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을의 천지개벽… 시진핑 주석 '정치적 고향' 정딩현이 뜬다

입력 2018-03-27 18:35
수정 2018-03-27 18:36
='절대권력' 시 주석, 35년 전 공직에 처음 입문한 지역
='初心不忘(초심을 잃지 말자)'의 발원지… 시진핑 성지화
=2012년 '징진지(京津冀)협동발전 국가전략' 추진 중



[유정우 기자] "정딩(正定)현에는 당 서기가 2명이란 말이 있죠. 우리 주민들 마음 속엔 시진핑 주석을 '영원한 서기'로 여기고 있답니다." 지난 19일 정딩현 시내에서 만난 중국인 류쥔(劉軍·71) 씨는 "우리 현은 시 주석이 28세 때 최초로 공직에 입문 한 곳"이라며 "당시(1984년) 인민일보에 '정딩 현의 비약적인 경제 발전'이란 제목의 시 주석 관련 기사가 1면을 장식했을 만큼 모든 경제지표를 200% 이상씩 신장시켰다"고 말했다.

허베이성(河北省) 서남부, 허베이 평원 중부에 있는 정딩은 허베이성의 성도 스좌장(石家庄) 시에 속하는 현이다. 중국공산당 국방부장 비서로 3년 군 복무를 마친 시주석이 1982년 초 낯선 농촌의 서기로 공직 생활을 처음 시작한 곳이다. 시 주석은 1985년 푸젠성(福健省) 샤먼(厦?) 부시장으로 영전하기까지 3년 넘게 정딩 곳곳의 현장을 누볐다.

때문에 정딩은 시 주석의 '정치적 고향'으로 통한다. 중국의 '절대권력'인 그가 대륙을 호령하는 행정력의 초석을 다진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 주석은 평소 "내가 오늘 이처럼 강건한 정신과 신체를 가지게 된 건 과거 정딩 현 부서기 시절 매일 30㎞ 이상 자전거로 시골 길을 누비며 행정 지원을 펼쳤기 때문"이라고 한다는 전언이다.

주석이 된 후 그의 행보에서도 정치적 고향에 대한 배려가 뚜렷이 눈에 띈다. 그는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으로 매년 한 차례 이상 정딩을 방문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정딩 현을 중국 전역에서 승진한 초급간부(촌장)들과 전국 여유국(旅遊局) 종사자들의 현지 사상학습 및 시범 참관 지역으로 선정했다. 참가 인원이 어림잡아 20만명이다. 시 주석의 정치 초심과 정신을 배우게 하는 게 목적이어서 장기집권의 발판을 마련한 시 주석을 위한 '성지화' 작업의 일환이라 관측도 있다.

정부 정책도 한몫했다. 시 주석은 2012년 12월부터 '징진지(京津冀)협동발전 국가전략'을 강력히 밀어부쳤다. 2015년엔 스좌장 시의 발전 전략 키워드를 '대상무' '대물류'로 확정하고 이 지역을 현대식 상업물류 중심도시로 개발했다. 스좌장 지역에 국내외를 아우르는 O2O 무역플랫폼을 조성하고 패션·피혁 등 각종 소비제품의 종합집산지로 만들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형 무역클러스터로 조성한다는 게 시 주석의 구상이다.

총책을 맡은 이는 리잔수(栗戰書)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장인 그는 1983년 리잔수가 스좌장 지구 우지(無極)현 서기로 일할 때 시 주석은 바로 옆의 정딩(正定)현 서기였다. 서로 이념 성향이 맞았던 이들은 매달 한두 번씩 정딩 현에 모여 술을 마시며 우의를 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상무위원이던 리잔수를 국가 서열 3위인 상무위원장에 앉힌 것은 그런 까닭이다.

이런 인연은 정딩 전체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허름한 시골 마을은 온데간데없고 베이징과 상하이 못지 않은 빌딩 숲으로 변모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1시간 20분 남짓 걸리는 고속철도 역사를 비롯해 660만㎡ 이상의 대규모 역사관광 단지, 킨텍스의 10배를 넘는 국제전시장, 330만㎡ 이상의 복합 쇼핑단지와 990만㎡ 이상의 과학시술단지 등이 개장을 앞두고 있다.

주거문화도 바뀌었다. 주요 도로는 이미 왕복 8차선으로 정비됐고 20층 이상 고층아파트도 즐비하다. 가로수는 형형색색의 불빛과 어우러져 도시 야경을 이루고, 잘 정비된 이면도로에 설치된 가로등도 징딩을 상징하는 각종 조형물과 어우러져 장관이다. 관광단지내 상가들에서는 주류와 화장품, 생필품 등 각국에서 날아온 생활용품이 진열된 매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원책도 눈에 띤다. 2015년 중국 정부는 정딩 현을 국가중점관광지로 지정했다. 전국 최대 규모의 마이스 행사도 열린다. 정딩 현은 올 상반기 중 열리는 '전중국 화장실문화 개선 엑스포' 유치에 성공했다. 이는 시 주석이 제시한 세계화 전략의 핵심 개선사항인 전국 화장실 문화 개선의 초석이 될 행사다. 전국 22개 성(省), 5개 자치구(自治?)를 비롯해 참가 단체가 1000개를 넘는다는 게 시 정부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정딩 현을 국가급 신경제구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딩이 글로벌 도시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는 건 2022년 열릴 동계올림픽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중국을 G2로 격상시켰다면 신흥대국 중국의 명실상부한 위용을 보여줄 기회는 2022년 동계올림픽이기 때문이다. 동계올림픽은 베이징과 허베이성(장가구) 등지에서 분산 개최되며 정딩 현이 포함된 스좌장에서는 설상 종목 경기가 열려 국제적 위상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상기 한중지역경제협회장은 "시 주석의 공직 초임지인 스좌장 정딩 현은 그가 제창한 '初心不忘(초심을 잃지말자)'의 발원지여서 중국인들에겐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는 '영혼의 발원지'로 각인돼 있다"며 "정딩은 신중국 100년을 향한 '중국 굴기' 과정에서 새롭게 주목 받는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정딩(중국 허베이성)=유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