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한가에 시총 5000억 증발…주요 제약·바이오주 이틀째 급락
4년 연속 적자에 관리종목 지정
바이오주 회계처리 다시 도마에
삼정회계 "일부 R&D 투자
자산 아닌 비용으로 처리해야"
에프티이앤이·에임하이·감마누 등
감사의견 거절도 잇따라
[ 하헌형/김동현/노유정 기자 ]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업체인 코스닥 상장사 차바이오텍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지난해 재무제표에 ‘감사 의견 한정’ 판정을 받은 여파로 23일 코스닥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차바이오텍은 장 시작과 동시에 하한가로 직행했고, 셀트리온헬스케어 신라젠 바이로메드 등 코스닥 주요 제약·바이오주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에 따라 코스닥지수는 5 % 가까이 급락했다.
◆4년 연속 적자 낸 차바이오텍
차바이오그룹 계열사인 차바이오텍은 지난 22일 오후 11시께 외부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으로부터 지난해 재무제표 감사 의견을 ‘한정’으로 통보받았다고 공시했다.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은 기업이 작성한 재무제표가 공정한지를 살핀 뒤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 거절’ 중 하나의 의견을 감사보고서에 기재한다. 이 중 한정은 ‘재무제표상 일부 항목이 잘못 작성돼 회사 재무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의미다.
삼정회계법인은 한정 의견을 낸 이유에 대해 차바이오텍이 지난해 무형자산으로 분류한 연구개발(R&D) 비용 가운데 일부를 비용 처리해야 하는데, 회사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삼정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 R&D에 들어간 14억1900만원을 자산이 아니라 비용으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R&D에 투입된 금액을 비용으로 잡으면서 차바이오텍의 지난해 영업손익은 5억3747만원에서 -8억8180만원으로 바뀌었다. 2014년 이후 4개 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을 낸 차바이오텍은 이날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차바이오텍 관계자는 “줄기세포 치료제는 초기 임상 단계에서도 R&D 비용을 자산으로 잡을 수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삼정회계법인은 제품 개발 속도가 늦고 계획대로 임상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이유로 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가 진행 중인 연구 프로젝트와 펀더멘털(기초체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차바이오텍은 이른 시일 안에 흑자를 내 관리종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사업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다.
◆상위 바이오주, 시총 2조6000억 증발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41.94포인트(4.81%) 급락한 829.68에 마감했다. 하루 낙폭 기준으로 2016년 2월12일(-6.06%) 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4.84%), 신라젠(-11.47%), 바이로메드(-11.58%), 티슈진(-4.77%) 등 코스닥시장 주요 바이오주가 약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20위 안에 드는 8개 바이오주의 시가총액 2조6500억원가량이 증발됐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R&D 비용 회계 처리가 엄격해지면 적자를 내는 기업이 속출할 가능성이 있다”며 “가뜩이나 제약·바이오주 고평가 논란이 나오는 가운데 회계 불투명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투자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사의 R&D 비용 처리 방식 관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도이치뱅크는 ‘셀트리온이 R&D에 들어간 돈 대부분을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자산으로 분류해 영업이익이 부풀려졌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낙제점’ 받는 기업 더 나올 듯”
22일 밤 차바이오텍 외에도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지난해 재무제표에 ‘비적정 감사 의견(한정·부적정·의견 거절)’을 통보받았다고 공시한 코스닥 상장사가 줄을 이었다. 에프티이앤이, 에임하이, 감마누, 넥스지, 트레이스, C&S자산관리, 지디, 스틸플라워 등 8개사는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았다고 밝혔다.
의견 거절은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회사는 상장폐지에 관한 통지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고, 이의신청이 없으면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비적정 감사 의견을 받는 회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까지 22개 상장사(유가증권시장 8곳, 코스닥시장 14곳)가 감사보고서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제출 마감 시한을 넘긴 회사 중 상당수는 감사 의견 거절을 통보받는다”고 말했다.
하헌형/김동현/노유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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