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드 4대 보복조치' 다 푼다

입력 2018-03-30 19:55
●단체관광
●롯데마트 매각
●선양 롯데월드 프로젝트
●전기車 배터리 보조금

양제츠 특사, 문대인 대통령 예방

"곧 가시적 성과… 믿어달라"
양국, 미세먼지 문제 공동대응

문 대통령 "미세먼지 중국 요인도 있다"
양제츠 "양국 환경센터 세워 해결
한반도 비핵화·평화정착 협력"


[ 손성태/조미현 기자 ]
중국 정부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한국에 취한 경제 보복 조치를 전면 철회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의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공동대응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이런 내용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했다.

양 위원은 우리 정부가 제기한 △중국의 단체관광 정상화 △롯데마트의 원활한 매각 절차 진행 △선양 롯데월드 프로젝트 재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문제 등에 대해 “관련 사항은 이른 시일 안에 가시적 성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양 위원은 “중국은 대통령의 관심 사항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며 “이를 믿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방중 때 시 주석에 이어 리커창 중국 총리와 연쇄 회담을 하고 양국의 경제 정상화를 합의했지만 실질적인 조치가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면담에 앞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9일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 등을 대동해 사드 보복 조치 해제를 위한 실무 협의를 벌였다.


중국은 정부 차원의 사드 보복 조치가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었지만 한·중 간 관계 개선에 따라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국내 피해 기업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중국과 실무단계에서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양국 간 경제 교류가 급속히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내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대책도 논의됐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미세먼지가 국내적 요인도 있지만 중국 요인도 있는 만큼 한·중 간 긴밀한 협력을 원하는 목소리가 국민 사이에서 높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양 위원은 “대기오염 문제는 한중환경협력센터를 출범시켜 공동으로 노력한다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센터의 조기 출범에 동의했다. 양국은 환경장관 간 협력을 포함해 고위급 관계자들이 이른 시일 안에 만나기로 했다.

기업들은 이날 논의가 신속한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그동안 사드 보복으로 인해 2조원이 넘는 손실을 본 롯데가 강한 기대를 나타냈다. 롯데는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철퇴를 맞았다. 롯데가 선양에 추진하던 롯데타운 프로젝트는 2016년 말 선양시 당국이 ‘행정절차 미비’를 이유로 공사를 중단시킨 이후 15개월째 재개되지 않고 있다. 사업 매각을 추진 중인 롯데마트는 현지 점포의 영업정지가 풀리지 않아 절차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도 한국산 자동차 배터리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견제가 풀리기를 기대했다. 중국 정부는 2016년 2월 버스를 시작으로 한국산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중국 내 완성차 제조업체들의 한국산 배터리 기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돌아갔다. 2015년 10월 LG화학은 난징에, 삼성SDI는 시안에 배터리 공장을 완공한 직후라 손실은 더 컸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한국 방문 금지 조치로 직격탄을 맞은 관광·유통업계도 중국 정부의 실질적인 조치가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도의 절반 수준인 416만여 명에 그쳤다.

이날 청와대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논의도 했다. 중국 측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청와대는 덧붙였다.

손성태/조미현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