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노동이사제 도입 '불발'…노사 갈등의 골 깊어질까(종합)

입력 2018-03-23 11:46
수정 2018-03-23 12:39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가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안이 결국 주총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극으로 치닫고 있는 노사 갈등은 해소를 위한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2막을 예고했다.

KB금융지주는 23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은행 본점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의장으로 나선 가운데 △재무제표 승인 △정관변경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총 8개의 의안이 상정됐다.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노조가 추천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신규 사외이사 선임 여부였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주주제안을 통해 권순원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권 교수는 노동경제학 분야의 권위자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노조는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면 사외이사와 경영진이 유착하는 부분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권순원 교수는 재무회계 전문가인 윤 회장 체제에서 취약요소로 드러난 인사·조직관리, 노사관계 분야에서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권순원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출석 주식 수 대비 찬성률이 4.23%에 그치며 부결됐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제 도입을 통해 경영진을 감시·견제하고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만들고자 했던 노조의 노력이 또 한 번 좌초된 것이다.

노조는 작년 11월 열린 임시주총에서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했지만 저조한 찬성률로 부결된 바 있다.

KB금융 이사회는 일찍이 권순원 교수 사외이사 추천 안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KB금융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도 노조 추천 이사에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와 국민연금은 노조가 제안한 정관변경안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표했다.

노조는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기 위해 공직 또는 정당에서 활동한 기간이 2년 이상인 자를 최종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 이사로 선임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정관변경안을 상정했다.

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독립성을 위해 위원회를 사외이사로만 구성하도록 정관변경을 제안했으나 두 안건 모두 통과되지 못했다. 각각 출석 주식 수 대비 4.29%, 31.11%의 찬성률을 얻는 데 그쳐 부결됐다.

이날 오전 주총에 앞서 노조는 국민은행 본점 1층에서 윤종규 회장의 채용비리 의혹, 셀프연임을 비판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윤종규 회장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주총장에서 한 주주는 윤종규 회장을 향해 "채용비리에 얽혀 있는 상황에서 의사봉을 들고 있는 것이 타당하냐. 도덕적 문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질타를 하기도 했다.

이에 윤 회장은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채용비리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현재 (검찰의) 조사가 진행 중이고 이에 성실히 응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겸허하게 수사 결과 지켜보면서 입장을 최대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작년 12월 금융감독원에 채용비리가 적발되면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이 2015년 채용 청탁으로 3건의 특혜채용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윤종규 회장의 종손녀(친누나의 손녀)가 포함됐다. 윤 회장의 종손녀는 서류전형 840명 중 813등, 1차 면접 300명 중 273등 했지만 2차 면접에서 120명 중 4등으로 합격했다. 경영지원그룹 부행장과 인력지원부 직원이 최고 등급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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