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혈세로 잔치판 벌이는 좀비기업 누가 키웠나

입력 2018-03-29 17:41
금호타이어와 한국GM의 회생 여부를 가를 데드라인이 공교롭게도 30일로 같다. 금호타이어는 이날까지 채권단에 경영정상화 이행을 위한 약정서를 내야 한다. 한국GM은 노사 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 한국GM은 부도가 날 가능성이 크다.

회생의 키는 노조가 쥐고 있다. 채권단은 노사 합의를 바라고 있지만 노조는 요지부동이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30일부터 파업을 예고했다. 해외매각 철회, 체불임금 지급, 일방적 구조조정 반대 등을 내걸었다.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삭감엔 동의했지만 △정년 65세 연장 △10년간 정리해고 금지 △비급여성 복지 유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채권단과 노조의 이런 줄다리기는 사실 꽤 익숙한 광경이다. 경영난에 처한 대기업에 산업은행이 자금을 투입하고 노조와 협의해 구조조정을 하는 방식은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우리의 관행이 됐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 되면서 혈세로 버티는 것을 넘어 잔치판을 벌이는 ‘좀비기업’들이 계속 늘어왔다. 산업은행과 감독기관 그리고 정치인들도 이 세금의 직·간접적 혜택을 누려왔다. 노조는 이런 약점을 잡고 기득권을 강화하는 데 몰입해온 게 구조조정의 ‘흑역사’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투입된 공적자금 168조7000억원 중 30%가 넘는 53조5000억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부실기업에 혈세만 퍼줬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GM의 구조조정은 참고할 만하다. 2009년 초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은 GM 노사가 내놓은 느슨한 자구안을 거부하고 민간 회생전문가들에게 종업원 46% 감축, 임금 25% 삭감이라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제시하도록 했다. GM이 구조조정을 제대로 못 해 파산하자 월가의 전문가들을 투입해 회사를 한 해 만에 흑자로 돌려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