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17세기 프랑스 역병 막은 건 레모네이드

입력 2018-03-22 18:44
수정 2018-03-23 06:27
음식과 전쟁


[ 양병훈 기자 ] 전염병이 유럽을 휩쓸었던 1668년. 어쩐 일인지 프랑스 파리는 안전했다. 이유는 레모네이드에 있었다. 당시 파리에서 레모네이드는 매우 인기 있었고 흔했다. 파리 시민들은 레모네이드를 만드는 데 쓰인 레몬 껍질을 쓰레기장과 하수구에 버렸다. 이 레몬 껍질이 ‘벼룩-시궁쥐-사람-시궁쥐’라는 감염의 순환 사슬을 깨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레몬에 함유된 리모넨이라는 성분이 매우 효과적인 자연 살충제이자 구충제였던 것이다.

미국 저술가 톰 닐론이 쓴 《음식과 전쟁》은 음식에 대한 역사적 사건 10가지를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유럽의 여러 도서관과 미술관, 헌책방 등에서 찾아낸 희귀 자료를 토대로 책을 썼다. 저자는 “기존 역사책은 먹는 행위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지만 이는 인간에게 때로 전쟁과 혁명을 감수해야 할 만큼 중요한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식인문화를 다룬 부분도 있다. 저자는 1557년 독일에서 나온 브라질 투피남바 원주민 보고서를 인용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원주민은 일정한 규칙을 정해놓고 사람을 요리해 먹었다. 대부분은 인육을 구워 먹었는데 집안 행사에서는 가끔 삶아 먹었다. 이런 설명은 “식인종들이 자신이 물리치고 싶은 상대는 굽고 아끼는 상대는 삶는다”는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이론과도 닿는다. 투피남바족은 어린이가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인간 내장 스튜를 만들기도 했다.

저자가 책에 실은 120여 점의 이미지는 책의 매력을 더해준다. 저자가 고문서에서 발췌한 삽화에서부터 중세 판화나 소묘, 오래된 요리책에 담긴 이미지 등 종류가 다양하다.(신유진 옮김, 루아크, 228쪽, 2만4000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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