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Success Story
IT로 위기 탈출 승부수 띄웠다
Best Practice - '패스트패션 성공신화' 유니클로
야나이 회장 "SPA산업 낡았다"… 정보제조 소매업 도약
의류에 인공지능·빅데이터 접목
기획부터 판매까지 2주로 단축
전자태그 붙여 실시간 재고관리
맞춤제작으로 고객 데이터 확보
[ 이설 기자 ]
세계 3위 의류브랜드 유니클로는 ‘혁신 DNA’를 지녔다. 최근 유니클로는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에서 ‘정보제조소매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정보기술(IT)로 사업 전반을 혁신하는 ‘제2의 창업’으로 미래 의류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유니클로는 수십 년 전 일본 지방도시의 작은 옷가게에서 출발해 일본 시장을 제패하고 세계로 매장을 확대해 SPA의 대명사가 된 업계의 전설이다. 이 역시 기획·생산·판매 등을 한 회사가 도맡는 SPA 방식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연구개발(R&D)에 과감히 투자해 히트 상품을 여럿 내놓은 혁신적인 전략 덕택이었다.
성장 정체 벽에 부딪혀… IT로 미래 선도
유니클로는 지난해부터 전자태그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 등을 사업에 전면 도입하는 ‘아리아케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갈수록 매출 성장세가 둔화하고 아마존 등 새로운 유통 강자들의 위협이 거세진다는 위기감에서다.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의 모기업) 회장은 “의류제조업에서 정보제조소매업의 시대로 변해간다”며 “SPA도 이제 낡은 산업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목표는 지금까지 1년이 걸리던 제품의 기획, 생산, 판매까지의 시간을 2주일 내로 단축해 소비자 수요를 더 빠르게 파악하는 한편 재고 발생을 줄이며, 현재 전체 매출의 5% 수준인 온라인 판매 비중을 30%까지 늘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 매장 제품에 전자태그를 붙여 실시간 재고관리와 고객데이터 수집을 가능케 하는 계획을 지난해 11월부터 추진 중이다. 고객이 점포나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사이즈, 색상, 디자인 등을 알려주면 옷을 맞춤제작해 10일 내 집으로 보내주는 서비스, AI를 탑재한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코디와 트렌드를 추천해주는 서비스 등도 도입했다.
IT를 적극 끌어안기 위해 기업 체질의 근본적인 변화도 꾀하고 있다. 핵심은 부서 간 칸막이를 없애 신속한 정보공유와 의사결정을 촉진하고 온라인·오프라인의 통합을 심화하는 것이다.
유니클로는 도쿄 아리아케에 대형 물류센터를 세우고 본사 기능도 이곳으로 이전했다. 과거 본사에서 7개 층에 나뉘어 일했던 기획·디자인·R&D·마케팅·판매영업·IT 인력 등 1000여 명을 6층 사무실 한곳에 모아 서로 협업을 강화하도록 했다. 또 현업 부서의 디지털 친화성을 높이기 위해 IT 인력들을 각 부서 바로 옆에 배치하기도 했다.
가격·품질 잡고 일본에서 대성공
유니클로 1호점은 1984년 히로시마에서 문을 연 캐주얼 의류매장 ‘유니크 클로딩 웨어하우스’였다. 당시 아버지에게 양복점을 물려받은 35세 청년이었던 야나이 회장은 ‘값싼 평상복을 누구나 부담 없이 입어보고 고를 수 있게 하자’는 생각으로 매장을 열었다.
이 매장은 기존 옷가게와 판이한 운영방식으로 소비자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점원이 손님을 따라다니며 말을 거는 것이 아니라 선반에 진열된 옷을 손님이 알아서 마음껏 입어보고 고르는 ‘셀프서비스’ 방식을 도입했다. 가격은 대부분 1000엔(약 1만원) 아래로 저렴했고, 오전 6시부터 개장해 직장인과 학생들이 집을 나서는 길에 매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대형할인마트 같은 의류매장’으로 이름을 얻은 유니클로의 다음 목표는 혁신을 통한 품질 향상이었다. 저렴하나 질 낮은 옷을 판다는 이미지를 ‘최고급 제품을 최저가에 제공하는 브랜드’로 전환하려 한 것이다. 유니클로는 홍콩 ‘지오다노’를 벤치마킹해 1990년대부터 수년에 걸쳐 의류 상품의 기획·생산·판매를 총괄하는 SPA 모델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중간 유통단계에서 발생하는 거품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소수 제품의 대량생산에 집중해 원가를 줄이는 유통 혁신을 이뤘다.
대신 중국 하도급공장에 엄격한 품질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첨단 섬유소재 기업 도레이 등과 협업해 제품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노력을 쏟았다. 그 결과 1998년 겨울 1900엔이라는 저가에 가볍고 보온성도 좋은 ‘플리스’를 내놔 히트를 쳤다. 장기 불황과 추운 날씨라는 상황까지 맞아떨어지며 플리스는 출시 첫해 200만 장, 1999년 850만 장, 2000년에는 무려 2600만 장이 팔리면서 매장 수 증가와 매출 급증을 이끌었다.
R&D로 히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유니클로의 품질 혁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독자적인 히트 상품이 더 필요하다고 본 야나이 회장은 2002년 도레이를 다시 찾아가 발열내의 ‘히트텍’의 공동개발을 제안했다. 도레이는 R&D센터 내에 유니클로 전담조직을 구성했고 인체에서 발생하는 수증기를 열에너지로 변환해 발열하는 초경량 신소재를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1만 벌이 넘는 시제품을 제작하고 버리기를 반복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2003년 출시된 히트텍은 첫해 150만 장, 이후 세계에서 1억 장 넘게 팔리는 기염을 토하며 유니클로를 세계 소비자에게 각인시켰다.
플리스 열풍에 따른 폭발적인 성장 이후 해외 진출도 본격화했다. 1999~2001년 유니클로의 일본 내 매출은 해마다 2배씩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배 이상 늘었다. 매장 수는 500개를 넘어섰다. 영국 런던에 첫 해외 매장을 낸 2001년을 기점으로 상하이, 서울, 뉴욕, 파리 등 세계 주요 도시에 입점했다.
해외 확장 과정에서 영국 매장을 대거 폐점하고 미국 시장에서 부진한 실적을 내는 등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유니클로는 히트텍, 에어리즘(속옷), 울트라라이트다운(패딩) 등 기능성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해외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했다. 명품브랜드의 최신 유행을 반영하는 데 중점을 두는 자라, H&M 등 경쟁사와 달리 실용성 높은 소수 품목을 끊임없이 발전시킨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글로벌 SPA 강자로 성장한 유니클로는 2015년 사상 처음으로 해외 매장 수가 일본 내 매장 수를 앞지른 데 이어 지난해 4분기 해외 매출이 2582억엔을 기록해 일본 매출(2570억엔)을 넘어섰다. 미국 온라인매체 쿼츠는 “중국과 한국,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에서의 꾸준한 선전에 힘입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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