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족수 미달로 감사선임 등 실패 잇따라
거래소 "기업경영에 지장 없어"
상장사들 "불난 집에 부채질"
[ 하헌형 기자 ] 섀도보팅이 폐지된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족수 미달로 상정 안건이 부결된 상장회사가 50곳에 달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창, AJ렌터카 등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두 곳과 네오티스, 누리텔리콤, 미스터블루, 우수AMS, 유비케어, 위지트, 아진산업 등 코스닥시장 상장사 14개사는 이날 정기 주총을 열어 이사·감사 선임 및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했지만 부결됐다. 이로써 올해 정기 주총에서 정족수 미달 등으로 상정 안건이 부결된 상장사는 50곳으로 늘어났다.
섀도보팅은 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주총에서 나온 찬반 비율대로 실제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하지만 소수 대주주 의견이 주로 반영되고 다수 소액주주 의견은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폐지(일몰)됐다.
주총 상정 안건은 ‘출석한 주주의 과반수’와 ‘의결권 있는 주식의 25% 이상’이 찬성해야만 통과된다. 이 중 감사 선임안은 표결 때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기관투자가 지분율이 낮거나 거의 없고, 주총장에 잘 나오지 않는 소액주주들이 많을수록 정족수 미달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주주총회 의안 부결의 상장법인 영향도 검토’라는 자료를 통해 “감사 선임 등 주총 안건이 부결돼도 해당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거래소 관계자는 “신임 감사가 선임되지 않으면 기존 감사가 차기 주총이 열릴 때까지 계속 업무를 수행하게 되기 때문에 기업 경영에 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족수 미달로 이사·감사 보수 한도를 정하지 못하면 해당 회사 이사와 감사는 그해 주총 전 지급된 돈(3월 주총 개최 회사의 경우 1·2월분)을 반납하는 게 원칙이지만, 이후 임시 주총에서 안건이 승인되면 보수를 소급받을 수 있어 중대성이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기업들이 임시 주총을 열 때 드는 시간과 노력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관계자는 “임시 주총에서조차 상정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기업들에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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