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 정봉주, 고소 취하 …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던 까닭은

입력 2018-03-28 10:39
수정 2018-03-28 11:23
정봉주 고소 취하…"사건 당일 호텔서 카드 사용"
'성추행 의혹' 정봉주의 자백 "호텔 결제내역 스스로 확인하고 고소 취하"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은 호텔에 방문한 적도 없다고 주장하다 당일 카드 내역이 확인되자 보도를 했던 프레시안 기자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정 전 의원은 28일 입장문을 통해 "지난 27일 (성추행이 일어난 것으로 지목된) 2011년 12월 23일 카드 사용 내역을 확보해 검토한 결과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결제한 사실을 확인해 즉시 스스로 경찰 측에 자료를 제공하고 고소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며 서울시장 출마를 강행했던 정 전 의원은 입장과 거취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내 별도로 전한다고 했다.

"호텔에 간 기억이 없었다"는 정 전 의원의 해명 또한 사건 발생이 이미 7년이 지난 후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성추행을 폭로한 A씨가 그날 정 전 의원과 주고받은 메시지와 당일 나눈 대화 등을 밝혔을때도 그는 왜 "A씨를 만난 사실도, 호텔에 간 일도 없다"고 큰소리를 칠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정 전 의원의 입장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 전 의원은 고소취하 후 보도자료를 통해 "저는 유리한 증거가 많이 있다는 생각에 덮고 가고 싶은 유혹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자신이 해당일 호텔에 간 사실과 성추행한 직접적인 증거가 아직까지 없는 상황에서 부인하려면 부인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A씨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성추행 당일로 지목된 2011년 12월 23일 오후 5시 37분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 1층에 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 ‘뉴욕뉴욕’에 있었음을 입증하는 ‘위치기반 서비스’를 제시하면서 "날 고소해달라"고 주장하며 상황은 조금씩 반전됐다.

정봉주 카페지키였던 '민국파'가 오후 1~2시쯤 정 전 의원을 호텔에 내려줬다는 보도 이후 A씨의 사건 발생 시간이 다시 오후 5시대로 바뀌자 네티즌들은 A씨를 오히려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 역풍은 정 전 의원에게 "프레시안만 고소하지 말고 사건 폭로 당사자인 A씨를 고소하라"라는 요구로 이어졌다.

정 전 의원이 '유리한 증거'가 많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자진해서 호텔에서의 카드내역을 밝힌 것은 경찰 수사결과 정 전 의원의 호텔행이 입증될 경우 더욱 큰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 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정 전 의원은 카드내역을 뒤늦게 공개한 경위에 대해 “(당일) 오후 5시 이후의 사진을 확보하려고 하였으나 확보되지 못했고 따라서 오후 5시 이후 여의도가 아닌 장소에서의 결제나 방문을 입증하는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 뛰며 백방으로 노력하던 중 23일 오후 6시 43분의 뉴욕뉴욕 결제내역을 제 자신이 스스로 확보했다”고 했다.

그는 “유리한 증거가 많이 있다는 생각에 덮고 가고 싶은 유혹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결제내역이라는 명백한 기록이 저의 당일 렉싱턴 호텔 방문을 증거하고 있는 이상 이를 스스로 공개하는 것만이 이 모든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책임을 지는 길이라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전히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저는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그래서 처음부터 분명하게 입장을 밝혔고 관련 사진, 관련자들의 진술, 제보내용 등을 통해 더욱 자신했다”며 “하지만 직접 나서서 결재 내역을 확보했고 이를 제 눈으로 확인한 이상 모두 변명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기억이 없는 것도 제 자신의 불찰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네티즌들은 "기억이 없다"가 아닌 "호텔에 간 적도 A씨를 만난 적도 없다"는 정 전 의원의 기자회견때 주장을 이미 똑똑히 보았다.

구속을 앞두고 수많은 지인들을 만나면서 동시에 어머니 병문안하며 시간을 쪼개써야 했던 급박한 상황에서 A씨를 왜 만났으며 만난 후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이제 정 전 의원이 입을 열어야 할 때다.

앞서, 정 전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저 정봉주가 호텔 룸으로 A씨를 불러 성추행을 시도했다는 (프레시안) 보도는 전 국민과 언론을 속게 한 기획된 대국민 사기극이다"라며 전면전을 선포한 바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