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에 강한 신문 한경 JOB] 증권맨·개발자 등 800여명 몰린 일본취업 설명회

입력 2018-03-26 18:24
무역협회, 해외취업 전략설명회

"오랫동안 근무할 한국인 원해"
"전공 안보는 日 채용시스템 매력"


[ 공태윤 기자 ]
지난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무역협회의 ‘일본 해외 취업 전략설명회’. 하토리 다카시 주한 일본대사관 경제공사는 어색하지 않은 한국말로 ‘일본의 청년고용’이란 주제강연을 했다. 하토리 경제공사는 “일본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개진해 최고경영자(CEO)가 좋아한다”며 “일본 기업은 오랫동안 일할 한국인을 원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취업난으로 일본 취업 설명회가 성황이다. 무역협회는 당초 500석 규모의 홀을 마련했으나 사전 신청자가 800여 명에 달해 200석 규모 강의실을 별도로 급히 설치하기도 했다.

증권사 퇴사 후 일본 취업을 준비 중인 김승태 씨는 “친형이 일본 라쿠텐에서 근무 중인데 만족도가 높아 일본 기업으로 재취업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게임 프로그램 개발자라고 밝힌 박동만 씨는 “한국보다 일본의 정보기술(IT) 기업 취업을 위해 설명회장을 찾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일본 대졸자(2017년 3월 졸업자 기준) 취업률은 97.6%. 1997년 조사 이후 최고치였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영향으로 2013년부터 고용지표가 꾸준히 개선돼 지난해 실업률은 2.8%로, 24년 만에 처음 2%대를 기록했다. 올해 일본 기업의 신입 채용 구인비율은 1.78이다. 구직자 한 명당 1.78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일자리가 부족한 한국을 떠나 일본으로 취업하는 한국인이 늘고 있는 이유다. 2011년 3만619명이던 일본 내 한국인 근로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5만5926명으로 매년 10% 이상씩 증가했다.

일본의 취업시즌은 매년 3월 시작된다. 한국 기업이 직무 중심의 ‘전문직 채용’이라면 일본 기업은 종합직 중심의 보편적 인재를 선호한다. 다만 직무가 명확한 직종은 이공계 기술직 대상의 전문직 채용을 한다. 서류전형에서도 한국은 스펙을 주로 보지만, 일본 기업은 성장배경·소통능력·협동력 등 인성에 무게를 둔다.

일본 기업에 취업하려면 일본 노동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일본 기업의 법정노동시간 상한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이다. 시간 외 근무를 하면 통상임금의 25% 할증임금을 받는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지역·산업별로 다르다. 이희자 노무법인 주원 대표노무사는 “도쿄의 시급이 968엔(약 9800원)인 반면 홋카이도는 810엔(약 8300원)으로 차별화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휴일이 무급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2016년 일본 기업에 입사한 김홍익 씨는 “한국 취업시장에서 인기 없는 공예과를 나왔지만 일본 IT 기업에 당당히 입사했다”며 “신입 채용 때 전공을 안 보는 일본 기업의 채용시스템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한국 방문은 쉽지 않다”며 “향수병이 있는 구직자라면 해외 취업을 재고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수 무역협회 회원지원본부장(상무)은 “올해 일본 취업 구직자를 위해 두 차례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6월 말에는 50개 일본 기업을 초청하는 채용박람회도 계획 중”이라며 “무역협회의 일본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62명이 취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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