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교의 역사
리처드 할러웨이 지음 / 이용주 옮김 / 소소의책 / 416쪽│2만3000원
[ 서화동 기자 ]
윤회와 업(業·카르마)은 인도 대륙에서 발생한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에 공통된 개념이다. 인간은 카르마, 즉 행위의 법칙에 따라 윤회 바퀴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탈출하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힌두교에서는 신을 섬김으로써 자기 망각을 촉진하거나, 극단적 고행을 포함한 명상을 통해 ‘자기’라는 환상 자체를 버리라고 한다. 하지만 윤회에서 벗어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붓다는 쾌락도 고행도 정답이 아니라며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中道)를 택해 여덟 가지 바른길(팔정도·八正道)을 실천하면 윤회 바퀴를 멈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이나교는 정반대다. 극단적 금욕주의를 실천한 자이나교의 최고 이상은 수행자들이 살레카나, 즉 굶어서 죽는 것이었다.
이렇게만 보면 자이나교가 참으로 이상한 집단 같지만 그렇지 않다. 자이나교의 창시자 마하비라는 윤회 바퀴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악을 피하고 선을 행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자이나교의 다섯 계율 가운데 첫 번째가 ‘살아있는 것은 그 무엇도 죽이거나 해치지 말라’는 것이다. ‘아힘사’라는 말로 잘 알려진 비폭력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세계 종교의 역사》는 스코틀랜드성공회의 리처드 할러웨이 주교가 쓴 종교사 입문서다. 여타 입문서와 다른 점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 불교, 자이나교 등의 각 종교를 연대별로 나열하지 않는다는 것. 대신 윤회, 다신교와 일신교, 종말론, 메시아, 이단의 형성과 분파의 성립, 천국과 지옥, 종교개혁, 종교전쟁 등 다양한 주제로 연결고리를 만들어 여러 종교를 두루 살필 수 있게 했다.
예컨대 아브라함은 단지 유대교나 기독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종교의 역사에서 하나의 전환점이라고 설명한다. 아브라함을 기점으로 다신교에서 유일신을 믿는 일신교로 전환할 수 있게 됐고, 특정 민족·지역 종교에서 보편종교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종교가 야기해온 폭력 문제도 검토한다. 저자는 “종교는 역사 속에서 최악의 폭력을 야기했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며 “그런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신을 이용한 것도 사실”이라고 꼬집는다. 지금까지 종교가 선행뿐만 아니라 악행도 저질렀음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존하는 주요 종교부터 시크교, 일본의 신도, 북미 인디언의 영성과 후기성도교회(모르몬교),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등 신생 종교까지 흥미롭게 언급하고 있다. 책의 주요 흐름이나 비중이 기독교에 치중돼 있는 점은 아쉽다. 한국의 종교에 대해서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을 간략히 언급한 게 전부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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