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실크로드 길목에 영화세트장 같은 '황금빛 중세도시' 히바

입력 2018-03-25 14:59
우즈베키스탄 히바



우즈베키스탄 히바는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부하라와 함께 우즈베키스탄의 4대 도시로 꼽히는 곳이다. 도시 크기는 다른 도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우즈베키스탄의 옛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 히바다. 히바는 도시 자체가 유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크로드를 건너던 대상들이 사막을 건너기 전 오아시스에서 머물던 곳이기도 하다. 황금빛 중세도시의 흔적이 남아 있는 영화세트장과 같은 히바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생에 꼭 한 번 가고 싶은 곳이다.

실크로드의 길목인 오래된 도시 히바

수도 타슈켄트에서 1100㎞ 떨어진 우르겐치. 생소한 이름이지만 유럽인에게는 유명한 중앙아시아의 실크로드 종착지인 ‘히바’라는 유적지가 있는 도시다. 히바에 들어서면 마치 영화세트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히바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도시답게 지난 시절의 유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우르겐치 타슈켄트를 출발 지점으로 삼으면 사마르칸트, 부하라를 거쳐 아무다리야강 하류의 오아시스 마을 히바와 마주하게 된다. 고대 페르시아 시대부터 카라쿰사막의 출입구이자 실크로드 길목으로 일찌감치 번성한 히바는 외벽과 내벽의 이중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안쪽 성벽 너머 내성 이찬칼라에는 20개의 모스크와 20개의 메드레세, 6세기의 미너렛 등 국보급 예술품이 남아 있다.

무함마드 라힘 칸 메드레세는 1876년에 완공된 히바에서 가장 큰 메드레세다. 가장 압도적인 것은 태양 아래 푸르게 일렁이는 성스러운 입구. 성지 순례에 나선 듯한 기운이 감돈다. 메드레세에는 교육용 대강당과 도서관, 모스크, 교실, 76개의 개인공부방 등이 있다. 미너렛은 다함께 기도를 드리기 위해 사람을 부르는 탑으로 이슬람 건축물의 기본 요소다. 다양한 문양의 에메랄드빛 푸른 타일로 뒤덮인 웅장한 칼타 미노르 미너렛은 1825년 착공돼 1955년 미완성인 상태로 건설이 중단됐다.

아름답고 우아한 궁전과 화려한 색의 도시

히바의 또 다른 유적인 쿠냐 아르크는 ‘오래된 궁전’이란 뜻이다. 17세기에 지어진 궁전으로 ‘도시 속의 도시’로 불릴 만큼 이찬칼라와는 높은 성벽으로 나뉘어 요새를 이루고 있다. 쿠냐 아르크 입구 정면에 있는 ‘쿠리니쉬 호나’는 왕을 알현하기 위해 대기하는 장소. 두 개의 높다란 기둥이 우뚝 선 테라스의 벽면은 기하학적인 패턴의 타일들로 장식돼 고고한 예술미를 드러낸다. 안뜰에는 여름 모스크와 겨울 모스크가 각각 자리해 있다.

타시 하울리 궁전은 히바 대표 건축물인 쿠냐 아르크에 대적할 만한 궁전으로 1838년에 완성됐다. 알라쿨리 칸이 세운 것으로 히바 내에서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타일과 인테리어로 유명하다. 왕비와 궁녀들이 기거하던 하렘은 높은 기둥으로 이뤄져 탁 트인 전망이 인상적이다. 당시 왕(칸)은 법적으로 네 명의 왕비를 뒀는데 남쪽 테라스의 비교적 큰 방이 정식 부인들의 방이었다.

본격적으로 이찬칼라 탐방길에 오르면 첫 번째 출입구 야타 다르바자(Ota Darvaza)를 통과해야 한다. 이곳은 이찬칼라의 정문이자 서문이다. 1920년에 일어난 혁명으로 일부가 파괴됐지만 1970년에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시간의 통로를 든든하게 지키는 건 해 그림자를 따라 반짝이는 두 개의 탑이다. 이어지는 성벽엔 기념품 숍과 관리사무실이 들어서 있다. 기나긴 여정 뒤 첫 발걸음. 중세 이슬람시대로 순간 이동을 하는 풍경이 여행자의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굼마 그린 스파게티 등 먹거리도 다양

히바의 위대한 건축물 사이 골목길에서는 우든 카빙 작업실과 우든 카빙 공예품 숍을 마주치게 된다. 우든 카빙 작업실은 대개 예술학교의 기능을 겸하며 작품을 제작하는 마스터가 학생들도 가르친다. 그중 ‘쿠론 베이 우든 카빙스쿨’은 40년 차 경력의 장인 쿠론 베이가 운영하고 있다. 북 스탠드부터 도마, 액자, 벽걸이 등을 비롯해 대형 문짝까지 다양한 제품을 제작한다.

무함마드 라힘 칸은 메드레세 바로 옆에 있는 히바 전통 음식 레스토랑이다. 내부 벽면을 예술가적인 사진들로 꾸며놨다. 대나무로 꾸민 천장, 나무 열매처럼 주렁주렁 달린 조명, 벽돌을 층층이 쌓은 벽 등에서 남다른 인테리어 감각이 엿보인다. 가장 인상적인 메뉴는 그린 스파게티. 히바에서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으로 감자와 당근, 소고기를 듬뿍 넣어 묘하게 ‘짜파게티’ 같은 맛을 낸다. 고기를 큼직하게 썰어넣은 굼마는 고기 애호가들의 취향 저격 메뉴. 군만두와 같은 비주얼이지만 채소나 별도의 부재료 없이 고기로만 속을 채웠다.

우즈베키스탄에선 지방마다 빵의 모양과 맛이 조금씩 다르다. 히바 스타일의 빵은 반죽을 얇게 해 탄두르 화덕에서 3~5분 정도 짧게 구워낸다. 밀가루와 우유, 소금, 이스트만으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으로 담백한 풍미는 주식은 물론 커피, 티와도 잘 어울린다. 여기서 주목할 점 하나. 히바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기념품 숍에서 둥근 티카츠를 흔히 볼 수 있다. 메탈 브러시처럼 생긴 티카츠는 빵에 문양을 내는 도구. 히바에선 마치 가문의 문장처럼 집집마다 다른 문양의 티카츠를 사용한다.

여행 메모

정식 명칭은 우즈베키스탄공화국으로 중앙아시아 중심부에 있다. 약 72년간 러시아의 지배를 받은 뒤 1991년 9월1일 독립국가연합(CIS)을 구성했다.

직항편으로 우즈베키스탄항공,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이 있다. 우즈베키스탄공화국은 30일간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 시차는 한국보다 네 시간 느리다. 전형적인 사막형 대륙성 기후. 연중 매우 건조하며 길게 지속되는 여름은 건기로 기온이 높고 청명하다. 여행 최적기는 9~10월이다. 코스닥시장 상장 여행사 세중여행은 2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문화유산 우즈베키스탄 실크로드를 체험할 수 있는 상품을 처음 출시했다. 우즈베키스탄항공을 이용하며 5월21일 단 하루 출발한다. 5박6일 159만원부터.

김하민 여행작가 ufo204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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