궈수칭-이강 '쌍두체제'
"CEO와 이사회 의장 분리한 셈"
[ 강동균 기자 ]
궈수칭(郭樹淸) 중국 은행·보험감독위원회 위원장(사진)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당위원회 서기에 내정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5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은 이강 인민은행장과 궈 위원장의 ‘쌍두체제’로 운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궈 위원장은 당초 올해 16년간의 재임을 마치고 물러난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 후임에 임명될 것으로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하지만 지난 19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7차 전체회의에서 이강 인민은행 부행장이 인민은행장에 발탁됐다. 궈 위원장은 새로 출범한 은행·보험감독위원회 초대 수장에 선출됐다.
금융업계에선 이 같은 인사를 두고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었다. 궈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정치국 중앙위원에 포함됐지만 이 행장은 한 단계 낮은 후보 중앙위원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장 경쟁에서 이 행장이 당내 서열이 더 높은 궈 위원장을 제친 것은 경제사령탑에 오른 류허 부총리의 강력한 후원 덕분이란 얘기가 나왔다. 이 행장은 2014년 당 중앙재경위원회 사무부총장을 맡아 당시 사무총장이던 류 부총리를 보좌했다. 류 부총리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고등학교 동기 동창으로 ‘시코노믹스(시 주석의 경제정책)’의 설계자로 불린다.
WSJ는 인민은행장과 당서기가 분리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저우 전 행장은 당서기를 겸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공산당 내 권력 서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인민은행 당서기는 정치국 중앙위원이 맡아왔기 때문에 후보 중앙위원인 이 행장에게 당서기까지 맡기긴 힘들었을 것이란 얘기다.
인민은행장과 당서기가 분리됨에 따라 앞으로 이 행장이 조직 운영을 총괄하고, 궈 위원장은 공산당의 결정 내용을 통화정책에 반영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NYT는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을 따로 둔 것과 비슷하다”며 “이 행장의 권한이 상당부분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