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소동 벌인 실업자… 아버지 죽음 책임 공방

입력 2018-03-28 17:14
수정 2018-03-29 05:34
사회 풍자 뮤지컬 '존 도우' '브라더스…' 나란히 무대에

블랙코미디 '존 도우'
영화 '존 도우를 찾아서'가 원작
음악·춤 활기차고 웃음 자아내

스릴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도스토예프스키 소설 모티브
음악·무대·연출 어둡고 무거워


[ 양병훈 기자 ]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었던 걸지도 몰라.”(뮤지컬 ‘존 도우’ 중 대사)

“누가 죽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지. 누가 죽이고 싶어했는지가 더 중요하지.”(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대사)

사회 풍자적인 내용의 뮤지컬 두 편이 대학로에서 동시에 공연 중이어서 눈길을 끈다. 다음달 22일까지 서울 연건동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존 도우와 다음달 15일까지 서울 동숭동 수현재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다. 뮤지컬은 장르 특성상 스토리가 극적이거나 경쾌한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등 오락적 요소에 집중한 작품이 많은데, 이들 작품은 진지한 메시지도 함께 담고 있어 화제다.

존 도우는 세계가 대공황을 겪은 1930년대에 한 신문사가 평범한 시민의 자살 예고기사를 내보내며 시작된다. “존 도우라는 신원 미상의 사람이 ‘취업난을 방치하는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자살하겠다’는 예고장을 신문사에 보냈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신문사가 판매 부수를 올리기 위해 만든 가짜뉴스였다. 사람들은 거짓말에 깜빡 속는다. 불황에 허덕이던 사람들은 존 도우의 심정에 공감하고 이 뉴스는 전국을 휩쓴다. 신문사는 사람을 고용해 존 도우 연기를 시키는 지경에 이른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네 형제가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싸고 누가 죽였는지 책임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죽음 자체에 집중하지만 곧 모두가 마음속으로 아버지를 증오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이들은 서로를 의심한다. 이들이 아버지를 미워한 이유는 돈, 여자, 지식 등 다양하다. 형제들은 알리바이를 대며 자신은 아버지 죽음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누구의 말이 맞는지 분간이 안 된다. 각자 스스로의 기억을 조작하며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느낌마저 준다.

두 작품은 사회가 경험하는 ‘사건의 실체’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존 도우에서 언론과 정치인은 가상의 영웅을 만들어 내고 그를 통해 탐욕을 추구한다. 이들은 진실이 뭔지를 놓고 대중과 숨바꼭질한다. 대중이 거짓과 진실을 구분할 수 있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보다 비관적이다. 이 작품에서 형제들은 “다들 아버지를 미워했기 때문에 누가 실제로 아버지를 죽였는지는 의미 없다”는 걸 깨닫는다. 존 도우는 사건의 실체가 중요하다는,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중요치 않다는 상반된 관점을 담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고전 콘텐츠를 모티브로 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존 도우는 아카데미 3관왕 감독인 프랭크 카프라(1897~1991)의 1941년 개봉 영화 ‘존 도우를 찾아서’,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1821~1881)의 장편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원작이다. 그러나 원작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을 뿐 줄거리는 ‘새로 썼다’고 해도 될 만큼 상당 부분 다르다. 두 작품 모두 창작 초연이다.

두 공연은 연출 등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존 도우는 블랙코미디 장르다. 음악과 춤이 활기차고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도 많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스릴러다. 음악, 무대디자인, 연출 등이 시종일관 어둡고 우중충한 분위기다. 규모도 차이가 난다. 존 도우는 중극장 작품(700여 석 규모)이고 배우가 10명 이상 나오는 장면이 많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소극장 작품(250여 석 규모)이고 배우는 5명이 전부다. 존 도우 3만3000~7만7000원,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전석 6만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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