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페이스북 (1) 페이스북을 삭제하라(#DeleteFacebook)
(추가영 국제부 기자) 페이스북 계정을 지워야 할까. 지난 17일 페이스북 이용자 5000만명의 개인 정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16년 선거 활동에 활용됐다는 보도가 나온 뒤 월스트리트저널, 가디언, 쿼츠 등 다양한 매체가 일제히 같은 질문을 던졌다. “페이스북을 탈퇴하고 소셜미디어를 떠나야 할까?”
많은 이용자들이 분개했다. 20억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이용자들을 ‘바보(dumb fxxx)’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분노다. 저커버그는 2004년 하버드대 재학 시절, 페이스북 가입자가 4000명으로 늘어나고, 그들이 스스로 개인정보를 마구 올리기 시작하자 친구에게 “사람들이 왜 나를 믿고 자신의 정보를 보내는지 모르겠어… 바보들인가(People just submitted it … I don‘t know why … They ‘trust me’ … dumb fxxxs.”라고 보낸 메시지가 노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2010년 미국 월간지 뉴요커와 인터뷰에서 저커버그는 “서비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나 자신도 성숙해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일련의 사건들로 그의 생각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사람들은 깨닫게 됐다.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라는 선거 관련 데이터 가공업체가 페이스북에서 얻은 5000만명의 개인정보를 가공해 트럼프 선거캠프에 유권자 성향을 분석한 데이터를 제공했다는 사실보다, 페이스북이 지난 2년간 이 사실을 알고도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페이스북이란 연결망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것이다.
그러고도 저커버그를 비롯한 페이스북의 임직원들은 이번 사건이 데이터 유출이나 해킹 사고가 아니고, 제3자 앱(응용프로그램)의 보안 관리 소홀로 인해 발생했다고 책임 전가에 급급했다. 이런 모습에 실망한 이용자들은 페이스북 탈퇴를 고민하고, 실제 이탈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메시징 앱 왓츠앱의 공동 창업자 브라이언 액튼도 자신의 트위터에 “페이스북을 삭제하라(#DeleteFacebook)”고 썼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건이 페이스북 비즈니스, 그러니까 ‘페이스북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의 본질을 보여준 것이란 점이다. 한 페이스북 직원은 가디언에 “이것이 페이스북이 일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모으고, 공유하고, 이용한다. 동의나 통지를 제대로 하지 않고”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을 탈퇴해야 할까.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온라인 매체 쿼츠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사생활 침해 △여론 조작에 활용 △소셜미디어 중독 등을 이유로 페이스북 탈퇴를 고려하고 있는 한편 △연락망 △뉴스 △행사 공지 △추억 공유 △다른 앱 로그인(페이스북 아이디 연동 기능) 등 때문에 쉽게 페이스북을 떠나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페이스북에 공유한 게시물과 사진, 메시지 등 다양한 정보를 아카이브로 모아 한꺼번에 내려받길 권한다. 페이스북 상단 메뉴의 ‘설정’ 옵션을 클릭한 후 ‘내 Facebook 콘텐츠 사본 다운로드하기’를 실행하면 된다. 자세한 정보는 페이스북 고객센터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제 페이스북에 올린 내 정보의 저장과 보관 때문에 페이스북에 남아 있을 이유는 사라졌다. 이용자가 계정 삭제를 요구하면 최대 90일이 소요된다. 하지만 친구의 게시물에 작성된 댓글 등 일부 정보는 친구의 계정에 남아 있다.
그래도 페이스북 계정을 유지하고 싶다면 과도한 앱 접근 권한을 줄이는 것이 방법이다. 앱 설정을 통해 ‘페이스북 계정으로 로그인’한 앱을 정리하고, ‘위치 기능 활성화’를 해제할 수 있다. 게시물의 공유 범위도 ‘친구’ 또는 ‘친구의 친구’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설정 옵션에서 광고 메뉴를 클릭해 광고주가 개인 정보를 기반으로 타깃 광고를 노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기능을 해제할 수도 있다. (끝)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