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홈센타, '편의점 포비아'에 발목 잡혔다
중기부, 3년 유예 결정… 사실상 포기 권고
유진그룹 "사업 안 겹쳐 인근상권에 큰 영향 안줘"
산업용재협회 "골목 슈퍼마켓 신세 전락 시간문제"
[ 전설리 기자 ]
이달 말 개장 예정이었던 유진그룹 주택보수 DIY(소비자가 직접 제작할 수 있는 제품) 전문매장 ‘홈센타’가 3년간 문을 열지 못하게 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개점을 연기하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중기부는 홈센타 1호점(금천점) 인근 영세 공구·산업용재 소상공인과 소상공인연합회 산업용재협회 등이 “골목상권 침해”라며 반발하자 28일 사업조정심의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사업 개시 연기 결정은 1회에 한해 3년 더 연장할 수 있어 유진기업은 앞으로 최장 6년간 관련 사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됐다. 사실상 사업을 못하게 된 것이다. 유진그룹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와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편의점 포비아
작년 11월 시흥유통진흥사업협동조합은 중기부에 국내 1위 레미콘 업체인 유진의 홈센타 사업에 대해 조정을 신청했다. 시흥유통조합은 홈센타 금천점 인근에 있는 영세 공구·산업용재를 판매하는 소상공인으로 구성된 협동조합이다. 이들과 소상공인연합회 산업용재협회 등은 넉 달간 홈센타 입점 철회와 확대를 반대하는 1인 시위, 차량 시위 등을 벌였다. 청와대에 청원하고 정부·국회 등에도 건의했다.
유진 측은 “홈센타 사업은 시작 단계로 규모가 작고 품목도 시흥유통조합보다 훨씬 적어 인근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홈센타 금천점 면적은 1795㎡로, 시흥유통상가(8만700㎡)의 2.2% 규모다. 유진은 연내 3개 매장을 열고, 5년 내 전국에 20개 매장을 낼 계획이었다. 이번주 1호점 개장을 앞두고 판매 물품을 사들이고, 상품기획자(MD) 판매원 등 80여 명을 고용한 상태다. 유진 관계자는 “(매장 정리 등) 앞으로 일정은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산업용재협회 등이 홈센타 개장에 반대하는 이유는 ‘편의점 포비아’ 때문이다. 송치영 산업용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1989년 올림픽 선수촌 내 아파트에 처음으로 편의점이 생겼을 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지만 지금 전국 편의점이 3만9000개에 달한다”며 “제2, 제3의 유진이 등장하면 골목슈퍼 신세가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유진 측은 이와 관련해 “유럽 최대 인테리어 유통 브랜드 비앤큐가 2005년 서울 구로와 경기 구리에 매장을 열었으나 2년 만에 조기 철수했고, KCC가 2010년부터 운영 중인 인테리어 자재 전문매장 홈씨씨도 인근 상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일어나지도 않을 10년 뒤의 일을 걱정해 사업을 못하게 하는 것은 억지라는 얘기다.
◆“무조건 철수하라”
양측은 작년 말부터 지난달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자율조정 협의를 했다. 유진 측은 지역 도매업자에게서 상품 구매, 취급 품목과 마케팅 활동 축소 등을 포함한 상생 방안을 제안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협상 초기엔 품목 조정 등 협상에 임하는 듯했으나 이후 사업 철수만 고집해 협상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유진그룹이 주택보수 DIY 유통사업을 추진한 것은 불황형 DIY 인테리어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유진그룹은 주력인 레미콘 사업을 기반으로 B2B(기업 간 거래) 건축자재 유통사업에도 진출했다. 이 부문 매출은 2015년 548억원에서 작년 1500억원(추정치)으로 2년 새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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