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과 맛있는 만남] 김진표 "국민이 내 삶 나아졌다 느껴야 진짜 소득주도성장 가능"

입력 2018-03-23 18:57
수정 2018-03-24 15:19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국정기획자문위원장
"'트럼프 멘토' 먼저 만난 문 대통령
한·미동맹 물꼬 틀 수 있게 됐죠"

'월화수목금금금' 이었던 국정자문위
문 대통령이 최적임자라며 직접 발탁
두 달간 500번 넘게 정책 회의
"국민 혼선 없애려 주말 반납했죠"

소득주도성장 완성은 국민체감
거시경제 바꾸는 일 쉽지 않아
기존 대기업 중심으론 혁신 한계
창업 성공사례 많아야 선순환 가능

문재인-트럼프 '연결고리'는 프랭클린 목사
트럼프 '영적 지도자'와 만남 연결해
문 대통령과 1시간 대화…교감 나눠
한미정상회담 전 분위기 무르익게 해


[ 김기만 기자 ]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두 차례 새 정부 출범 때 인수위원회 성격의 조직을 이끌었다. 노무현 정부 출범 때인 2003년에는 인수위 부위원장을 지냈고 작년 5월에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그가 노무현 정부 초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발탁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천거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재경부 장관으로 인연을 맺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선 직후 “모든 사람이 김 의원이 국정기획위원장에 최적임자라고 하는데 꼭 맡아달라”며 전화를 해 새 정부의 국가 비전과 국정운영 계획을 짜는 중책을 맡았다.

봄기운이 완연하다는 춘분에 봄눈이 내린 지난 21일 서울 통의동 한식당 곰솔에서 김 의원을 만났다. 곰솔은 그가 국정기획위원장으로 일할 때 자주 들른 식당이다. 국정기획위 사무실이 있던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과 5분 거리다. 피조개와 문어 숙회, 돼지고기 볶음 등 한상 가득 음식이 차려졌다. 김 의원은 공직자와 정치인으로 살아온 40여 년의 시간을 풍성하게 풀어냈다.

월화수목금금금…회의만 500번 넘게 했다

‘맛있는 만남’의 첫 얘기는 국정기획자문위 시절로 시작했다. “인수위 없이 정부가 출범한 상황에서 국정기획자문위가 잘못하면 국민에게 혼선을 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주말을 반납하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가 최대한 시간을 앞당겨줘야 한다고 독려했습니다. 자문위원과 전문위원들이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김 의원은 “국정기획자문위가 운영된 60여 일간 500번 넘게 회의를 했다”며 “국민 인수위를 만들어서 광화문 1번가 등을 통해 접수한 정책 제안 공약이 16만여 건이었다”고 회상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발표회는 김 의원을 비롯한 발표자들이 노타이에 무선마이크를 사용하는 파격으로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이 국정운영 전반의 밑그림을 그린 것은 노무현 정부 인수위에 이어 그때가 두 번째였다. 김대중 정부 때는 재경부 차관과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지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이 대부분 그의 손을 거친 셈이다.

김 의원은 “2002년 재경부 차관 시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자리를 제안받았는데 김대중 정부 지지율이 10%로 추락한 때여서 주변에서 극구 말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기획수석으로 월드컵을 준비한 것이 인생의 큰 전기를 이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눈앞의 작은 유불리에 집착하지 않았던 선택이 지금에 이르게 했다”며 공직자 출신 정치인으로 자리 잡은 비결을 전했다.

文 대통령과 프랭클린 목사 만남 주선

인심 좋은 곰솔 여 사장은 봄을 알리는 열무잎과 바다 내음 품은 포항초를 풍성하게 담은 접시를 테이블에 올렸다. 김 의원은 된장을 찍은 열무잎을 입에 넣으며 “이 맛에 이 집에 온다”며 “먹어보라”고 권했다. 김 의원과의 맛있는 만남은 당초 이달 초에서 한 차례 연기됐다. 지난 1일 문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미국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장례식에 참석해 문 대통령의 조문편지를 유족에게 전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미 행정부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한 자리였다. 김 의원은 한국 정부 및 국회 관계자 가운데 유일하게 초청받아 미국 고위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에는 그레이엄 목사 일가가 ‘연결고리’라며 일화를 전했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장남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적 지도자로 꼽힌다. 지난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해 보수 개신교계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6월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하기 전 프랭클린 목사와의 만남을 주선한 과정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프랭클린 목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대표적인 인물이자 펜스 부통령과 친구 사이”라며 “친분이 있는 종교계 인사를 통해 프랭클린 목사에게 연락을 했고, 그가 알래스카에서 직접 11시간 동안 비행기를 몰고 한국을 찾아 문 대통령과 면담했다”고 전했다. 1시간여 동안의 면담에서 프랭클린 목사는 문 대통령과 깊은 교감을 나눴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문 대통령이 프랭클린 목사와 트럼프 대통령을 차례로 만나면서 한·미 동맹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프랭클린 목사와의 면담에서 흥남 철수 작전과 본인의 인연을 설명하고 미국을 방문하면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을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이 미국 순방 첫 일정으로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 의원은 노 대통령 시절에도 한·미 외교의 가교 역할을 맡았다. 노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아버지 조지 부지 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주선했다. 미국에서 노 대통령의 외교나 안보관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낼 때였다. 김 의원은 “노 대통령을 만난 아버지 부시는 아들 부시 대통령에게 ‘걱정하지 마라. 그(노 대통령)도 너 같은 스타일의 사람이다’고 말하면서 안 좋은 선입견을 없앨 수 있었다”고 기억했다.

대화가 무르익을 때쯤 김 의원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큰 방향에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도 “향후 3년간 지루한 협상 과정이 펼쳐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과 핵을 폐기할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주변 국가의 액션이 상응돼야 한다”며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국가의 용인과 유엔 결의 등 수많은 절차가 남아 있다”고 관측했다.

대기업 중심 경제를 극복할 창업 성공사례 나와야

문재인 정부의 밑그림을 그린 김 의원은 정부 출범 후 지난 1년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까.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국방·외교 분야에서 기대 이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도 “소득주도 성장이라고 하는 거시적 경제의 변화는 자리잡기가 만만치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무리 국정과제를 잘 만들었어도 국민이 ‘내 삶이 나아졌다’고 체감하지 않으면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며 “국민에게는 경제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의 해법으로 “재벌 오너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기존 대기업은 혁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 청년들이 앞다퉈 벤처중소기업을 창업하고 성공 사례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들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게끔 동기를 부여해주고 선두주자들이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다른 사람들이 뛰어들어 선순환 구조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두 차례나 부총리를 지내고 원내대표까지 거친 정치인으로서 그가 앞으로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정치인으로서 앞으로 도전할 수 있는 자리는 국무총리나 당대표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어떤 자리든 일할 준비는 돼 있어야 한다”는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김 의원은 “당대표를 징검다리로 해서 대통령이 목표인 사람이 당권을 잡는다면 정권에 부담이 된다”며 “문재인 정부를 잘 지원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서 ‘자신이 누구보다도 문재인 정부를 잘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이 묻어 나왔다.


2002 한·일 월드컵 대응팀 이끌어
"평창도 성공적 마무리…국운 좋다"

김진표 의원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남북 관계의 물꼬를 텄다”며 “대한민국 국운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올림픽을 훌륭하게 개최했고, 그 사이에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렀다”며 “역사적 고비마다 저력을 발휘해왔다”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2002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으로 일하며 ‘2002년 한·일 월드컵’ 대응팀장을 맡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는 김대중 정부의 지지율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2002년 초 20%대 초반으로 곤두박질쳤던 김대중 대통령의 지지율은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60%대까지 상승했다. 김 전 대 통령은 퇴임하는 해 지지율이 30%를 넘은 유일한 대통령으로 남았다.


김진표 의원의 단골집 곰솔
공무원 즐겨 찾는 한정식집…포항초 곁들인 피조개 '일품'

서울 통의동(서촌)에 있는 곰솔은 공무원이 즐겨찾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오래된 한옥으로 외관은 낡아 보이지만 다양한 크기의 방이 있어 조용하고 느긋하게 식사할 수 있다.

점심 가격은 1만9000원 부터 2만3000원, 3만원 그리고 저녁은 3만원 부터 5만5000원이다.

생선구이와 전, 나물, 돼지고기 볶음, 된장국 등 푸짐하고 정갈한 반찬이 나온다. 돼지고기 볶음과 함께 먹을 쌈채소로는 열무잎이 준비돼 있다. 싱싱한 열무잎은 향이 그윽하고 단맛이 난다.

쫄깃한 식감의 피조개는 포항초와 함께 맛볼 수 있다. 포항초는 경북 포항 일대 해안을 따라 자란 시금치를 말한다. 형산강 하류 비옥한 땅에서 해풍을 맞고 자라 맛이 좋고 영양이 풍부하다.

(02)736-5978

김기만 기자 mgk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