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서 연구개발 성과 보고회
"제조업 체력은 R&D서 나온다"
LG화학 '프리폼 배터리' 팀 등
미래기술 개발한 14개팀 시상
연구위원 11명, 임원급 발탁 승진
[ 노경목 기자 ]
지난해 11월 열린 LG그룹 실적보고회. LG 계열사들이 한 해 회사 경영상황을 보고하는 이 자리에서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이 가장 신경 쓴 것은 연구개발(R&D) 관련 투자 규모였다. 전년보다 줄어든 계열사가 있으면 “왜 줄였냐”며 이유를 세심하게 따졌다. 이처럼 R&D를 중요시하는 구 부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행사 중 하나가 지난 28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렸다. LG 계열사들이 1년간의 R&D 성과를 전시하고 시상하는 ‘연구개발 성과 보고회’다.
◆R&D 투자가 경쟁력으로
보고회에는 구 부회장을 필두로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R&D 책임자 120여 명이 총출동했다. 계열사별로 14개 연구팀을 뽑아 시상했고, 기여를 많이 한 11명은 임원급 대우를 받는 연구위원으로 승진시켰다. 수상작은 양산에 들어가 실적에 기여하고 있거나 조만간 상용화가 기대되는 기술들이다.
연구개발 대상은 LG화학의 ‘프리폼(free form) 배터리’ 팀이 받았다. 배터리 모양을 마음대로 바꿔 좁은 스마트폰 내부에서 배터리 면적을 최대한 확보해 높은 배터리 용량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LG화학은 이미 상용화에 들어갔다. 애플과 LG전자의 새 스마트폰에 올가을부터 탑재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에서는 3개 팀이 상을 받았다. 스피커 자체가 소리를 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개발한 ‘크리스탈 사운드’ 팀과 구현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8K 화질의 OLED 패널 개발에 성공한 팀이다. LG전자 VC사업본부(전장사업 담당)에서도 세 개의 수상 팀이 나왔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한 팀과 차량 운전석용 디스플레이 디자인을 개발한 팀이다.
아이폰X(텐)에 적용된 3차원(3D) 안면인식 모듈을 개발한 LG이노텍 팀도 상을 받았다. LG하우시스에서는 단열성과 내구성이 높은 유리 자재를 개발한 팀이 수상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R&D!”
이번 보고회에서 구 부회장은 “R&D는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준비의 원천”이라며 “단기 성과에 연연해 R&D 인재 확보와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시장과 고객의 수요를 철저히 파악해 사업 기술로 연결시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계속 출시해야 한다”며 “경영진은 R&D 인재의 노력과 도전이 더욱 인정받고 보상받는 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 부회장은 과거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맡으며 R&D에 중점적으로 투자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0년 스마트폰 사업 대응에 실패해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진 LG전자를 맡아 가장 먼저 추진한 것도 R&D 투자를 늘리는 것이었다.
R&D에 대한 애정은 구 부회장이 평소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사업은 장거리 경주”라는 지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장거리 경주를 하려면 체력이 중요한데 제조업에서는 이 체력이 품질이며, 좋은 품질을 만드는 것이 충실한 R&D라는 것이다. LG 계열사 관계자는 “구 부회장은 R&D에 소홀해 보일 땐 단호하게 투자 확대를 독려한다”고 전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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