한도전' 멤버들과 전원 하차하는 것에 대해서는 유재석과 의논해 왔었다. 김 PD는 "회사 입장에서 '무한도전'은 계속 가야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여러 피디 중 최행호 PD 선정 작업이 1월까지 진행됐고 이에 대해 유재석과 이야기를 했다. 13년간 유재석은 '무한도전'의 중심이 되어 이끌어온 중요한 인물이고, 프로그램의 동반자로 많은 이야기를 공유했다.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네가 현장서 일을 안 하면 같이 끝내는 게 맞지 않냐'라고 의사 전달을 했다. 회사 입장에선 원치 않는 결말이다."

그는 많은 시청자가 기다리고 있는 다음 시즌에 대해서는 "돌아오려면 총알이 많이 준비되어야 할 상황"이라며 "멤버들의 예능에 대한 세계관이 조금씩 다르다. 그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 사실 '가을 개편에 돌아오겠다'라고 했는데 막상 준비가 안 돼 실망감을 드릴 수 있기에 자신 있게 말씀은 못 드리겠다. 답을 찾으면 돌아오겠다"라고 귀띔했다.

이어 "저도 '무한도전'을 사랑했지만, 멤버들 특히 유재석이 없었다면 '무한도전'은 지금까지 올 수 없었다. 제작진이 가장 많이 논의하고 기댈 수 있는 상대였다. 저희도 걱정이지만 유재석이 다음 주 목요일부터 공허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라고 말했다.


<아래는 김태호 PD와의 일문일답.>

▶ 13년간 사랑받아 온 국민 예능 '무한도전'의 종영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처음 '무한도전'은 기존 방송 화법으로 봤을 때 부적합한 사람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로 시작됐습니다. 어느새 가장 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됐죠. 시작과는 달리 지켜야할 규칙과 카테고리가 생기면서 그 안에서 놀아야 했습니다. 아마 2010년으로 넘어오면서 더 큰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시즌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휴식 이야기도 뒤따랐죠. 하지만 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시청자에게 만족감 높은 콘텐츠들이 전달될 수 있느냐입니다. '무한도전'이 역사와 전통을 함께 하고 시청자와 익숙해 지면서 신선도를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 멈추게 된 것도, '내가 뭘 해야 하지?'가 아니라 ''무한도전'을 어떻게 하면 좋게 만들어 갈 수 있나'에 대한 답을 고민하다 이렇게 결정이 됐습니다. 지난해 11월 중순 파업이 끝나고 돌아왔을 때 이런 상황을 회사에 이야기했고 시스템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제작된다면 좋겠다고 건의했죠.

회사 입장에서 '무한도전'은 계속 가야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여러 프로듀서 중 최행호 PD가 선정 되는데 1월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에 대해 유재석과 이야기를 나눴죠. 13년간 유재석은 '무한도전'의 중심이 되어 이끌어온 중요한 인물이고, 프로그램의 동반자로 많은 이야기를 공유했습니다. 그런(김태호 PD 하차) 이야기를 할 때마다 '네가 현장서 일을 안 하면 같이 끝내는 게 맞지 않느냐'라고 의사 전달을 했왔습니다. 회사 입장에선 원치 않는 결말이죠.

최행호 PD로 후임이 결정된 후에도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난 13년간 잘 했다'라는 것보다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죠. 스토리텔링이 좋은 PD가 '무한도전'을 맡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멤버들과 오랜 시간 함께하니 알고 있는 정보와 성향이 많아 초반보다 좌충우돌의 모습을 발견하는 기회가 적어지는 것 같았죠. 저라는 인물 때문에 스토리가 뻗어 나가지 못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마다 멤버들은 '같이 해야지'라고 했고요.

제 개인 생활과 휴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한도전'을 놓고 고민했죠. 1~2월에 진행됐던 결정과 유재석의 의견으로 밖으로 전달 되면서 '논의 중', '설득 중'이라고 했던 것이 어쩌면 가장 정확한 표현이었습니다. '끝'이라고 결론 내리고 싶지 않았어요.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죠. 종방연에서 만난 멤버들도 '갑작스럽다'라는 표현을 했습니다. 모두에게 지난 3개월이 빨리 흘렀습니다. 갈등이 있어서 멈춘 것이 아닙니다. '1등 예능'도 좋지만 한 회, 한 회 특별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31일을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리게 됐습니다.

▶사실 갑작스러운 이별인 것 같아요.

논의됐던 것은 꽤 오래전이지만 타이밍을 놓쳐져 이렇게 끊기듯 종영하게 돼 아쉬운 생각은 듭니다. 시즌제다, 아니다도 확실히 말씀드릴 수 없네요. 제 머릿속에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서요. 사실 시즌으로 하겠다고 한다면 또 숙제가 됩니다. 좀 자유롭게 생각나는 대로 정리하고 싶다는 마음을 회사에서 받아들였고 기회를 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회사로서는 큰 손해를 예상하면서 한 거라 저도 그 값진 시간을 보람되게 보내고 싶어요. '무한도전'에 도움을 준 회사와 사랑해준 팬들에 약속할 수 있는 것은 대중적일진 모르나 색깔이 분명한 것들로 꼭 인사를 드리겠다는 겁니다.

▶종방연을 하면서 '무한도전' 멤버들과 어떤 이야기를 했나요.

13년이라는 긴 시간을 프로그램과 멤버들과 함께했습니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무한도전'이 어떻게 됐을까, 후회나 아쉬움도 있죠. 사실 조세호를 따라 절에 갔다 와서 그런지 어제는 담담하게 이별을 했습니다. 저는 안 울었는데, 멤버들 눈물을 흘렸어요. 멤버들에게 특히 목요일 MBC 출근은 하루 세끼 먹는 것처럼 습관처럼 되어 있습니다. 농담처럼 'MBC 주변에서 돌다가 마주치지 말자', '정기적으로 등산이라도 갈까?', '스마트폰으로 우리 끼리 찍을까' 하더라고요. 아직 실감을 못 하는 것 같고 서서히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요. 정형돈도 마무리를 같이하고 싶어 용기 내서 현장에 왔습니다. 아직은 사람이 많은 곳을 힘들어해요. 종방 이후 '무한도전 시즌2'가 정해져 있다면 이렇게 멈출 이유가 없습니다.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아서 시간을 갖고 싶은 거죠. 파업 때문에 지난해 쉬고 할 때도, '무한도전'으로 돌아온다는 틀에서 생각하니 준비 시간이 힘들었던 경험을 했어요. 저 스스로에게나마 틀을 좀 벗겨 놓고 싶었습니다.

▶ 최행호 PD와는 어떤 이야기를 했나요.

스스로 부담을 느끼고 있더라고요. 지난 13년간 '무한도전' 시간대 시청자층의 변화를 겪어 왔습니다. 저희는 20~45세 시청자를 타깃으로 뒀는데 그 층이 줄어드는 상황이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새 프로그램 방영이 결정된 뒤엔 저도 직접적인 이야기는 못 하고 '열심히 해라', '언제든지 도움을 주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초기 '무한도전'과 2018년의 '무한도전'

'무모한 도전' 생기고 5개월 뒤 제가 들어왔을 때 모호한 표현이 많았습니다. 2% 모자란, 평균 이하의 사람들이 그 예죠. 그것의 의미를 찾는데 그다음 해 봄까지 캐릭터 만들고 찾아갔던 것 같습니다. 2007~2008년까지 큰 사랑을 받았던 것 같아요. 결국 부족함, 평균 이하라는 이미지는 사라졌죠. 저희의 도전은 부족한 사람의 개인적인 도전이 아니라 예능에서 할 수 있는 포맷의 도전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생각은 해봤지만 실험하기엔 부담스러운 것들을 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한 달에 하나씩만 크게 웃기자는 전략이죠. 간혹 두 세 개씩 웃겨서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종영을 준비하며 멤버들과 코멘터리 인터뷰를 하는데 2009까지 한 해, 한 해 빽빽하게 잘 됐더라고요. 캐릭터도 큰 사랑을 받고 제가 30년간 준비했던 스토리텔링이 부가되면서 재밌었다는 평가를 들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2010년부터는 페이지 넘기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운 것들이 보였습니다. 종영을 통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건 좋은 선택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한도전'을 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서 좋은 대우를 꿈꿨습니다. 종방연도 했고, 금요일에 스태프들과 포상 휴가를 갑니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게되어 좋기도 합니다. '무한도전'은 사회와 함께 고민할 문제들을 결론내리기보다 화두를 던지려고 했습니다. 역사, 대체 에너지, 선거제도 법안 발의했던 것처럼 우리의 삶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을 해보고 싶었어요. 간혹 계몽주의적으로 보여서 비판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1년에 하나 정도는 그런 임무를 하는게 맞지 않을까 했죠.

며칠 전 하하가 말했죠. '무한도전' 시작할 땐 꼬맹이였는데 어느 날부터 역사를 대변하는 사람이 되어 있어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고요. 제작진과 일본 한 번 다녀왔을 뿐인데 하고요. 시청자들의 고민을 담으려 하다 보니 우리 모두 성장했던 시간이었습니다.

▶ '무한도전'을 하면서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뿌듯한 것보다 그저 아쉬웠습니다. 큰 특집을 지향하지 않았지만 칭찬을 많이 받은 것들은 가요제, 배달의 무도, 역사 특집 등이 있겠네요. 호평을 받을 때 이번 주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다음 주가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시스템 보완을 원했습니다. 큰 특집을 하다 보면 제작진이 소진 되어 그 다음 주 특집 준비가 너무 힘들었거든요. 녹화 날이 다가오면 칭찬 글 보다 당장 다음 주 방송이 두려웠죠. 머릿속은 어떻게 채울까에 대한 고민 뿐이었어요. 프로레슬링, 못친소 편 후에도 이대로 '무한도전'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전략적으로 영동고속도로가요제를 하면서 '배달의 무도'를 동시에 준비한 적이 있어요. 동시에 진행하니 공허함이 두 배로 오더라고요. 의도는 좋았으나 기술적 한계에 부딪혔죠. 여섯 개의 시선 특집 하면서 영화 '오!수정' 처럼 같은 상황을 여섯 멤버가 동시에 볼 수 있을까에 대해 파헤치고 싶었죠. 구글 안경을 구해서 시선을 담아보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망작이 됐습니다. 하하.

초창기 땐 겉멋에 했던 좀비 특집이 아쉽네요. 조금만 더 디테일하게 심리적으로 멤버들에게 설명하고 갔으면 어땠을까 하고요. 어제도 박명수가 모두 제작진 잘못이라고 했어요. 충분히 설명도 안 해주고 똑같이 좀비 특집을 한다면 지금도 사다리를 밀었을 거라고 하네요. 하지만 하나 하나 좋은 기억들로 남아 있습니다. 스토리텔링 준비가 안 돼 못했던 것들이 좀 아쉽네요.

영광스러운 순간은 끝나 봐야 알 것 같아요. 내일 방송을 시사했는데 15분이 넘쳐서 어딜 잘라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자르고 잘라 나가지만 제일 좋은 상태로 나가는가에 대해서는 저도 모르겠어요. 항상 반복이죠.

▶'무한도전'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센스있는 자막과 편집이었어요.

사실 그 때문에 오해받았던 것도 많고 좋게 생각해주신 부분도 있어요. 초반에 중의적 표현을 많이 했는데 이슈에 대해 알고 있으면 보이지만, 잘 몰라도 재밌게 가보자는 규칙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희끼리는 비밀로 하자고 했죠. 뉴욕에서 식객 특집을 할 때 참 여유 없게 했던 것 같아요. 조금만 여유있었어도 하나, 하나 의미를 가지고 조금 더 풀어서 설명했을 텐데 쫓기는 듯 했던 거 같습니다.

아쉬운 특집이 있다면 최근 '면접의 신'에서 30개가 넘는 기업들 인사과 담당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준비만 한 달 했어요. 결과적으로 '무도'라는 틀에 한 주에 담아야 하니 기획 의도가 안 살아서 서운했죠. 게임, 주류 회사의 면접이 독특했는데 오히려 다른 시즌제 프로그램이었다면 8편, 10편으로 나눠 절실함이 보이는 캐릭터로 했다면 재밌지 않았을까요. 저희는 하루에 촬영하고 추리고 추려서 그 간절함과 절실함이 보이지 않았죠.

반대로 컬링 특집에 선수들을 섭외하면서 '무도' 부터 각 방송사 컬링 아이템들을 다 뒤져보고 고민이 많았어요. 현장에서 녹화 몇 개 했더니 결과적으로 선수를 만나 토크하고, 경기만 나가게 됐죠. 과정 모르는 사람들은 '얘들 고민 없이 컬링이나 한판 하고 끝났네'가 되는 거죠. '무한도전'이 주는 장점이 있지만 그 틀이 주는 한계가 있어요.

'홍철아 장가가자'는 실제로 노홍철이 이성을 만나는 과정만 설명하고 사과하다 끝이 났죠. 당시 (시청자) 의견을 수렴한 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저희가 원했던 구성이 아니었어요. 기획 의도가 잘못 표현되는데 걱정하는 분들이 많아,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인 격이 됐죠.

마지막 특집인 '보고싶다 친구야'는 중의적 표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앞으로 보고 싶을 거야'라는 것과 '너에게 이런 모습이 보고싶다 친구야'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이처럼 열린 결말이 '무도'스럽지 않을까 했습니다. 31일 나갈 방송을 보면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정준하, 박명수의 소회도 담겨 있고 결과적으로 맞는 특집이 된 거 같아요.

▶ '무한도전' 멤버들을 가장 가까이 지켜보면서 어떤 감정이 들었나요.

2005년 '무한도전'을 하면서 13년째 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지만 박명수가 끝까지 함께 할 거라고도 생각 못 했죠. 본인의 색을 잃지 않고 같이 와줘서 감사해요. 기복이 심한 분이라 저희가 잘 활용해 웃음을 터트렸어야 했는데 저희 일이 많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정준하는 마음이 섬세해서 가끔 작은 거에 슬퍼하고 눈물도 많은 캐릭터입니다. 정형돈도 종방연 때 잠시 인사하고 갔는데 아픔에 대해 조금 더 일찍 챙길걸 그랬어요. 손잡고 고마웠다고 말했죠. 하하의 역할은 축구에서 미드필더와 같습니다. 공도 배급하고 큰 그림 그리는 유재석과 함께 해왔어요. 노력과 '공'에 비해 '과'가 항상 적었다고 생각해요. 제일 고맙기도 하고 아쉽네요. 노홍철은 '무한도전' 2014년까지 큰 공 세우다가 하차했습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더라고요. 양세형은 마음 아픈 멤버 중 한 명입니다. 처음부터 너무 잘해서, 저희가 필요해서 초대했던 인물이죠. 드러내놓고 '멤버입니다'라는 말을 못 했던 상황이 미안합니다. 지난 2년간 양세형 때문에 든든했어요.

조세호는 2009년 '박 장군의 기습공격' 때로 거슬러 올라가서, 그때는 두드러지게 잘했다는 생각은 못 했어요. 입대 전 주에 '동거동락'에 와서 마지막으로 큰 인상을 남기고 싶어 했는데 '무도'에 나와 비판받아 아쉽다고 한 적도 있죠. 제대 후 돌아와 끝없이 인연을 이어왔어요. 지난해 초 노홍철을 다시 돌아오게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여름에 힘들다는 것을 확인하고 조세호를 생각했죠.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 가을에 파업이 있으면서 11월로 늦춰졌어요. 그제 인사하면서 '지난 10년을 무도에 들어오기 위한 마음으로 살았다', '짧은 여행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본인은 6개월 정도 한 시즌을 하면서, 칭찬만 받다가 멈춰서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유재석 같은 경우 콘텐츠에 대한 열정 높아 의견을 많이 얘기하는 편이에요. 현장에서 가장 좋은 정답을 찾아가도록 의견을 듣는 분이죠. 가끔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을 하세요. 제가 보기엔 본인의 임무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죠. 현실적 풀어내도 되는데 쉽게 본인과 타협하지 않아요. '유재석 토크쇼' 같은 것들을 쉽게 허락하지 않죠. 남들에게 더뎌 보일 수 있지만 제가 본 예능인 중에 가장 많이 노력하고 준비하는 분입니다.

▶포상휴가를 간다고 멤버들을 자주 속여왔는데 이번에는 진짜겠죠?

이상과는 달리 멤버들과 스태프들이 한 날 모으는 게 힘들더라고요. 행선지는 괌인데 3박 4일 일정 중 스케줄을 뽑아보니 맞는 날들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스태프들만 가고 멤버들은 차후에 좋은 시간을 잡기로 했습니다.


▶'무한도전' 종영 후 김태호 PD 개인의 계획이 있다면.

'무한도전'이다 '아니다'라는 틀을 넘어서 하고 싶습니다. 처음 '무도'에 발령받았을 때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이라는 책 도움을 받았어요. 불시착한 섬에서 소년들의 모험담은 멤버들과 다를 바 없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솔직히 제 안에 내재된 인문학적 소재들은 이미 스토리텔링에 탈탈 털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다 털고 난 뒤 이미 건조까지 끝낸, 비어있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채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죠. 이를 채운 다음, 쉬다가 주 1회씩 기획안을 만들까도 생각했습니다. 그것들을 취합하다 보면 '무한도전'이 될 수 있고, 아니면 관찰 예능이 될 수 있고, 다른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어떤 것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다음에 제가 들고 온 소재에 대해 MBC에서 '이거 해도 좋겠다'라는 승인이 떨어지면 이 자리에서 인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도'를 하면서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돈이나 명예보다는 '색깔'이었습니다. 최근에는 그 색을 지키는데 힘든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스스로 만족감이 떨어지고 자괴감까지 왔죠. '무한도전'의 색이 제 색깔이었던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색을 찾아갈까 고민했습니다. 앞으로의 시간은 그걸 회복하는데 할애할 듯합니다.

▶ 그간 김태호 PD의 거취를 놓고 대형 기획사부터 타 방송사 이적 제의까지 다양한 '설'들이 나온 상황입니다.

기획사를 차려주겠다, 타 방송사에 간다는 제안에 대한 소문은 저도 들었습니다. 주변에서 묻기도 하고요. '왜 너만 아니라고해?'라더군요. 6년 전 JTBC로 프로듀서들이 이적할 때부터 들어왔죠. 그때도 지금도 저는 '무한도전'에서만 일했습니다. 타사로 간 후배들과 작가들, 때로는 스카우터들을 만나면 본인이 자랑하는 본사의 자랑들을 MBC로 옮겨올 수 없을까라는 고민을 되려 했습니다.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는 소재로 삼았던 것 같아요.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큰 유혹은 없었습니다.

제가 콧대 높게 보였던지 최근에 연락받은 것은 없고 YG 엔터테인먼트로 간다고 주변에서 물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빅뱅 자리에 가야 하나'라고 그랬죠. 현대카드 쪽 이야기도 나올 줄은 몰랐는데요. 한 방송을 5년이상 하고 뜻하지 않게 리더가 되고 마케팅과 브랜드 관리법에 대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발적으로 현대카드의 마케팅, 네이버, 카카오 디지털미디어 만드는 분들을 만나 소통했죠. 지금으로서는 가정으로 돌아갈 계획입니다.

'무한도전'을 하는 13년간 아내, 가족과 밥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당분간 식사도 같이하면서 아들 한글공부를 가르치려고요. 세계문학전집도 읽고요. 그동안 이동 중 버릇 하나가 구글 세계지도를 보며 가고 싶은 곳을 표시해놨는데 그런 곳도 가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채워오고 싶어요.

다음주 부터는 예능5부장 자리에서 내려와 일반 PD가 됩니다. 개발팀으로 발령이 났죠. 아내가 이제 가사에 도움을 줄 수 있냐고 해서 그래도 직장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어요. 돈 주면서 막 쉬라고 하는 회사도 있겠지만 저희가 그런 걸 뻔뻔하게 하고 싶진 않아요. 출근과 퇴근을 해야합니다.

MBC에서 낸 입장 중 가을 이후 '쉰다'는 표현은 쉬면서 준비 기간 가지라는 의미입니다. 회사에 정확하게 '저 3개월 혹은 5개월 쉬겠습니다'라고 말하기 애매합니다. 근래에는 개편이란 개념이 많이 없어지고 시즌제도 생겼고 후배들도 프로그램을 하고 있으니 제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무한도전' 시즌2, 갑니까?

돌아올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려면 총알이 많이 준비되어야 할 상황입니다. 멤버들의 예능에 대한 세계관이 조금씩 달라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2007년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큰 사랑을 받을 때, 그 안에서 리얼 버라이어티로서 생존 전략을 고민했고, 이후엔 관찰 예능들이 자리 잡으면서 그에 대한 생각도 많았죠. 최근엔 눈에 들어오게 재밌는 예능은 없는 것 같고 프로그램 사이사이 빈틈을 찾는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우리 이런 거 합니다'하고 환기시킬만한 아이템에 대한 고민은 어제도 했습니다. 저희가 가을 개편에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준비가 안 돼 실망감을 드릴 수 있기에 자신 있게 말씀은 못 드리겠어요. 특히 유재석이 없었다면 '무한도전'은 지금까지 올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제일 많이 논의하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유재석입니다. 저도 걱정이지만 유재석이 다음 주 목요일 공허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요. 답을 찾으면 돌아오겠습니다.

▶'무한도전'으로 돌아온다면 어떤 콘셉트로 할 건지 생각해 보셨나요?

다음에 어떤 걸 할지에 대해 구상했다면 이렇게 막연히 쉬겠다고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후배들과 마블의 10주년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요. 원래 이야기는 있고, 대표도 따로 있지만 특집별로 감독이 다르죠. 하지만 스토리는 하나가 됩니다. 우리도 마블의 세계관을 가져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전체적인 틀은 제가 고민하고 현장에서 구체화하는 것은 후배들이 하면 좋을 텐데요. 세계관을 함께 하려면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해요. 앞으로 돌아온다면, 그리고 회사에서 허락한다면 그런 시스템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김태호 PD에게 '무한도전'이란.

유재석과 친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들어왔는데 전국민과 친해질지는 몰랐습니다. 어떻게 프로그램을 그려야 하나 두려움에 이야기를 많이 했던 계기가 됐죠. 반응이 좋을 때 젊은 PD들이 2년마다 바꿔서 해도 좋겠다 했어요. 누군가 이 프로그램에 들어오면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무한도전 PD 김태호'라고 불려질거에요. 자부심도 있고 어쩌면 좋지 않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라는 아쉬움도 남아있어요.

▶ '무한도전'을 통해 연출자로 배운 점은 무엇인가요.

가끔 포털에 인터뷰 나가는 게 부끄럽더라고요. 제가 '무도'를 만들었다기보다 같이 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즈'처럼 넋 놓고 있다 보니 맨 앞에 있는 상황입니다. 스태프와 작가들이 공을 나눠 가져야 하는데 말이죠. 그게 부담스러워 그동안 인터뷰가 좀 무서웠어요. 지금도 제 의견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매주 경험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작은 의견이 큰 특집이 되는 걸 체험했기 때문이죠. 가끔 쫓기듯 일하면서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안 하려고 노력해요. 100명에 가까운 스태프들이 '무한도전'을 만듭니다. 혼자는 할 수 없다는 걸 배웠습니다.

▶요즘은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입니다. 예능 트렌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앞으로도 계속되지 않을까요? 점차 예능이 다큐멘터리에 리얼에 가깝게 가고 있어요. 갑자기 선회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무도'가 밖에서 볼 때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프로그램 1위'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기본 정서는 남들과 다른 걸 해보자는 것이어서 관찰은 하지 않았던 상황이에요. 관찰 빼고 하려니 고민이 많았어요. 개인적으로는 해보고 싶은 장르입니다. 평소 다큐멘터리를 즐겨보고요. 리얼이라는게 고민해내서 만든 것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줄 때가 있지 않나요.

한때 노홍철과 함께 외국인들을 상대로 게스트 하우스를 하자는 이야기도 나눴었어요. 그러다 노홍철이 떠나면서 못했고요. 지금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나 '효리네 민박'처럼 색다른 관찰이 되지 않았을가 싶어요. 가끔 시간 안에서 만족도가 높고 안전한 선택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멤버들에게 '패피(패션피플)'이라고 놀림받기도 하는데요. 오늘도 색다른 스타일로 입으셨네요.

어제 후배들이 마지막 촬영이라 재킷을 다 같이 입고 왔더라고요. 저는 생각 없이 캐주얼하게 입고 갔고요. 오늘 뭐 입을까 고민하다 저도 마지막이니 재킷을 입자 해서 이렇게 입었습니다. 어두운색은 결말이 어두워 보이는 것 같고 봄과 어울리는 산수유 색과 가까운 의상을 골랐죠.

▶ 아이돌만큼 '무한도전' 팬덤의 화력은 대단합니다.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주세요.

항상 사랑해 주시고 기다려 주셔서 감사해요. 또 기대감에 못 미쳐 죄송한 마음도 있지요. 13년이라는 긴 인연이네요. 멤버들이 얼마 동안인지 모르겠지만 각자 활동을 하면 응원해주길 바라고 현실로 받아들이길 힘들겠지만 시간에 익숙해지면 언젠가 또 빠른 시간 내에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질책을 주시면 귀를 닫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저희는 알아요. '이번주 욕 먹을 거다', '재미없을 거다'라는 것을요. 결국 방송을 내야 하니까 두려웠어요. 재미없는데 재밌는 척 예고를 만들고 했던 것들, 그때 웃어넘겨 줘서 고맙습니다. 멤버들도 너무 큰 성장을 해서 오히려 저희를 키우는 맛이 떨어졌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제도 저희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방송으로 인사를 잘 하고 싶어요.

▶앞으로 김태호 PD는.

막상 바라왔던 시간인데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지는 막연합니다. 우리 작가도 매일 일을 하다가 쉬라고 하니 놀 줄 몰라 다시 일해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이 시간이 다음을 위해 멤버에게도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하고 보람있게 보낼 예정이에요. 시청자의 기대감에 어긋나지 않는 모습으로 돌아오도록 노력할게요.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마음은 저보다 멤버들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시청자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저에게도 '무한도전'은 버릴 수 없는 프로그램이고 유재석에게는 인생 프로그램이기도 하기에 아쉬운 이별이지만 반갑게 인사할 날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멤버들이 유튜브나 네이버, 카카오로 인사드리자 하는 것도 플랫폼에 대한 실험을 수 있어요. 그래서 열어놓고 변화된 모습으로 찾아오도록 할게요.

이번 주 열린 결말로 방송을 마무리합니다. 저희 멤버들의 소원이 담긴 방향이기도 하죠. 코멘터리 특집에 기존 멤버들이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회차별로 훑으면서 의미를 털어놨어요. '무한도전'과 30대 이후의 삶을 함께했고 인생이 묻어있죠. 저도 프로그램에서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인터뷰로 담아냈어요. 혼자 있을 때 이야기 할 것들이 있을 것 같아 인터뷰 위주로 담았죠. 헤어지고 싶지 않은, 이별을 준비하는 기간이 짧아 갑작스럽긴 했지만 만남도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 있도록 저희도 고민을 해보겠습니다.

'다른 데 안 간다', ''무한도전2' 저도 하면 좋겠다', '유재석과 사이 틀어지지 않았다', 세 문장이면 끝날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해서 죄송합니다. (웃음)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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