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58번째 패션쇼 연 '1세대 디자이너' 박윤수

입력 2018-03-26 18:04
"패션쇼는 종합예술… 강원도에 뮤지엄 만들 것"

지난주 막 내린 서울패션위크서
'빅팍' 오버사이즈 디자인 선보여

"디테일 강한 K패션 해외서 인기
평창에 핫플레이스 만들겠다"


[ 민지혜 기자 ] “패션디자이너는 음악, 미술, 무대장치, 옷 등을 스토리로 엮어 보여주는 종합 예술가입니다.”

국내 1세대 패션 디자이너인 박윤수 디자이너(사진)는 지난 24일 막을 내린 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 자신의 58번째 무대를 올렸다. 국내 최초의 패션디자이너 모임인 SFAA(Seoul Fashion Artist Association) 창립 멤버인 그는 SFAA 창립 첫해인 1990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서울에서 패션쇼를 열어왔다. 뉴욕, 파리, 런던 등 해외 무대에도 꾸준히 참여하는 등 ‘K패션’ 수출의 선두주자로도 꼽힌다.

박 디자이너는 ‘박윤수’ 브랜드를 운영하다가 6년 전 젊은 층을 위한 신규 브랜드 ‘빅팍’을 선보였다. 오버사이즈와 화려한 색감 등의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등 아시아와 유럽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옷을 만들 때마다 매번 내 고집과 대중성 사이에서 고민한다”며 “한땀 한땀 공들이는 장인정신만으로는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패턴, 원단 등 각 분야 전문가인 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고 말했다. 예전엔 디자이너 한 명이 브랜드 콘셉트부터 무대 기획, 옷 제작, 마케팅, 영업 등을 다 담당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고 했다. 박 디자이너는 “K패션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분업화, 세분화, 전문화해야만 한다”며 “한국 디자이너들은 섬세하게 디테일을 살리고 색을 잘 쓰는 데다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패션디자이너의 핵심 역량은 성실함이다. 박 디자이너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수영 등 운동을 하고 아침식사를 거르지 않는다. 눈 뜨고 보는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는 “디자이너는 눈을 감고 있으면 안 된다고 늘 얘기한다”며 “영화, 음악, 미술처럼 패션도 스토리가 필요하고 부지런히 옷을 제작해야만 하나의 큰 스토리가 완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목표는 강원 평창에 K패션 기념관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가 별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평창 수하리의 시골집을 패션 박물관으로 바꾸는 일을 시작했다. 단순히 옷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K패션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고 신진 디자이너의 작품도 전시하는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예술가들과 협업을 통해 음악회, 미술품 전시회도 열 예정이다. 박 디자이너는 “강릉 커피숍 거리가 유명해졌듯 사람들은 거리가 멀더라도 독창적인 공간을 찾아가게 마련”이라며 “무슨 아이템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핫 플레이스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뭐든지 기본에 충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기본이란 옷을 잘 만드는 것. 박 디자이너는 “매일 부지런히 옷을 제작하고 발품을 팔고 패턴, 원단 등도 공부해야 한다”며 “나는 지금도 평소 4~5시간밖에 안 잘 정도로 일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옷을 잘 입고 싶어 하는 직장인들에게는 “늘 입던 무채색 계열의 옷만 고집하지 말고 바이올렛(연보라) 등 트렌디한 색으로 포인트를 넣어보라”며 “자신의 이미지를 색으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한 사회생활”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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