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전격 訪中
긴장 감돌았던 1박2일
김정은, 김정일 묵었던 댜오위타이 숙박
'IT단지' 중관춘 방문…일대 교통 전면 통제
일반인 차단…"베이징 모든 경찰 집결한 듯"
[ 베이징=강동균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1박2일 방중(訪中) 기간 내내 중국 베이징 일대 경비는 삼엄했다. 중국 정부 최고 지도부가 외국 주요 인사를 만나는 장소인 톈안먼광장 앞 인민대회당 주변에는 줄곧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찰이 27일에도 인민대회당으로 향하는 보도를 전면 차단해 접근할 수 없었다.
인민대회당과 톈안먼을 가로지르는 도로 맞은편에도 차단벽이 설치됐다. 한 시민은 “인민대회당 주변은 평소에도 자주 통제가 이뤄지지만 이 정도까지 보안이 강화되는 것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또는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 때나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위급 인사가 인민대회당을 출입할 때 사용하는 북문 주변엔 전날 북한 측 승용차 20여 대와 미니버스 세 대, 구급차 두 대가 주차돼 있었지만 이날은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전날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공산당 최고위급 인사들과 세 시간가량 회담과 만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취재진은 김 위원장의 방중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외국 국빈이 중국을 방문할 때 묵는 댜오위타이(釣魚臺) 경비도 크게 강화된 모습이었다. 20대 이상의 경찰 차량이 도로 주변에 서 있었고, 이어폰을 낀 사복 경찰 수십 명이 주위를 지키고 있었다. 경찰은 주위에 있던 기자들과 행인을 200여m 떨어진 곳으로 몰아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11년 5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머물렀던 댜오위타이 18호실에서 묵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아침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방문단을 태운 차량이 댜오위타이 동문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들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일 위원장도 2011년 방중 당시 중관춘의 정보통신 서비스 기업인 선저우수마 등을 방문했다.
이날 중관춘 일대 교통은 전면 통제됐다. 한 베이징 시민은 위챗에 “베이징의 모든 경찰이 중관춘에 집결한 것 같다. 수백 대의 경찰차와 경찰견 등이 중관춘을 포위하고 있으며 일반인의 접근이 완전히 차단됐다”고 전했다.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의 경계도 강화된 모습이었다. 북한대사관 정문에는 경찰 서너 명이 배치돼 기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다가가면 신분증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대사관 정문을 지키는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경비병은 취재진을 보고 익숙한 듯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지만 사진을 찍으려 하자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김 위원장은 이날 북한으로 돌아갔다. 김 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방문단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특별열차는 오후 4시께 베이징역을 출발했다. 베이징역에는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의 차량도 목격돼 지 대사가 고위급 방문단을 배웅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별열차는 랴오닝성 선양과 단둥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 밤 특별열차편으로 북·중 접경지역인 신의주를 거쳐 단둥역을 통과해 26일 오후 3시께 베이징역에 도착했다.
북·중 접경지역 압록강변 유명 호텔인 중롄호텔은 이날까지 압록강변을 바라보는 객실 예약을 중단했다. 중롄호텔 측은 “당국의 지시로 27일까지 중조우의교(압록강대교)를 조망할 수 있는 객실 예약을 받지 않았다”며 “28일부터는 예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북한 신의주와 마주한 단둥 압록강변에 있는 중롄호텔은 압록강대교와 단둥세관의 움직임을 가까운 곳에서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